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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9권, 성종 2년 1월 21일 갑오 6번째기사 1471년 명 성화(成化) 7년

대사간 김수녕 등이 상소하여 불경을 간행하는 일을 파할 것을 청하다

사간원 행 대사간(司諫院行大司諫) 김수녕(金壽寧) 등이 상소(上疏)하기를,

"신(臣)이 그윽이 듣건대 간경 도감(刊經都監)에서 포(布) 50필(匹)을 가지고 중국에서 불서(佛書)를 구(求)한다는데, 분격하는 마음이 지극하여 감히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윽이 생각하건대 불씨(佛氏)의 가르침은 황당(荒唐)하고 허탄(虛誕)하니, 남에게 베풀어 주는 것을 높게 받들고 반드시 보답을 받는 것이 아닌데, 그 복전(福田)과 이익(利益)을 말하는 것이 모두 굉장히 넓고 지극히 크다는 말은, 현시 세상을 속이어 유혹하고 어질거나 어리석은 모든 사람들을 얽어매어 잡아 두려는 것입니다. 옛사람들이 이른바 ‘따로 하나의 단서(端緖)를 만든다.’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말을 얻어 들어도 족히 나라에 복(福)될 것이 없고 그 글을 얻어 읽어도 족히 백성들에게 이익될 것이 없습니다. 천함 만축(天函萬軸)103) 을 싣고서 유세(游說)하더라도 비록 산림(山林)에 숨어 사는 선비로서 세상에 뜻이 없는 자도 또한 이를 쓰지 않을 것인데, 하물며 인주(人主)가 이를 쓰겠습니까? 전하께서 새로이 보위(寶位)에 오르시어 날마다 경연(經筵)에 납시고 겸손하신 뜻이 제때에 미쳐도 혹은 미치지 않는 듯이 하시니, 한 나라의 신민(臣民)들이 유신(維新)의 교화(敎化)를 그리고 바라면서 모두 말하기를, ‘전하께서 장차 간경 도감(刊經都監)을 파(罷)하시고 장차 불가(佛家)를 내치시어 환연(煥然)히 삼대(三代)104) 의 성(盛)함을 돌이킬 것이다.’고 하는데, 지금 불경을 간행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고 다시 그러한 책을 구하시므로, 신 등은 그윽이 의혹(疑惑)스럽습니다. 대체로 불씨(佛氏)가 세상을 그르친 것은 전대(前代)의 사서(史書)에 기록되어 있고 선유(先儒)의 의논(議論)에도 많이 나오는데, 지금 이를 자세히 말할 겨를이 없으므로 우선 곧 우리 왕조(王朝)의 이미 그러하였던 고사(故事)를 가지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종(世宗)께서 불당(佛堂)을 세우신 이래로부터 우리 세조(世祖)께 이르기까지 여러 번 거찰(巨刹)을 세우고 부처를 받들기를 더욱 정성스레 하였으나 복(福)으로 보답한 효과가 없었으니, 일찍이 3년의 상(喪)도 지나지 아니하여 국휼(國恤)이 자주 잇달았으며, 연사가 근래 흉년이 들어 금년에 이르러서는 굶주리는 흉년이 더욱 심하여 길가에 굶어죽은 자가 서로 잇달았는데, 이른바 ‘나라에 복이 되고 백성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전하께서 황정(荒政)에 진념(軫念)하시어 사신을 보내어 백성들을 진휼(賑恤)하시는데, 모든 쓸데없는 비용과 긴급하지 않는 사무를 일체 정지하여 파(罷)하게 하셨으나 오로지 간경(刊經)의 역사만을 파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체로 장인(匠人) 1백 70여 인이 소비하는 식량이 하루에 5, 6석(碩) 이하가 아닐 것이니, 한 달의 비용을 계산하면 2백 석(碩) 가까이 되는데, 천만 사람이 온전히 살아갈 밑천을 가지고 이러한 데에 허비한 것도 이미 불가(不可)한 일인데, 하물며 그러한 책을 멀리서 사 오겠습니까? 한편으로는 긴급하지 않는 사무이고 한편으로는 쓸데없는 비용이니, 새로이 정치를 하는 데는 마땅히 시행할 바가 못되며, 금일의 정치에 마땅히 먼저 해야 할 바가 못됩니다. 옛날 당(唐)나라의 한유(韓愈)가 불씨(佛氏)의 해(害)를 논하기를, ‘그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그 글을 불태워버리고 그 거처(居處)를 농막으로 만들고, 선왕(先王)의 도(道)를 밝혀서 그들을 인도한다면, 그것도 또한 거의 옳은 일이 될 것이다.’고 하였는데, 비록 능히 이를 불태워버리지는 못할망정 또한 그에 따라서 이를 사 오겠습니까? 만일 ‘이 책들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서 국가에서 구(求)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한다면, 모든 사사(寺社)에서 간직한 것과 도감(都監)에서 간행한 것으로도 진실로 응당 족(足)할 것이니, 반드시 급급(汲汲)하게 없어진 것을 보충하고 천함 만축(千函萬軸)의 숫자를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신 등의 마음으로는 불경을 간행하는 일은 파(罷)할 수 있고 불경을 사 오는 일도 정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지난번에 일찍이 불경을 간행하는 일을 파(罷)하도록 청(請)하였으나 아직 허가를 받지 못하였는데, 지금 불경을 사 온다는 말을 듣고 분한 마음을 스스로 이기지 못합니다. 황당(荒唐)하고 허탄(虛誕)한 불설(佛說)이 날로 더욱 번창하여 오늘날의 세상을 그르치고 뒷세상을 잘못되게 할까 봐 정히 두려워서, 관직이 간관(諫官)의 이름을 띠지는 않았으나 감히 말하지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엎드려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특별히 명하시어 이를 정지시키고 아울러 불경을 간행하는 일을 파(罷)하시어, 사악(邪惡)하고 요망한 설(說)을 멀리 하여 한 나라의 사람들마다 그리고 바라는 마음을 위로하신다면, 심히 다행하겠습니다."

