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안북도 절도사 선형에게 올적합을 처리하는 법을 교유하다
영안북도 절도사(永安北道節度使) 선형(宣炯)에게 교유하기를,
"이제 경(卿)의 계본(啓本)을 보고 적들의 상황(狀況)을 알았다. 전자에 우두(亐豆)가 와서 고하기를, ‘올적합(兀狄哈) 1천 명이 고령진(高嶺鎭)의 알타리(斡朶里)에게 보복(報復)하기 위하여 올 것이다.’ 하고, 아인가무(阿仁加茂)는 와서 고하기를, ‘올적합 70여 명이 고령진의 알타리와 원수를 풀기 위하여 올 것이다.’라고 하여 그 말이 이와 같이 다르니, 혹시 형세(形勢)를 헛되게 과장하여 우리들을 두렵게 하려는 것인지, 혹시 곳곳에 나누어 주둔하고 허실(虛實)을 엿보려 함인지, 혹시 온성(穩城)의 패배를 보복하기 위하여 계획한 것인지, 혹시 알타리의 원수를 보복하기 위함인지, 적로(敵虜)는 본래 간사하여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측량하기 어려우니, 진실로 적을 희롱하여 침구(侵寇)할 마음을 먹게 하는 것도 불가하지만, 또한 경솔하게 거동하여서 남을 대신하여 적의 침략을 받는 것도 불가하니, 경(卿)으로서는 형세를 살피고 헤아려 기회를 잃지 아니하는 것뿐이다. 구주(具州)의 올적합은 본래 우리와 더불어 원망이 없었는데, 그 사람이 온성(穩城)에 이르러 병이 들어 죽은 뒤로부터 우리가 그를 독살(毒殺)시킨 줄 의심하여 드디어 온성에 침입하여 노략질한 것인데, 또 실패를 보고 돌아갔으니, 그들의 원망이 반드시 깊을 것이다. 이제 반드시 이기는 것을 구하지 말고, 다만 병정을 엄하게 하여 스스로 지켜서 우리의 군민(軍民)과 가축을 잃지 아니할 따름이다. 저들이 성저 야인(城底野人)561) 과 더불어 서로 싸우면, 조금 병세를 확장(擴張)하여 그들을 달래어서 화해(和解)하게 하며, 구원해 주려는 뜻을 보여 성저 야인의 마음을 잃지 않게 하고, 또 올적합으로 하여금 우리가 성저 야인들을 사사로이 하는 것을 원망하지 말게 하는 것이 가하다. 만약 올적합 중에 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초에 틈이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하여 국가에서는 조금도 개의(介意)하지 아니하고 옛날과 같이 안무(安撫)한다는 뜻으로써 말하고 은위(恩威)를 밝게 표시하여 가만히 저들의 모계를 없애게 하는 데 힘쓰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9권 6장 A면【국편영인본】 8책 664면
- 【분류】군사-부방(赴防) / 외교-야(野)
- [註 561]성저 야인(城底野人) : 6진(鎭)을 개척한 후 6진의 성 안에는 우리 나라 군인이 주둔하고 성 밖에는 야인이 거주하여 우리 나라의 보호를 받으면서 적정을 정탐하여 보고하였는데, 이를 성저 야인이라 함.
○諭永安北道節度使宣炯曰: "今見卿啓, 具知賊狀。 前者亐豆進告云: ‘兀狄哈一千人, 爲報復高嶺鎭 斡朶里而來。’ 阿仁加茂來告曰: ‘兀狄哈七十餘人, 欲與高嶺 斡朶里解怨而來。’ 其言不同如此, 或是虛張形勢, 恐動於我; 或是處處分屯, 窺覘虛實; 或是謀報穩城之敗; 或是欲報斡朶里之讎。 虜本譎詐, 情僞難測。 固不可玩賊, 以生寇心, 亦不可輕擧, 代人受敵。 在卿審度形勢, 勿失機會耳。 具州 兀狄哈, 本與我無怨, 自彼人到穩城病死之後, 疑我毒殺, 遂有穩城之寇, 又見敗而去, 其怨必深。 今不必求勝, 但嚴兵自守, 毋失我軍民、頭畜而已。 彼與城底野人相戰, 則稍張兵勢, 諭令和解, 示欲救援, 毋失近城野人之心, 又毋令兀狄哈, 怨我私城底野人, 可也。 如有兀狄哈來者, 語以當初生釁之由, 國家不以介意, 撫之如舊之意, 明示恩威, 務要潛消彼謀。"
- 【태백산사고본】 4책 19권 6장 A면【국편영인본】 8책 664면
- 【분류】군사-부방(赴防)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