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조 좌랑 최숙정이 고알의 금지 살인 강도 가족의 형량 감면 등을 청하다
형조 좌랑(刑曹佐郞) 최숙정(崔淑精)이 상소하기를,
"신이 엎드려 보건대, 이제 비가 적기에 오지 아니하여 성상께서 깊이 두려워하여 자기의 허물이라고 스스로 꾸짖고, 전교를 내려 구언(求言)335) 하니, 과실을 듣고 그 재앙을 막으려고 하십니다. 신이 되풀이하여 생각하건대, 수재(水災)와 한재(旱災)는 역대(歷代)에서 면하지 못한 바요, 감응(感應)하는 이치는 옛사람도 밝히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대저 임금이 하늘을 두려워하여 공경하고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어진 마음이 있는데도 혹시 수재(水災)와 한재(旱災)를 만나는 것은 하늘이 임금을 사랑하여 깨우쳐서 두렵게 하는 데에 불과합니다. 임금이 하늘을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어진 마음이 없어서 수재와 한재가 있으면, 이는 하늘이 꾸짖어 고하는 것이 깊습니다. 상(商)나라에는 성탕(成湯)이 있었고 주(周)나라에는 선왕(宣王)이 있었는데, 하나는 육사(六事)336) 로써 스스로 꾸짖었고 하나는 몸을 조심하고 행실을 닦았으니, 이는 모두 자기의 과실을 꾸짖었기 때문에 한재가 상나라와 주나라를 병들게 하지 못한 것이며, 하(夏)나라의 정치를 혁명하여 중흥(中興)한 아름다움을 이제까지 칭송하는 바입니다. 이제 우리 성상께서 새로 보위(寶位)에 오르사 먼저 언로(言路)를 열어서 나무하고 꼴 베는 사람의 말이라도 반드시 채택하고 비근(卑近)한 말이라도 반드시 살펴서 묵은 폐단을 개혁하여 서정(庶政)을 일신(一新)하니, 억만 백성이 목을 늘이고 눈을 닦으며 태평한 다스림을 바라고 있는데, 3월부터 이제까지 비가 내리지 아니하여 보리는 이삭이 패지 아니하고 씨도 땅에 넣지 못하여 성상의 마음을 괴롭게 하니,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신은 진실로 하늘의 마음이 전하를 사랑하여 장차 전하의 뜻을 굳게 하려고 함인 줄 압니다. 신이 감히 화기(和氣)를 손상하리라고 의심할 만한 것을 뽑아서 구언(求言)하기를 목마른 것처럼 하는 교시에 부응(副應)하지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가만히 보건대, 근년 이래로 고알(告訐)337) 하는 풍속이 성하여 혹은 상주는 것을 바라고, 혹은 사감(私憾)을 가지고서 ‘아무 사람이 아무 일을 말하였으니, 이는 휘(諱)하는 일에 저촉된다.’ 하고, 혹은 ‘아무 사람은 아무 물건을 가졌으니, 이는 도둑이다.’ 하고, 바로 승정원에 나아가서 거짓으로 꾸며 아뢰니, 이에 선전관(宣傳官)과 부장(部將)이 바로 민간에 달려가서 남녀(男女)를 불문하고 모두 다 엮어 잡아서 연명(聯命)으로 기록하여 계달합니다. 집에는 집을 지킬 사람이 남지 아니하여 재물은 벌써 빈 것을 엿보는 도둑의 손에 들어가고, 그 일이 유사(有司)에 넘어가면 삼목(三木)338) 으로 채워서 옥(獄)에 가두니, 저려도 움직일 수 없고 가려워도 긁을 수 없습니다. 비록 조사하여 죄가 없는 자일지라도 유사(有司)에서 다투어 깊이 추궁하며 말하기를, ‘계하(啓下)한 일은 경솔하게 할 수 없다.’고 하고, 취모멱자(吹毛覓疵)339) 하여 백단(百端)으로 캐어 물어서 죄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치에 곧은 자가 있으면 보고하여 석방하나, 열흘이 지나고 불행히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단서가 있으면 고신(栲訊)하기를 청하여 행하니, 마침내 석방된다 할지라도 벌써 완전한 살이 없고 살림이 또 탕진하였으므로, 이로 인연하여 생명을 상하는 자가 어찌 없겠습니까? 이와 같으면 사감(私憾)을 가진 자를 위해서는 원수를 갚는 것이니, 그 억울함이 어찌 적다고 하겠습니까? 이러고서도 태화(太和)340) 가 상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은 믿지 못하겠습니다.
