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문관 부제학 김지경 등이 상소하여 불경을 사오지 말 것을 청하다
예문관 부제학(藝文館副提學) 김지경(金之慶) 등이 상소(上疏)하기를,
"그윽이 듣건대 사은사(謝恩使)로 하여금 불서(佛書)를 사 오게 한다는데, 신 등은 그것이 나라에 이익이 되는지 백성들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근래 국가에서 연고(緣故)가 많고 대휼(大恤)098) 이 서로 잇달았으나, 불씨(佛氏)가 나라에 능히 이익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였으며, 해마다 곡식이 익지 못하고 굶주려 죽는 자가 서로 잇달았으나, 불씨(佛氏)가 백성들에게 능히 이익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나라에 있어서나 백성들에게 있어서 하나도 이익이 없었으니, 비록 옛날 장서(藏書)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태워버려야 하는데, 어찌 반드시 재물을 허비하여 멀리 중국(中國)에서 사겠습니까? 전하께서 즉위(卽位)하신 이래로 문교(文敎)를 먼저 내세우고 날마다 경연(經筵)에 납시고, 모든 시행하는 바도 문득 옛것을 따르시니, 한 나라의 신민(臣民)들이 다 유신(維新)의 정치를 바라고 있는데, 금일의 시대에 곧 이러한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빨리 내리신 명령을 거두시어 사악(邪惡)하고 요망한 근원을 조절시키소서. 신 등이 삼가 경연(經筵)을 모시고 옳고 그른 것을 말씀드리면서 날마다 요(堯)임금·순(舜)임금을 흠모한 지가 오래인데, 의리상 감히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어서 삼가 죽음을 무릅쓰고 아룁니다."
하니 임금이 전지(傳旨)하기를,
"이 일은 선왕(先王) 때부터 시행한 지가 오래 되었으니, 이를 구(求)한들 어찌 해(害)가 되겠는가?"
하였다. 김지경이 아뢰기를,
"신 등이 비록 언관(言官)의 책임이 없다고 하지만 경연(經筵)의 직(職)을 차지하고 있으니, 의리상 마땅히 성현(聖賢)의 뜻을 구명(究明)하여 성치(聖治)를 도와야 하는데, 지금 처음 정사(政事)를 펴는 때를 당하여 불경(佛經)을 사 오는 것은 매우 불가(不可)한 일입니다."
하니 임금이 전지(傳旨)하기를,
"대왕 대비(大王大妃)께서 이를 구(求)하시니 나는 어찌할 수가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9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8책 54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상-불교(佛敎) / 외교-명(明) / 출판-서책(書冊)
- [註 098]대휼(大恤) : 국휼(國恤).
○藝文館副提學金之慶等上疏曰:
竊聞令謝恩使, 購求佛書, 臣等未審爲其利於國耶? 利於民耶? 邇來, 國家多故, 大恤相仍, 未見佛氏之能利於國也; 年穀不登, 餓莩相望, 未見佛氏之能利於民也。 於國、於民, 一無利焉。 雖有舊藏, 在所焚棄, 何必費財, 遠購於上國乎? 殿下卽位以來, 首闡文敎, 日御經筵, 凡所施爲, 動遵古昔, 一國臣民, 咸仰維新之治, 不謂今者, 乃有此事也。 伏望, 亟收成命, 以絶邪妄之根。 臣等忝侍經幄, 陳說是非, 日以堯、舜望殿下, 義不敢緘默, 謹昧死以聞。
傳曰: "此事, 自先王行之久矣。 求之何害?" 之慶啓曰: "臣等雖無言責, 職忝經筵, 義當究聖賢之旨, 以補聖治。 今當初政, 購求佛經, 甚不可。" 傳曰: "大王大妃求之, 予不得已也。"
- 【태백산사고본】 2책 9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8책 54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상-불교(佛敎) / 외교-명(明)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