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한치형과 대사간 김수녕 등이 성임을 추국할 것을 청하였으나 듣지 않다
사헌부 대사헌 한치형(韓致亨) 등과 사간원 대사간 김수녕(金壽寧) 등이 상소하기를,
"어제 성임(成任)이 뇌물을 받고 벼슬을 판 일을 가지고 국문하기를 청하였던 바, 윤허를 받지 못하였으니 분격(憤激)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신 등이 그윽이 생각하건대, 예의 염치(禮義廉恥)는 나라의 사유(四維)392) 인데, 이것이 잘 시행되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해이하면 나라가 어지러워지니, 다스려지고 어지러워지는 것이 항상 여기에 달려 있으므로, 옛 성제 명왕(聖帝明王)은 이를 신중히 하여 풍속을 보호하기를 원기(元氣)를 보호하는 것과 같이하고, 명절(名節)393) 을 중히 여기기를 신(神)을 중히 여기는 것처럼 하며, 세상을 다스리는 데에는 순박(淳朴)하게 하려고 하고 탐오(貪汚)하게 하려고 하지 아니하며, 사람을 쓰는 데에는 차라리 어리석은 이를 쓸지언정 탐(貪)하는 이를 쓰지 아니하여 처음부터 사유(四維)를 우선(優先)하지 아니함이 없었으며, 신하가 조정에서 벼슬하는 것도 역시 그러하였습니다. 비록 백 사람의 재주를 겸하였다 할지라도 염우(廉隅)394) 가 한번 허물어지면 나머지는 볼 것이 없습니다. 금(金)을 사양하고 겸(縑)395) 을 물리치는 것은 읍리(邑吏)도 그렇게 하는 것인데, 하물며 대신이겠습니까? 대신이란 것은 성상께서 신임하는 바이고, 하민(下民)이 다 우러러보는 바로서 청렴결백하게 있을지라도 오히려 감당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것인데, 하물며 흐리고 어두움이 있으면 남에게 모범을 보이겠습니까? 삼가 살피건대, 성임이 일찍이 이조 판서가 되어 남의 집을 받고 벼슬을 주어 재리(財利)를 탐해 싫어함이 없고, 나라의 정권을 농락하여 작명(爵命)396) 을 기화(奇貨)로 삼아 이(利)를 그물질하고 넘치도록 거두어 뜻대로 아니함이 없었습니다. 무릇 남의 재물을 훔치는 것도 도둑이라고 이르는데, 하물며 임금의 권세를 훔쳐서 스스로 그 집을 보태는 자이겠습니까? 마땅히 장오죄(贓汚罪)에 처하여 국법(國法)을 밝히고 하나를 처벌하여 백사람을 경계하여서 장래의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인데, 성상께서는, ‘대신이 반드시 이러하지 아니할 것이고, 또 일이 애매하여 조사하기 어렵다.’ 하시고, 추국(推鞫)을 허락하지 아니하시니, 신 등은 그윽이 의혹합니다. 무릇 천하에 착한 사람이 적고 착하지 아니한 사람이 많으며, 청렴한 자는 얼마 없고 탐하고 더러운 자가 항상 많으니, 어찌 성임이 과연 탐하지 않았다고 보증하겠습니까? 가령 주택은 많은 사람의 눈을 가리기 어려운 물건이므로 뇌물로 쓸 수 없다고 한다면, 자녀(子女)의 옥백(玉帛)397) 과 거마(車馬)·기완(器玩)은 세리(勢利)에 붙는 자가 모두 뇌물로 쓰는데, 어찌 홀로 주택만 쓰지 않는다고 의심하겠습니까? 주는 자도 이(利)를 탐하는 것이고 받는 자도 이(利)를 탐하는 것이니, 이 물건을 쓰는 것이 괴이하지 아니합니다. 또 성임이 뇌물을 받은 일은 홍윤성(洪允成)이 승정원(承政院)에서 선언하였기 때문에 성상 앞에 상달되었으니, 홍윤성은 대신인데 성상을 위해 대신의 일을 말하면서 어찌 무망(誣妄)한 일을 끌어 거짓말을 만들어서 성상을 속이겠습니까? 만약 홍윤성의 말이 옳으면 성임은 하루라도 조정에 있지 못할 것이고, 집을 바친 자 또한 하루라도 얼굴을 들고 관(官)에 있을 수 없습니다. 홍윤성의 말이 거짓이라면 성임은 마땅히 장오(贓汚)의 더러움을 씻어야 할 것이고, 홍윤성도 마땅히 망령된 죄를 받아야 할 것이니, 엄하게 분변하여 밝힐 것이며, 그만 둘 수 없는 것입니다. 아아! 인사 행정이 뇌물로 이루어지면 나라의 복(福)이 아니며, 법은 귀(貴)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야 아랫사람이 경계할 줄 아는 것입니다. 이를 징계하지 아니하면 법을 시행할 수 없으니, 엎드려 바라건대, 성상께서 결단하여 성임을 유사(攸司)에 내려 명확히 신문하여 실정을 알아내어서 나라의 법을 바로잡고, 사유(四維)를 시행하며, 풍속을 가다듬으면 이보다 더 한 일이 없습니다."
