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원 대사간 김수녕 등이 상소하여 구종직의 죄를 신문할 것을 청하다
사간원 행 대사간(司諫院行大司諫) 김수녕(金壽寧) 등이 상소(上疏)하기를,
"그윽이 듣건대 전하(殿下)께서 반궁(泮宮)184) 에 임어(臨御)하시어 경서(經書)를 가지고 어려운 부문을 물으셨을 때, 지경연사(知經筵事) 구종직(丘從直)이 《대학(大學)》의 ‘천자(天子)에서 서인(庶人)에 이르기까지 모두 수신(修身)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대목을 강(講)하면서, 이에 말하기를, ‘제왕(帝王)은 모두 생지 안행(生知安行)185) 의 성인(聖人)이므로 격물 치지(格物致知)의 공부가 필요 없습니다.’라고 하였다니, 대개 이러한 설(說)을 말하는 자는 비단 사문(斯文)을 그르칠 뿐만 아니라, 또한 전하(殿下)도 그르치고자 하는 것입니다. 신 등은 놀라움을 이기지 못하여 반드시 사설(邪說)을 물리친 다음에 거의 손수 가르쳐 주는 것이 옳을까 생각합니다. 대저 자기 몸을 닦고자 하는 자는 먼저 자기 마음을 바로잡고, 자기 마음을 바고잡고자 하는 자는 먼저 자기 뜻을 참되게 하며, 자기 뜻을 참되게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앎에 이르러야 하는데, 앎에 이른다[致知]는 것이 격물(格物)에 있으므로, 옛부터 지금까지 성제 명왕(聖帝明王) 가운데 격물 치지(格物致知)가 없이도 능히 자기 몸을 닦은 자는 없었으며, 수신(修身)을 외면하고서 능히 천하(天下)의 국가를 다스린 자도 없었습니다. 구종직으로 하여금 어린아이적 버릇이나 늙어서 노망하여 유치한 소견을 벗어나지 못해서 알지 못하고 이런 말을 하게 하였다면 그의 학술(學術)이란 잡(雜)된 것이요, 아첨하는 얼굴과 아첨하는 말씨로써 신청(宸聽)186) 을 움직이려고 하여 알고서도 이런 말을 하였다면 그 마음은 간휼(奸譎)한 것이니, 학문이 잡되거나 마음이 간휼한 것은 모두 성조(聖朝)에서 버리는 바인데,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그를 쓰십니까? 그러나 학문이 잡된 것은 그 해가 적지만, 마음이 간휼한 것은 그 해가 큰 것인데, 구종직이 오랫동안 스승[師]의 자리에 처(處)하여 유종(儒宗)이라 일컬으니, 어찌 그가 격물 치지(格物致知)가 성정(誠正)의 근본이 되고 성정(誠正)이 수신(修身)의 근본이 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이에 감히 이런 말을 하는 것이겠습니까?
그의 마음이 간휼한 것입니다. 그 마음을 살펴보건대 헛된 명예를 추구하는 마음에서 전하를 속이고 그 작록(爵祿)을 튼튼히 하려고 하는 짓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설(論設)은 지극히 이상하여 혹시라도 신청(宸聽)을 움직였더라면 말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선유(先儒) 진덕수(眞德秀)가 《대학연의(大學衍義)》를 편찬할 때 《대학(大學)》의 격물 치지(格物致知)의 요체(要諦)를 논하였는데, 첫째는 도술(道術)을 밝히는 것이요, 둘째는 인재(人材)를 변별(辨別)하는 것이요, 세째는 치체(治體)를 살피는 것이라고 하여,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의 정상(情狀)과 국가의 다스려지고 어지러워지는 것과 안전하고 위태한 자취를 모두 격물 치지(格物致知)에서 논하였습니다. 그러나 구종직은 이에 이러한 말을 하였는데, 그의 소견(所見)이 과연 진덕수(眞德秀)보다 훌륭하다는 말입니까? 비록 제왕(帝王)들은 모두 생지 안행(生知安行)이라고 하나, 그러나 그가 말하기를, ‘반드시 격물 치지(格物致知)를 할 것이 없다.’고 하였으니, 이것은 도술(道術)을 밝히고자 하지 아니하는 것이요, 치체(治體)를 살피고자 하지 아니하는 것이요,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의 정상을 변별(辨別)하고자 하지 아니하는 것이요, 나라의 다스려지고 어지러워지는 것과 안전하고 위태한 자취를 밝히고자 하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장차 전하로 하여금 어떻게 수신(修身)하라는 것입니까? 말이 이 지경에 이르니 가위 마음이 아프다고 하겠습니다.