근년 이래로 강도(强盜)의 처자(妻子)를 변군(邊郡)에 정속(定屬)시키고 그 가운데 살인한 자는 그 아들까지 죽이니, 이는 진실로 간악한 자를 징계하고 시폐(時弊)를 구제하는 권도(權道)의 방책입니다. 대저 사람으로서 생명을 아낄 줄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강도를 죽여 용서할 수는 없는 것은 비록 삼척 동자(三尺童子)라도 모두 아는 바인데, 반드시 죽을 것을 알면서도 죄를 범하기를 그치지 아니하니, 이는 이른바 ‘모든 백성이 이를 원망하지 않는 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비록 가족을 다 죽이는 형벌을 행할지라도 불쌍할 것이 없으나, 자신의 생명조차 아끼지 아니하는 자가 어찌 또 그 아들의 죽음을 아끼고, 아내의 고통을 불쌍히 여겨 그 악한 마음이 변하겠습니까? 또 어찌 아내가 금하고 아들이 간(諫)함으로써 그 어질지 못한 마음이 사라지겠습니까? 신은 결단코 그렇게 되지 못할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비록 죽여도 그 죄가 남으나, 그 처자는 마땅히 용서해야 할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변경으로 옮긴 백성이 도망해 온 자도 죽이고 용서하지 아니하니, 무릇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사람의 상정(常情)으로서 친척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생각은 달관자(達觀者)라도 면치 못하는 바인데, 하물며 무지한 백성이겠습니까? 잠시 배치된 곳을 떠나서 잠깐 고향에 돌아오면 문득 도망한 백성으로 일컫고 따라서 형벌하니, 범한 자가 만일 도둑질한 무리라면 이처럼 해도 가하겠지만, 이들 평민은 어찌 원통하지 아니하겠습니까?
예전에 사람을 형벌하는 데 반드시 가을을 기다렸던 것은 천시(天時)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근년에 가을을 기다리는 법이 이미 폐지되었고 첫여름달에 사람을 형벌하니, 신은 천도(天道)에 어긋남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한 계집이 억울함을 품으면 6월에도 서리가 내리고, 한 남자가 분함을 맺으면 3년이 가문다.’고 하였으니, 한 개의 작은 물건도 족히 슬플 만한 것이 있는데, 신의 본 바로써 어찌 마음이 상하지 아니하겠습니까? 그러하면 오늘의 한재는 비록 하늘이 전하를 사랑하는 데서 나왔을지라도, 전하는 재앙이 일어나는 연유를 생각지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예전에 경공(景公)은 임금다운 말을 하니 형혹성(熒惑星)341) 이 3사(舍)342) 를 물러가고, 〈당(唐)나라〉 태종(太宗)이 백성을 중히 여기는 정성이 있으니 황충(蝗蟲)과 가뭄도 재앙이 되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전하의 어질고 착한신데도 오늘의 재앙이 있으니, 하늘이 상(商)나라 성탕(成湯)과 주(周)나라 선왕(宣王)을 돕는 바대로 오늘을 돕지 아니하겠습니까?"
하였다. 상소가 들어가자 원상(院相)에게 명하여 의논하게 하니, 신숙주(申叔舟)·한명회(韓明澮)·구치관(具致寬)·최항(崔恒)·조석문(曺錫文)·김질(金礩)·윤자운(尹子雲)·김국광(金國光)이 의논하기를,
"고알(告訐)을 금하는 것은 이미 중외에 하유(下諭)하였고, 변경에 옮긴 백성이 도망하는 것은 법(法)이 엄하지 아니하면 반드시 모두 도망해 흩어질 것이니, 그 법은 가볍게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때에 임하여 그 정상(情狀)의 경중(輕重)에 따라 형량을 감해서 죄를 과(科)할 것입니다. 살인 강도의 아들은 사형을 감하고 그 아내와 아울러 먼 변경에 정속(定屬)시키는 것과 사람을 형벌하는 것을 가을을 기다려서 행하는 일은, 그 상소에 따라 율(律)에 의거하는 것이 편(便)하겠습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책 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8책 494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법제(法制)
- [註 335]구언(求言) : 나라에 재변(災變)이 있을 때 임금이 근신하는 의미에서 시정(時政)의 잘못과 민폐(民弊)에 대한 바른 말을 구하던 제도.
