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에게 명하여 도적을 잡을 사목을 의논하게 하다
원상(院相)에게 명하여 도적을 잡을 사목(事目)을 의논하게 하였다.
"1. 근일에 도적이 일어나는 것은 굶주리고 배 고픈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고, 호협(豪俠)하고 강포(强暴)한 자들이 무리를 이루어 자기들 마음대로 겁략(劫掠)을 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남의 자녀(子女)를 더럽히는 일도 있게 되니, 모름지기 중한 형벌을 써서 양민(良民)을 구하여야 합니다. 지금부터 흉악하고 독살스런 자들이 무리를 지어 강도(强盜)질한 형적이 현저하게 나타난 자들은 원장(圓杖)을 써서 고신(拷訊)할 것이며, 그 가운데 혹시 평민(平民)으로서 도적들에게 잘못 끌려든 자나 도적이라고 지목되어 고발하더라도 그 실상이 없는 자나, 무릇 사건에 관련되어 체포되었더라도 그 형적이 분명하지 않는 자는 원장(圓杖)을 쓸 수가 없습니다. 만약 법을 어기고 함부로 원장을 사용하면 왕형(枉刑)147) 으로써 논죄하소서.
1. 강도(强盜)질은 거의 대개가 재인(才人)·백정(白丁)들의 하는 짓들인데,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농사를 짓지 아니하고 누에를 치지 아니하여 본디 산업(産業)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종(祖宗) 이래로 ‘그들이 나누어 이항(里巷)에 두고서 전지(田地)를 주어 생업(生業)에 안착(安着)하여 마음대로 모이거나 흩어지지 못하게 하라.’는 규정된 법령이 있는데도, 수령(守令)들이 봉행(奉行)하는 데 삼가지 아니하고 한갓 형식적인 법조문으로만 여깁니다. 지금 경외(京外)로 하여금 재인(才人)·백정(白丁)들을 다 추쇄(推刷)하여, 민호(民戶)의 많고 적은 숫자를 따져 서울의 여러 부(部)나 외방의 여러 고을[邑]에 적당히 붙여 서울의 각 방(坊)이나 외방의 각 촌(村)에 나누어 주고서 명백히 호적(戶籍)에 기록하되, 1벌은 각 부(部)나 본고을에 두고 1벌은 한성부(漢城府)나 감사(監司)에게 두고 1벌은 형조(刑曹)에 두어, 매년 봄·가을철에 출생·도망·사망을 조사하여 계문(啓聞)하게 하소서. 만약 도망하다가 체포당한 자는 ‘도형(徒刑)·유형(流刑)으로 도망하는 사람’의 예에 의하여 참형(斬刑)에 처하면, 전지(田地)가 없는 자는 호(戶)가 끊어진 전지와 진황(陳荒)한 전지를 가지고 점차적으로 절급(折給)하게 하소서.
1. 재인(才人)·백정(白丁)이 거주하는 인근 지역에서 강도질이나 우마(牛馬)를 도둑질하는 사건이 생길 때는 재인(才人)·백정(白丁)으로 하여금 찾아내어 잡게 하되, 잡는 자는 《대전(大典)》에 따라서 논상(論賞)하고 정상을 알고도 잡지 아니하는 자는 율(律)에 의하여 논죄하게 하소서.
1. 평민(平民) 가운데, 산업(産業)을 일삼지 아니하고 산이나 들판에 둔(屯)치고 살면서 빈둥빈둥 놀고 횡행(橫行)하는 자들은 끝까지 수색할 것이며, 비록 나타난 장물(贓物)이 없다고 하더라도 모두 참형(斬刑)에 처하소서.
1. 강도질을 범하여 도형(徒刑)·유형(流刑)에 처하는 자는 길이 그 소재(所在)한 고을의 노예로 붙이고 호적(戶籍)에 기록하였다가 매년 봄·가을철에 계문(啓聞)하며, 도망하는 자는 사형에 처하소서.
