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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5권, 성종 1년 5월 1일 무인 1번째기사 1470년 명 성화(成化) 6년

모화관에 거둥하여 중국 사신이 가지고 온 조서·고명·칙서를 맞이하다

임금이 모화관(慕華館)에 거둥하였다. 사신(使臣)이 장차 이르게 되자 임금이 익선관(翼善冠)·아청 곤룡포(鴉靑袞龍袍)·홍정(紅鞓)·소옥대(素玉帶)를 갖추고 백관(百官)을 거느리고 조서(詔書)를 맞이하였다. 경복궁(景福宮)에 이르러 사신이 조서(詔書)·고명(誥命)·칙서(勅書)를 내렸는데, 그 조서는 이러하였다.

"짐(朕)이 황제(皇帝)의 위를 계승하여 온 세상을 어루만져 다스리면서, 먼 다른 나라에는 모두 임금을 내세워 그 백성을 다스리게 하고, 대(代)가 바뀌면 봉작(封爵)을 주는 떳떳한 법이 있다. 고(故) 조선 국왕 성(姓) 휘(諱)310) 는 선왕(先王)을 받들고 대국(大國)을 섬기어 충효(忠孝)의 이름이 있었으며, 봉작을 받은 지 해가 지나지 아니하였는데, 부음(訃音)이 갑자기 와서 세상을 떠났다 하니, 생각건대, 이 나라를 다스릴 사람으로는 친(親)하고 어진이에게는 주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 특별히 태감(太監) 김흥(金興)에게 칙서를 가지고 가서 왕의 조카 휘(諱)311) 를 봉하여 조선 국왕으로 삼아 국정(國政)을 이어서 다스리게 한다. 휘(諱)는 진실로 혜장왕(惠莊王)312) 의 손자이니, 본국의 대소 신민(大小臣民)은 한 마음으로 받들어 순종하여 동쪽 나라를 화합하게 하고, 중국의 번병(藩屛)이 되어 너희 선왕의 유업을 떨어뜨리지 말고, 짐(朕)이 너희 나라를 잘 대우하는 뜻에 맞도록 하라."

"짐은 공경히 큰 판도를 이어받아 병한(屛翰)313) 이 융성하도록 힘썼다. 이러므로 먼 나라를 회유(懷柔)하여 가깝게 하고, 일시동인(一視同仁)314) 하는 바이다. 이 동쪽 나라 조선은 세상에서 예의(禮義)를 지킨다 하고 아들이 차례를 이어받고 있으나, 어진이에게 맡기는 것이 또한 마땅하다. 조선 국왕의 조카 성(姓) 휘(諱)는 천성이 총명하고 학문이 일찍 이루어져서 국론(國論)이 그에게 돌아가니, 나라를 이어받음이 마땅하므로 이제 특별히 조선 국왕으로 봉하여 나라 일을 통솔하게 한다. 아아! 오직 정성과 공경으로 수신(修身)할 수 있고, 오직 예의(禮義)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오직 충성으로 대국을 섬길 수 있고, 오직 효도로 종사(宗社)를 보호할 수 있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하여 훈계함을 잊지 말지어다."

또 〈왕비를 책봉하는 고명의〉 제서(制書)는 이러하였다.

"아내를 자기와 같게 함은 인륜(人倫)의 정도(正道)이며, 부인이 남편의 귀(貴)함에 따르는 것은 떳떳한 법이다. 조선 국왕 성(姓) 휘(諱)의 처 한씨(韓氏)는 순(順)한 덕(德)을 닦아서 어진 남편의 짝이 되었다. 남편이 이미 왕위에 올랐으니, 너를 봉하여 종사(宗祀)를 돕게 함이 마땅하다. 이로써 조선국의 왕비(王妃)로 봉한다. 아아! 《계명시(鷄鳴詩)》315) 를 외어서 경계함을 잊지 말고, 《종사(螽斯)》316) 의 경사(慶事)를 넓혀서 이어 전함이 있기를 바란다. 공경히 훈계하는 말에 복종하여 길이 복록(福祿)을 누리라."

칙서(勅書)는 이러하였다.

