지평 박시형이 대신을 제조로 삼는 것이 옳지 않다고 아뢰다
경연에 나아갔다. 강이 끝나자 지평(持平) 박시형(朴時衡)이 아뢰기를,
"대저 대신에게 자질구레한 일을 맡기는 것은 마땅하지 아니한데, 하물며 《대전(大典)》에 도제조(都提調)가 없는 제사(諸司)에 대신(大臣)이 제조가 되는 일이 자못 많으니, 이는 대신을 공경하는 뜻이 아닙니다. 옛적에 진평(陳平)570) 이 전곡(錢穀)의 숫자에 대답하지 아니하였는데, 후세에서 이것을 칭찬하였습니다. 이제 대신이 작은 관사(官司)의 제조가 되는 것은 마땅하지 아니합니다. 전하께서 즉위하신 초기에는 마땅히 원상과 더불어 정사를 의논해야 하였으나, 이제는 전하의 성학(聖學)이 고명하여 서무를 친히 결정하시니, 조정에 일이 있으면 정원(政院)에 의논하거나 혹은 〈주서(注書)로〉 하여금 대신의 집에 가서 묻게 할 것이요, 만약 큰 일이 있으면 불러오게 하여 함께 의논하는 것이 가하며, 노성(老成)한 신하로 하여금 아침저녁 정원에 앉아서 일하게 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지난번 최경(崔涇)이 선왕의 어용(御容)을 그린 공로로써 명하여 당상관(堂上官)에 올렸을 때, 이는 비록 전하의 효사(孝思)에서 나온 것이라 할지라도, 관작(官爵)은 헤프게 제수하는 것이 불가한데, 한 사람도 불가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는 대신이 임금을 협보(夾輔)하는 의(義)가 아닙니다."
하였다. 임금이 이르기를,
"내가 대신을 공경하지 아니하여서 제조(提調)로 삼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땅히 다시 생각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9권 9장 B면【국편영인본】 8책 666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인사-임면(任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예술(藝術)
- [註 570]진평(陳平) : 전한(前漢)의 정치가.
○御經筵。 講訖, 持平朴時衡啓曰: "大抵大臣不宜任細事, 況今《大典》無都提調諸司, 大臣爲提調者頗多, 殊無敬大臣之意。 昔陳平不對錢穀之數, 後世稱之。 今大臣之提調小司, 恐非其宜也。 殿下卽位之初, 宜與院相, 共議政事, 今則殿下聖學高明, 親斷庶務, 朝中有事, 議諸政院, 或使就問大臣之第, 若有大事, 則命召而共議之, 可也, 不可使老成之臣, 坐諸政院, 朝夕從事也。 頃者, 以崔涇畫先王御容, 命陞堂上官, 是雖殿下之孝思, 然官爵不可濫授, 而無一以爲不可, 此非大臣夾輔之義也。" 上曰: "非予不敬大臣以爲提調也。 然當更商量。"
- 【태백산사고본】 4책 19권 9장 B면【국편영인본】 8책 666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인사-임면(任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예술(藝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