하였으나, 임금이 들어주지 아니하였다. 김수녕 등이 다시 재삼 논(論)하여 아뢰었으나, 끝내 임금이 들어주지 아니하였다. 이날 헌납(獻納) 유문통(柳文通)은 끝내 한 마디 말도 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물러갔다.


  • 【태백산사고본】 2책 9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8책 550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상-불교(佛敎) / 출판-서책(書冊)

  • [註 103]
    천함 만축(天函萬軸) : 책이 천 궤짝, 만 권(卷)이 되는 것. 많은 책의 숫자.
  • [註 104]
    삼대(三代) : 하(夏)·은(殷) 주(周)·시대.

○司諫院行大司諫金壽寧等上疏曰:

臣竊聞, 刊經都監將布五十匹, 購求佛書於中原, 憤激之至, 不敢默默。 竊惟佛氏之敎, 荒幻、虛誕, 崇奉舍施, 未必受報, 其曰福田利益者, 皆宏闊勝大之言, 所以誑誘時世, 籠罩賢愚。 古人所謂: "別爲一端。" 者是也。 故得其言, 不足福國; 得其書, 不足利民。 千函、萬軸載之游說, 雖山林、枯槁之士, 無意於世者, 亦在所不用, 況人主乎? 殿下新登寶位, 日御經幄, 遜志時敏, 如或不及, 一國臣民, 想望維新之化, 皆曰: "殿下將罷刊經, 將黜佛家, 赫然回三代之盛也。" 今刊經不已, 而復求其書, 臣等竊惑焉。 夫佛氏之誤世, 書於前史, 雜出於先儒之論, 今未暇縷縷, 姑卽我朝已然之事而言之。 自世宗建佛堂以來, 及我世祖累營巨刹, 奉佛彌謹, 而福報未效, 曾未再期, 國恤頻仍, 年比不登。 至于今歲, 飢荒益甚, 道殣相望, 所謂福國利民者, 果安在歟? 殿下軫念荒政, 遣使賑民, 凡無用之費、不急之務, 一切停罷, 而獨不罷刊經役。 夫匠百有七十餘人餼廩, 日不下五、六碩, 計一月之費, 近二百碩。 以千萬人全活之資, 費之於此, 已爲不可, 況遠購其書乎? 一則不急之務, 一則無用之費, 非新政之所宜行, 今日之所宜先也。 昔韓愈論佛氏之害曰: "人其人, 火其書, 廬其居, 明先王之道以道之, 其亦庶乎其可。" 縱未能火之, 又從而購之乎? 借曰: "是書, 有補於人, 國家不可不求。" 則凡寺社所藏, 都監所刊, 固應足矣, 不必汲汲補亡, 具千函、萬軸之數也。 臣等之心以爲, 刊經可罷也, 購經可停也。 向嘗請罷刊經, 未蒙賜可, 今聞購經, 憤不自勝。 政恐荒誕之說, 日益滋蔓, 誤當時而陷後世, 官以諫爲名, 不敢不言。 伏願殿下, 特命停止, 幷罷刊經, 以遠邪侫之說, 以慰一國人人想望之心, 幸甚。

不聽。 壽寧等復再三論啓, 竟不聽。 是日, 獻納柳文通, 終無一言而退。


  • 【태백산사고본】 2책 9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8책 550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상-불교(佛敎)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