아아! 춘추관(春秋館)을 폐지하고 학관(學官)을 벌여 세우지 아니하며, 나라의 풍습을 폐지하고 경연(經筵)에서 강(講)하지 아니하려던 간휼(奸譎)한 마음과 이단(異端)의 논설(論設)은 왕안석(王安石)이 송(宋)나라를 그르친 까닭이었습니다. 지금 구종직의 학식은 멀리 왕안석에 미치지 못하는데, 흉악하고 간사한 면은 그와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신 등은 송나라 당시에 말하는 자들이 모두 왕안석을 공격하였으나 신종(神宗) 황제 가 그의 간사한 것을 깨닫지 못하여 신법(新法)이 이미 시행되어 천하(天下)에서 그 화(禍)를 입었으니, 이것이 비록 왕안석이 교묘하게 속였다고 하나 반드시 신종 황제가 잘못 신임(信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던가 일찍이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신 등이 어제 구종직의 간사한 정상을 가지고 그 정유(情由)를 국문(鞫問)하도록 청하였는데 전하께서 노신(老臣)이 우연히 망발(妄發)하여 갑자기 이러한 말을 하였으니 반드시 국문(鞫問)할 것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다시 이를 청하였더니, 말씀하시기를, ‘기로 대신(耆老大臣)을 어찌 한 가지 잘못 때문에 죄를 주겠는가?’고 하셨습니다. 전하께서 구종직이 오랫동안 경유(經帷)187) 에 배석(陪席)하였다고 하여 특별히 우대하고 용납(容納)하시는 은전(恩典)을 내려 주신다면, 비록 매우 성(盛)한 덕(德)이라 하겠으나, 왕안석을 잘못 신임한 것이 또한 다시 신종 황제와 같아질까 두렵습니다. 대개 구종직은 모령(耄齡)188) 의 나이에 이르지도 아니하였으니, 강연(講筵)이 망발할 수 없는 자리이므로, 하물며 이러한 한 마디 말이 한 가지 잘못에 그칠 성질이 못됩니다. 전하께서 문묘(文廟)를 방문하시던 날을 당하여 시종(侍從)하던 여러 신하들을 다 아름다운 말[嘉言]을 드리려고 원하였는데, 구종직이 경연관(經筵官)으로 말한 것이 이와 같았으니, 어찌 그리 대단하지 않은 실언(失言)이라고 하겠습니까? 원컨대 유사(有司)에 회부하도록 명하여 그 죄를 밝게 신문(訊問)하여 여망(輿望)을 통쾌하게 하여 주소서."
하였으나, 임금이 들어주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9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8책 55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 / 사상-유학(儒學)
- [註 184]반궁(泮宮) : 성균관(成均館).
- [註 185]
생지 안행(生知安行) : 나면서부터 알아서 안연(晏然)히 행하는 것.- [註 186]
○司諫院行大司諫金壽寧等上疏曰:
竊聞, 殿下臨幸泮宮, 橫經問難, 知經筵事丘從直講《大學》 "自天子至庶人, 皆以修身爲本。" 乃言曰: "帝王, 皆生知安行之聖, 無格致功夫。" 蓋爲此說者, 非惟誤斯文, 亦欲誤殿下。 臣等不勝驚倒, 以爲必闢之而後, 幾麾之而可也。 夫欲修其身者, 先正其心; 欲正其心者, 先誠其意; 欲誠其意者, 先致其知; 致知在格物。 自古及今, 聖帝、明王, 未有遺格致而能修其身, 外修身而能治天下國家者也。 使從直, 童習、白紛, 未免諛見, 不知而言之, 則其學也駁; 諂顔、侫辭, 欲動宸聽, 知而言之, 則其心也譎。 駁與譎, 皆聖朝之所棄, 殿下何所用之哉? 然學駁之害, 小; 心譎之害, 大。 從直久處師席, 號爲儒宗, 豈不知格致爲誠正之本, 誠正爲修身之本, 而乃敢爲此說者? 其心譎也。 原其心, 不過欲虛美, 熏心誣殿下, 以固爵祿爾。 然此論極異, 或動宸聽, 事有不可言者。 先儒眞德秀撰《大學衍義》, 論《大學》格物致知之要: 一則曰, 明道術; 二則曰, 辨人材; 三則曰, 審治體。 君子、小人之情狀, 國家理亂、安危之迹, 皆於格致焉論之, 而從直乃有此說, 其所見果賢於德秀乎? 縱使帝王, 皆生知安行, 而其曰: "不必格致。" 則是不欲明道術也, 不欲審治體也, 不欲辨君子、小人之情狀也, 不欲明理亂、安危之迹也。 將使殿下何修耶? 言之至此, 可謂痛心。 噫! 廢《春秋》, 不列學官, 廢《國風》, 不講經筵, 譎心異論, 王安石所以誤宋也。 今從直學識, 遠不逮安石, 而兇邪則似之。 臣等嘗怪, 當時言者, 皆攻安石, 而神宗殊不覺其姦, 新法旣行, 天下受禍, 是雖安石之巧詐, 未必不由神宗之誤信也。 臣等昨將從直姦狀, 請鞫情由, 殿下以爲: "老臣偶忘, 遽發此言, 不必問也。" 再請之則曰: "耆老大臣, 何得以一失而罪之也?" 殿下以從直久陪經帷, 特賜優容, 雖甚盛德, 恐誤信安石, 亦復如神宗也。 蓋從直非至耄之年, 講筵非可忘之地。 況此一言, 非止一失。 當殿下訪落之日, 侍從群臣, 咸願進嘉言, 而從直以經筵官, 所言若此, 豈可謂之語言薄罪乎? 願命付有司, 明訊其罪, 以快輿望。
不聽。
- 【태백산사고본】 2책 9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8책 55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 / 사상-유학(儒學)
- [註 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