1. 경중(京中)의 5부(部)와 사방의 여러 고을에서 강도(强盜)·절도(竊盜) 사건이 있으면 즉시 치계(馳啓)하고 인하여 즉시 끝까지 체포하되, 어기는 경우에는 절도이면 관리(官吏)를 파출(罷黜)할 것이요, 강도이면 관리와 관령(管領)을, 공신(功臣)과 사유(赦宥) 관계를 논하지 말고 모두 제서 유위율(制書有違律)로써 논하소서.
1. 도적(盜賊)들이 처음 모일 때 삼절린(三切隣)들이 알지 못할 리가 없지마는, 그러나 도적들이 두려워 고발하지 아니합니다. 금후로는 고발하지 아니하는 자는 전 가족을 변방(邊方)으로 옮기게 하소서.
1. 도적 가운데 도망하는 자는 예대로 수색·체포를 행하나, 관리 등이 하나라도 잡지 못하면 그대로 내버려두고 다시 뜻을 기울이지 아니하기 때문에 끝내 체포하여 잡는 경우가 없습니다. 금후로는 도망하는 자는 일일이 장부(帳簿)에 기록하였다가 매년 봄·가을철에 수색 체포하되, 잡은 것과 잡지 못한 것을 일일이 자세히 써서 계문(啓聞)할 것이요, 혹시 뒤에 체포되는 자가 있으면 그 숨어 있던 곳을 끝까지 찾아내어서 그 관리와 이정(里正)148) 을 아울러 제서 유위율(制書有違律)로써 논하소서."
- 【태백산사고본】 2책 9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8책 555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사법-치안(治安) / 신분-신량역천(身良役賤) / 신분-천인(賤人) / 호구(戶口)
○命院相議捕盜事目: "一。 近日盜賊之興, 非出於飢寒, 豪强成黨, 恣意刦掠。 至有汚人子女, 須用重典, 以救良民。 自今獷悍成黨, 强盜形跡顯著者, 用圓杖拷訊。 其或平民爲賊所援引者, 指告爲賊而無其實者, 凡干連逮而形跡不明者, 不可用圓杖。 若違法濫用, 則當以枉刑論。 一。 强盜率皆才人、白丁所爲, 是無他。 不農、不蠶, 素無産業。 祖宗以來, 分授里巷, 給田安業, 使不得隨意聚散, 已有著令, 奉行不謹, 徒爲文具。 今令京、外, 盡刷才人、白丁, 以民戶多少, 量屬諸部、諸邑, 分授各坊、各村, 明白錄籍, 一件各部本官, 一件漢城府、監司, 一件刑曹。 每於春、秋, 生産、逃亡、物故檢覈, 啓聞。 如有逃亡見捕者, 依徒、流逃亡人例處斬, 無田地者, 以絶戶及陳荒田地, 漸次折給。 一。 才人、白丁所居隣近, 有强盜及盜牛馬者, 令才人、白丁, 推捉得者, 從《大典》論賞; 知情不捕者, 依律論罪。 一。 平民不事産業, 山屯、野處遊手橫行者窮搜, 雖無現贓, 竝處斬。 一。 犯盜徒、流者, 永屬所在官奴錄籍, 每春、秋, 啓聞, 逃亡者處死。 一。 京中五部、外方諸邑, 有强、竊盜, 卽馳啓, 仍卽窮捕。 違者, 竊盜則官吏罷黜, 强盜則官吏管領, 勿論功臣、赦宥, 俱以制書有違律論。 一。 盜賊初聚, 三切隣無不知之理, 然畏賊不告。 今後不告者, 全家徙邊。 一。 盜賊逃亡者, 例行搜捕官吏等, 一不得則置之, 不復措意, 故終無捕獲者。 今後逃亡者, 一一置簿, 每春、秋搜捕, 得與不得, 開具啓聞。 或後有見捕者, 窮推藏匿處, 其官吏、里正, 竝以制書有違律論。"
- 【태백산사고본】 2책 9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8책 555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사법-치안(治安) / 신분-신량역천(身良役賤) / 신분-천인(賤人) / 호구(戶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