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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7권, 성종 1년 8월 25일 경오 3번째기사 1470년 명 성화(成化) 6년

일본 국왕 원의정이 보낸 심원동당 등이 글을 갖고 내빙하다

일본 국왕(日本國王) 원의정(源義政)이 보낸 심원 동당(心苑東堂) 등이 내빙(來聘)하였다. 그 글에 이르기를,

"조선 국왕 전하에게서 온 글의 뜻은 지혜가 높고 밝아, 해가 비치어 임하는 것 같고 봄이 따스하게 기르는 것 같아서, ‘크게 뚜렷한 저 은하수가 하늘에 빛난다.’고 한 것은 이를 이름인가 합니다. 신(臣) 중[僧] 수린(壽藺)송견(松見)이 황화(皇華)의 임무를 잘 수행하여 부상(扶桑)의 도성(都城)에 사무치게 하니, 천리에 민민(忞忞)676) 함을 전하는 것이 또한 기쁘지 아니하겠습니까? 상국의 명승지를 들건대 산은 금강(金剛)이라 하고 절은 유점사(楡岾寺)라 하니, 이는 담무갈 보살(曇無竭菩薩)이 설법(說法)한 곳입니다. 거가(車駕)가 산에 들어가니 우화(雨華)677) 가 땅을 움직이는 상서가 나타나고, 면류(冕旒)가 세상에 빛나니 상서로운 구름과 단 이슬[甘露]의 상서를 보였습니다. 성덕(聖德)의 감화는 보통 사람 정성의 1만 배나 됩니다. 당(唐)나라 헌종(憲宗)이 사리(舍利)를 예법으로 대하니 경사스러운 구름이 나타났고, 송(宋)나라 철종(哲宗)난야(蘭若)678) 를 수리하니 단 이슬이 내렸습니다. 옛날 것을 가지고 지금을 비교해 보면 그 법도는 하나입니다. 《화엄론(華嚴論)》에 이르기를, ‘화장(華藏)679) 20겹 세계의 그 첫째번에 금강륜(金剛輪)의 산이 있는데, 조화(造化)가 여기에 모여서 빼어났으며, 파려(玻瓈)680) 구름과 파려 달이 아승지(阿僧祗)681) 의 누각을 장식하고, 유리(瑠璃)682) 물과 유리 가지가 마하연(摩訶衍)683) 의 언덕을 둘러싸고 있다.’ 하였습니다. 대개 담무갈 대사(曇無竭大士)에게 준 금강의 땅으로, 일다(一多) 사이에 섭입(涉入)하여 원만하고 융통스러움이 펼쳐질 것인데, 이에 수리(修理)와 조영(造營)을 더하여서 더욱 빛나는 장식을 보태었으니, 이것은 모든 영화와 부귀, 그리고 나라를 편안히 하고 백성을 이롭게 하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리 나라는 여러 해 동안 간사한 도적이 난리를 일으켜서 비록 방패 위에 먹을 간다[楯上磨墨]684) 고 하나 자루 속에서 무기를 휘두르는 데에도 미치지 못하여, 수도(首都)의 사원(寺院)과 관청의 창고가 모두 초토(焦土)로 화하였으니, 무릇 일곱 가지 환란(患亂)과 세 가지 재앙의 때가 된 것입니까? 이로 인하여 조선의 금인(金印)을 잃어버렸으니, 그 보물이 어찌 배진공(裵晉公)이 인(印)을 잃고 묻지 않은 도리와 같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중 수린에게 다시 금인을 내려 주시어 영구히 인호(隣好)를 닦게 하시면 이보다 더 큰 다행이 없겠습니다. 오직 때는 맹춘(孟春)이나 매화를 꺾어서 귀국에 보낼 겨를이 없습니다. 나라가 크게 평안하기에는 날짜가 걸릴 것 같으니, 명초(蓂草)685)요(堯)임금의 뜰에서 부는 바람과 함께한 상서(祥瑞)가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선물 약간을 별폭에 기록합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7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8책 526면
  • 【분류】
    외교-왜(倭)

  • [註 676]
    민민(忞忞) : 사모하는 마음.
  • [註 677]
    우화(雨華) : 모든 보살이 큰 법리(法利)를 얻을 때에 공중에서 만다라화(曼陀羅華)가 내리는 것.
  • [註 678]
    난야(蘭若) : 절의 별명.
  • [註 679]
    화장(華藏) : 연화장 세계(蓮華藏世界)를 줄인 말로 모든 불세계(佛世界)를 일컬음.
  • [註 680]
    파려(玻瓈) : 칠보(七寶)의 하나.
  • [註 681]
    아승지(阿僧祗) : 무량(無量)의 뜻.
  • [註 682]
    유리(瑠璃) : 칠보(七寶)의 하나.
  • [註 683]
    마하연(摩訶衍) : 대승교(大乘敎).
  • [註 684]
    방패 위에 먹을 간다[楯上磨墨] : 평화 정책을 시도함.
  • [註 685]
    명초(蓂草) : 명협(蓂莢)을 말하며, 요(堯)임금 때 조정의 뜰에 난 서초(瑞草)를 이름인데, 초하룻날부터 매일 한 잎씩 나서 자라고 열엿새째부터 매일 한 잎씩 져서 그믐에 이르므로, 이것을 보고 달력을 만들었다 함.

日本國王源義政, 遣心苑東堂等來聘, 其書曰:

朝鮮國王殿下來書之旨, 睿知高明, 如日照臨, 似春煦育, 倬彼雲漢, 爲章于天, 其此之謂乎? 臣僧壽藺松見, 能盡皇華之美, 以達扶桑之都, 而傳千里忞忞者, 不亦悅哉? 玆承上國之佳勝, 山曰金剛, 寺楡岾, 曇無竭菩薩說法之地也。 車駕入山, 現雨華、動地之瑞; 冕旒輝世, 呈矞雲、甘露之祥。 聖德所感, 萬倍恒情。 憲宗, 禮舍利, 而慶雲見; 哲宗, 修蘭若, 而甘露降。 以古視今, 其揆一也。 《華嚴論》云: "華藏二十重世界, 其第一有金剛輪之山, 造化鍾秀于此。 玻瓈雲、玻瓈月, 賁阿僧柢之樓; 璃瑠水、瑠璃枝, 繞摩訶衍之岸。" 蓋與曇無竭大士之金剛地, 一多涉入行布圓融者也。 玆加修營, 益增光飾, 此獲雜華富貴, 安國、利民之善果必矣。 我國累年姦賊作亂, 雖云楯上磨墨, 未及橐中揮金, 洛之寺院、官之藏庫, 盡化鬱攸之土, 夫際七火、三災之時乎? 是故, 朝鮮金印旣失, 其寶奚媲裵晋公失印不問之道耶? 伏希, 附僧壽藺, 再賜金印, 永修隣好, 幸莫大焉。 推時孟春, 未遑折梅, 擬越國之贈。 太平有日, 庶幾指蓂同階之風。 惠物若干, 錄於別幅。


  • 【태백산사고본】 2책 7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8책 526면
  • 【분류】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