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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6권, 성종 1년 7월 11일 정해 3번째기사 1470년 명 성화(成化) 6년

대간이 합사하여 김정광을 죽일 것을 청하였으나 듣지 않다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한치형(韓致亨) 등과 사간원 대사간(司諫院大司諫) 김수녕(金壽寧) 등이 상소(上疏)하기를,

"신 등이 그윽이 엎드려 생각하건대, 김정광(金廷光)은 조정(朝廷)에 대하여 비유하면 창해(滄海)의 외로운 기러기와 같으니, 모이더라도 바닷물이 많아지지 아니하며 날아가도 바닷물이 작아지지 아니하므로, 이른바 그가 있든 없든 〈조정에〉 무관한 자라는 것입니다. 장죄(贓罪)를 범한 것이 이미 많고 법을 기만한 것이 또한 심하였으니, 안율(按律)하여 법대로 그를 죽이는 것이 마땅합니다. 전하께서 즐겨 죄를 더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찌 천지(天地)가 더러운 것을 포용(包容)하는 도량으로서 장물죄(贓物罪)를 범하여 때가 묻은 조신(朝紳)577) 을 차마 죽이지 아니하고 모두 살려서, 죽이지 아니하는 인정(仁政)을 널리 펴는 것이겠습니까? 듣건대, 옛날의 성인(聖人)으로서 우순씨(虞舜氏)578) 보다 어진 자가 없었다는데도, 탐오(貪汚)하고 재주가 없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제거하였으니, 이것이 대개 사흉(四凶)579) 을 죽인 것이며, 천하(天下)가 모두 복종한 까닭이고, 후세(後世)에서 법(法)받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어찌 위로 우순(虞舜)을 본받지 아니하고, 이에 이러한 작은 은혜를 행하고자 하십니까? 송(宋)나라 태종조(太宗朝)구준(寇準)이 가뭄으로 인하여 조정(朝廷)에서 형벌(刑罰)의 편파(偏頗)된 상황을 말하니, 태종(太宗)이 불러서 이를 물었는데, 구준(寇準)이 말하기를, ‘아무개의 아들 갑(甲)은 장죄(贓罪)를 범한 것이 약간(若干)으로 작았으나, 그 죄는 죽음에 이르렀고, 참지 정사(參知政事) 왕면(王沔)은 그 아우 왕회(王淮)가 자기가 지키는 재물을 도둑질한 것이 천만(千萬) 이상에 이르렀으나, 도리어 죽음을 면할 수가 있었으니, 편파된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김정광을 죽이지 아니한다면 그만이겠으나, 다시 김정광과 같은 자가 있을 때에 이를 죽인다면 편파한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요, 죽이지 아니한다면 고식(姑息)하다는 잘못을 범할 것인데, 편파한 고식은 모두 왕정(王政)에서 크게 공명(公明)하고 지극히 정대(正大)한 대체(大體)는 못됩니다. 하물며 김정광은 바로 의정(議政) 김국광(金國光)의 아우이니, 죽음을 면할 수 있다면, 원근(遠近)에서 이를 듣고 반드시 전하께서 김국광에게 사정(私情)을 써서 국법(國法)을 굽힌 것으로 여길 것인데, 어찌 왕자(王者)가 삼무사(三無私)580) 의 도리를 받든다고 하겠습니까? 먼 황벽지(荒僻地)의 작은 관리(官吏)가 탐오(貪汚)하는 것은 담장이나 벽을 뚫는 좀도둑과 같은 것인데도 모두 왕정(王政)에서 반드시 국문(鞫問)하는 바인데, 하물며 연곡(輦轂)581) 아래의 부고(府庫) 가운데에 이같은 큰 도적(盜賊)이 있었으니, 좀도둑질하는 것보다 천만배나 더한데도 천토(天討)를 가하지 아니한다면, 천의(天意)가 아닐 듯합니다. 지금 한 사람의 김정광을 죽인다면 백 사람의 김정광 같은 자가 모두 바라다보고 옷깃을 바로잡아서 피할 것이요, 용렬(庸劣)한 재주의 사람들도 모두 동화(同化)되어 청렴한 관리가 될 것이며 한 사람의 김정광을 용서한다면 오늘 한 사람의 김정광을 살리는 것이 내일 또 한 사람의 김정광과 같은 자를 살리게 될 것이므로, 장차 더러운 흙을 향낭(香囊)에 가득채우고, 꼴[菉]과 도꼬마리[葹]를 방에 가득 채우는 꼴이 될 것이니, 청명(淸明)한 조정(朝廷)에서 마땅히 용납할 바가 아닙니다. 신 등이 삼가 망령되고 용렬한 자질로써 언로(言路)를 그릇 더럽히며, 용어(龍御)의 초정(初政)을 당하여 한 마디 말도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위로 성화(聖化)를 보필하고 구구하게 이와 같이 논하여 열거하는 것은, 전하께 형살(刑殺)하도록 인도(引導)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국법을 중하게 아껴서 이를 고집할 뿐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 다행히 세 번 생각하여 주심을 더하여서 김정광을 중한 형벌에 처하여 왕법(王法)을 밝게 보인다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하니 전지하기를,