- [註 336]
육사(六事) : 성탕(成湯)이 즉위하니 7년 동안 가뭄이 계속되었으므로, 스스로 재계(齋戒)하고 희생이 되어 상림(桑林)에서 여섯 가지 일을 가지고 스스로 꾸짖었더니, 천리에 구름이 모여들어 수천 리의 땅을 적시었다는 고사.- [註 337]
고알(告訐) : 남의 잘못을 고발하는 것.- [註 338]
삼목(三木) : 옛 형구(刑具). 목과 손과 발에 씌우는 형틀.- [註 339]
취모멱자(吹毛覓疵) : 남의 잘못을 꼬치꼬치 캐어냄.- [註 340]
○刑曹佐郞崔淑精上疏曰:
臣伏覩, 今玆雨澤愆期, 而聖上深自畏懼, 引咎自責, 下敎求言, 冀聞過失, 以弭其災。 臣反覆思之, 水旱之災, 歷代所不免, 而感召之理, 古人所難明。 大抵人君有畏天之敬, 有恤民之仁, 而或遇水旱之災者, 不過天之仁愛人君, 以警懼之也。 人君無畏天之敬, 無恤民之仁, 而乃有水旱之災, 則是天之譴告者深矣。 商有成湯, 周有宣王, 而一則六事自責, 一則側身修行, 是皆責其在己之失。 故旱乾之災, 不能爲商、周之病; 革夏之治, 中興之美, 至今稱頌焉。 今我聖上, 新登寶位, 首開言路, 芻蕘必擇, 邇言必察, 頓革宿弊, 一新庶政。 億兆之民, 延頸拭目, 想望太平之治, 而自三月至于今不雨, 麥不成穗, 種不入土, 以軫聖慮, 其故何歟? 臣固知天心之仁愛殿下, 而將以堅殿下之志也。 臣敢不撮其傷和之疑似者, 以副求言如渴之敎乎? 臣愚竊見, 近年以來, 告訐成風, 或希賞賜, 或挾私嫌, "某人言某事, 是觸諱也。" "某人有某物, 是盜賊也。" 徑詣政院, 誣飾上聞。 於是宣傳官、部將直擣閭閻, 無問男女, 悉皆編拿, 聯錄啓達。 家無餘人之可守, 而財貨已付於覘虛攘取者之手矣。 及其事下有司, 則貫三木, 加連鎖, 幽閉牢獄, 使之痺不得搖, 痒不得搔。 雖按之無實者, 有司競爲深刻曰: "啓下之事, 不可容易爲也。" 吹毛覓疵, 窮詰百端, 間有理直者, 事聞後放, 動踰旬日, 不幸而稍有違端, 則請行拷訊, 終雖獲免者, 已無完肌, 而家産又蕩盡矣。 緣此傷生者, 亦豈無人? 如是則直爲挾私者報怨耳。 其爲冤也, 豈曰淺哉! 如是而太和之不傷, 臣不信也。 近年以來, 强盜之妻子, 定屬邊郡, 而其中殺人者, 誅及其子, 是固懲奸慝, 救時弊之權術也。 夫人莫不知愛其生, 而爲强盜則殺無赦, 雖五尺童子, 亦皆知也。 知其必死, 而爲之不已, 是所謂 "凡民罔不憝。" 者也。 雖行赤族之誅, 亦無可惜。 然彼不愛其生者, 豈復有愛其子之死, 愛其妻之苦, 而變其爲惡之心乎? 又豈以妻之禁、子之諫, 而銷其不仁之念乎? 臣斷知其不能也。 然則其人雖死有餘辜, 妻子在所當宥也。 不特此也, 徙民逃來者, 又殺之無赦。 夫懷土者, 人物之常情, 親戚之戀; 鄕曲之念, 達者所不免, 而況無知之小民乎? 暫離分配之所, 纔還舊土, 遽稱逃民, 從而刑之。 犯之者, 若爲盜之類, 雖如此可也; 自餘平民, 豈非可痛之甚也? 古者刑人, 必竢秋者, 所以順天時也。 近歲待秋之法旣廢, 而於孟夏之月, 乃復刑人, 臣恐有乖於天道也。 古人有言曰: "一女銜冤, 六月飛霜; 匹夫結憤, 三年亢陽。" 一物之微, 有足悲者, 如臣所見, 烏得不傷? 然則今日之旱災, 雖出於天心之仁愛殿下, 殿下可不念災咎之所自歟? 昔景公有人君之言, 則熒惑退三舍; 太宗有重民之誠, 則蝗、旱不爲災。 況殿下之仁聖, 而有今日之災, 詎知天之所以佑商湯、周宣者, 不以佑今日耶?
疏入, 命院相議之。 申叔舟、韓明澮、具致寬、崔恒、曺錫文、金礩、尹子雲、金國光議: "告訐之禁, 已下諭中外。 徙民逃亡者, 法不嚴則必皆逃散, 不可輕其法也。 但臨時隨其情狀輕重, 量減科罪。 殺人、强盜之子減死, 幷其妻邊遠定屬, 刑人待秋事, 從其疏, 依律爲便。" 從之。
- 【태백산사고본】 1책 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8책 494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법제(法制)
- [註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