하였다. 상소가 올라가자 전교하기를,
"홍윤성은 성임이 집을 받은 일을 친히 본 것이 아니며, 또 아무 사람[某人]이라고 지적해 말하지도 아니하였는데, 무엇을 근거로 추핵하겠느냐? 너희들이 상소에 성임을 지적해서 말한 것은 애매(曖昧)하다."
하니 대간(臺諫)에서 다시 아뢰기를,
"홍윤성은 대신인데, 대신으로서 대신의 일을 말하였으니, 반드시 거짓이 아닙니다. 청컨대 모름지기 추핵하여 그 진위(眞僞)를 분변하게 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홍윤성은 다만 전해 들은 것을 말한 것이고, 성임을 가리켜 말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5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8책 500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
- [註 392]사유(四維) : 네 벼리. 즉 네 강령(綱令).
- [註 393]
명절(名節) : 명분과 절의.- [註 394]
염우(廉隅) : 염치.- [註 395]
昨日, 將成任受賄賣官狀請鞫, 未蒙允可, 不勝憤激之至。 臣等竊惟, 禮義廉恥, 國之四維。 張之則治, 弛之則亂。 治亂之分, 恒由於斯, 故古之聖帝、明王, 愼之重之。 護風俗, 如護元氣; 重名節, 如重鬼神。 其撫世也, 欲其淳, 不欲其汚; 其用人也, 寧使愚, 不肯使貪, 未始不以四維爲先。 人臣之立朝亦然。 雖兼百人之才, 廉隅一虧, 餘無足觀。 辭金推縑, 邑吏猶然, 況大臣乎? 大臣者, 上所倚重, 下所具瞻, 以皓皓居之, 猶懼不堪, 況渾渾闇闇, 何以示人? 謹按, 任以嘗爲吏曹判書, 受人第宅, 濫授官爵, 貪惏無厭, 竊弄國柄, 以爵命爲奇貨, 罔利取盈, 無不如意。 夫竊人之財, 猶謂之盜, 況竊君上之權, 以自封其家乎? 正宜坐以贓汚, 昭示邦憲, 罰一警百, 垂鑑將來。 而聖上以爲: "大臣必不有此。 且事出曖昧, 理難究竟。" 不許推鞫, 臣等竊惑焉。 夫天下之善人少, 不善人多; 廉介者無幾, 而貪鄙者常夥。 安保其任之果不爲貪墨乎? 借曰第宅, 萬目難掩之物, 勢不可用以爲賂, 則子女、玉帛、車馬、器玩, 凡趨走利勢者, 皆用之。 何獨至第宅而訝之乎? 予者走於利, 受者走於利, 無怪其用是物也。 且任受賂事, 因洪允成宣言於承政院, 以至達於上前。 允成大臣也, 爲上道大臣之事, 豈肯捃摭誣妄, 虛捏爲辭, 以誑聖上耶? 使允成之言是, 任不可一日復立朝; 其納第宅者, 亦不可一日靦顔在官。 使允成之言爲誣, 任當洗贓汚之累, 允成亦當抵妄冒之罪, 在所痛辨, 不容但已也。 嗚呼! 政由賂成, 非國之福; 法自貴始, 下者知戒。 此而不懲, 無以示法。 伏望睿斷, 下任于攸司, 明訊得情, 以正國典, 以張四維, 以勵風俗, 不勝幸甚。
疏上, 傳曰: "允成非親見任受家之事, 亦非指言某人, 何據推之? 爾等之疏, 指言成任, (暖)〔曖〕 昧也。" 臺諫更啓曰: "允成, 大臣也。 以大臣, 言大臣事, 必不虛也。 請須推之, 辨其眞僞。" 傳曰: "允成, 但以傳聞言之, 非指言成任也。 勿更言。"
- 【태백산사고본】 1책 5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8책 500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
- [註 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