"대간(臺諫)의 말은 옳다. 그러나 이미 종[奴]으로 삼았고, 다만 죽이지 아니하였을 뿐이다."

하였다. 대간(臺諫)에서 다시 자자(刺字)하기를 청하였으니, 전지(傳旨)하기를,

"조관(朝官)으로서 종이 되었으면 족(足)하지 자자할 수는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8책 517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 재정-공물(貢物)

  • [註 577]
    조신(朝紳) : 조정의 벼슬아치. 조관(朝官).
  • [註 578]
    우순씨(虞舜氏) : 순(舜)임금.
  • [註 579]
    사흉(四凶) : 공공(共工)·환도(驩兜)·삼묘(三苗)·곤(鯀)의 네 사람.
  • [註 580]
    삼무사(三無私) : 하늘·땅·일월(日月)에 대해서 임금이 정사(政事)를 공평하게 하는 것.
  • [註 581]
    연곡(輦轂) : 임금의 수레. 곧 임금이 있는 왕도(王都).

○司憲府大司憲韓致亨等、司諫院大司諫金壽寧等上疏曰:

臣等竊伏思之, 廷光之於朝, 譬如滄海之隻雁, 集不爲多, 飛不爲少, 所謂無關於有無者也。 犯贓旣多, 慢法又甚, 按而誅之, 於法爲允。 殿下所以不肯加之罪者, 豈以天地包荒之量, 贓汚含垢, 不忍朝紳蒙戮, 於以廣竝生不殺之仁耶? 聞古之聖人, 莫仁於虞舜氏, 而有貪饕、不才者, 悉除去之。 此蓋四凶之誅, 所以天下咸服, 而後世可法者也。 殿下何不上法虞舜, 而乃欲行此小惠耶? 太宗寇準, 因旱, 言朝廷刑罰偏頗狀, 太宗召問之, 曰: "某子甲犯贓若干少爾, 罪至死; 參知政事王沔, 其弟盜主守財, 至千萬以上, 顧得不死, 非偏而何?" 今不誅廷光則已矣, 復有廷光者, 誅之則傷於偏頗, 不誅則失於姑息。 偏頗、姑息, 皆非王政大公、至正之體。 況廷光, 乃議政國光之弟, 而得不死, 遠近聞之, 必以殿下私國光而屈國法。 豈王者奉三無私之道耶? 彼遐荒僻地小吏之汚, 若穿窬之盜, 皆王政所必問, 況輦轂之下, 府庫之中, 有此大盜, 其出於穿窬萬萬, 而天討不加焉, 恐非天意。 今誅一廷光, 則百廷光, 皆望風斂衽而避, 庸庸之才, 皆化爲廡吏; 赦一廷光, 則今日生一廷光, 明日生一廷光, 將使糞、壤充幃, 菉、葹盈室, 非淸明之朝所宜容也。 臣等俱以妄庸, 謬玷言路, 屬當龍御之初, 愧無一言, 上裨聖化, 區區爲是論列者, 非欲導殿下以刑殺也, 誠重惜國法, 執之而已矣。 伏願, 殿下幸加三思, 將廷光置之重典, 昭示王法, 幸甚。

傳曰: "臺諫言之是也。 然已爲奴, 但不死耳。" 臺諫更請刺字, 傳曰: "朝官而爲奴足矣。 不可刺字。"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8책 517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 재정-공물(貢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