"표문(表文)을 보니 너의 숙왕(叔王) 휘(諱)가 성화(成化) 5년317) 11월 28일에 훙서(薨逝)하였다 하므로, 이에 특별히 태감(太監) 김흥(金興)행인(行人)318) 강호(姜浩)를 보내어 제문을 가지고 가서 유제(諭祭)하고, 아울러 조서(詔書)를 가지고 너희 나라 사람에게 보여서, 너 휘(諱)를 조선 국왕으로 봉하여 나라 일을 이어 맡게 하고, 아울러 너의 아내 한씨(韓氏)를 봉하여 왕비로 삼는다. 너는 마땅히 선왕(先王)의 사업을 공경히 지켜서 나라를 보호하고 백성을 편하게 하며, 충성을 돈독하게 하여 조정을 섬기고, 신의(信義)를 도탑게 하여 이웃 나라와 화목하게 하며, 절약과 검소함을 몸소 실천하여 재용(財用)을 넉넉하게 하여 동쪽 나라로 하여금 백성이 편하고 재물이 성하여 길이 중국의 울타리와 방패가 되도록 하라. 짐이 너의 가상함을 생각하여 특별히 너와 왕비(王妃)에게 고명(誥命)·면복(冕服)·채폐(綵幣) 등의 물건을 반사(頒賜)하니, 이르거든 영수하라. 국왕에게 내려 주는 물건을 헤아려보면 다음과 같다. 구장 면복(九章冕服) 1부(副), 구류 조추사 평천관(九旒皂皺紗平天冠) 1정(頂) 【옥(玉)·형(珩)·유(旒)·주(珠)·금(金)의 항목을 갖추었다.】 , 구장 견지사 곤복(九章絹地紗袞服) 1투(套) 【모두 7건(件)으로 조(條)가 따랐다.】 , 심청 장화 곤복(深靑粧花袞服) 1건(件), 백소 중단(白素中單) 1건, 훈색 장화 전후상(纁色粧花前後裳) 1건, 훈색 장화 폐슬(纁色粧花蔽膝) 1건 【옥구(玉鉤)를 갖추었다.】 , 훈색 장화 금수(纁色粧花錦綬) 1건, 훈색 장화 패대(纁色粧花佩帶) 1부(副) 【금구(金鉤)·옥(玉)·정(玎)·당(璫)을 갖추었다.】 , 홍백소 대대(紅白素大帶) 1조(條), 옥규(玉圭) 1지(枝) 【대(帒)를 갖추었다.】 , 대홍소 저사석(大紅素紵絲舃) 1쌍(雙) 【버선[襪]을 갖추었다.】 , 대홍 평라 소금 운룡 협포복(大紅平羅銷金雲龍夾包袱) 3조, 주홍 칠소 법복갑(硃紅漆素法服匣) 1좌(座) 【호상(護箱) 등의 물건을 갖추었다.】 , 저사 단번 홍색화(紵絲丹礬紅色花) 1필(匹), 앵가 녹색화(鷪哥綠色花) 1필, 흑록화(黑綠花) 1필, 청화(靑花) 1필, 나소도홍(羅素桃紅) 1필, 소백 지록(素柏枝綠) 1필, 소흑록(素黑綠) 1필, 소청(素靑) 1필, 백세양포(白細洋布) 10필이다. 왕비에게 내려 주는 물건은 다음과 같다. 주취 칠적관(珠翠七翟冠) 1정 【금잠(金簪)·금적(金翟)·보전화결자(寶鈿花結子) 등의 물건을 갖추었다.】 , 삽화 금추자(鈒花金墜子) 1개, 복(服) 1부 【모두 2투인데, 합해서 7건이다.】 ·1투 【합해서 4건이다. 부지(副枝).】 , 대홍소 저사 협대삼(大紅素紵絲夾大衫) 1건, 청저사 채수권 금적계 협배자(靑紵絲綵繡圈金翟鷄夾褙子) 1건, 청선라 채수권 금적계 하피(靑線羅綵繡圈金翟鷄霞帔) 1부, 상아 여홀(象牙女笏) 1지(枝)·1투 【합해서 3건이다.】 , 녹직금화 운견 저사 협단삼(綠織金花雲肩紵絲夾團衫) 1건, 홍암화 저사 협오의(紅暗花紵絲夾襖衣) 1건, 청암화 저사 협군(靑暗花紵絲夾裙) 1건, 침향 색소 예복갑(沈香色素禮服匣) 1좌 【호상(護箱) 등의 물건을 갖추었다.】 홍라 소금 협포복(紅羅銷金夾包袱) 2조(條), 포과 홍견 포복(包裹紅絹包袱) 3조, 면포 표견리협(綿布表絹裏夾) 1조, 숙견단(熟絹單) 2조, 저사 단번 홍색화(紵絲丹礬紅色花) 1필, 앵가 녹색화(鷪哥綠色花) 1필, 흑록화(黑綠花) 1필, 나소도홍(羅素桃紅) 1필, 소백지록(素柏枝綠) 1필, 소흑록(素黑綠) 1필, 소청(素靑) 1필, 백세양포(白細洋布) 10필이다."

또 칙서는 이러하였다.

"이 먼저 건주 삼위 도독(建州三衛都督) 동산(董山)·이만주(李滿住) 등이 하늘을 거역하고 은혜를 배반하여 여러 번 변경을 침범함으로 인하여, 조정에서 장수에게 명하여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쳐 없애려고 하였으나, 그들이 도망쳐 숨을 것을 염려하여 특별히 너희 나라에 신칙하여 군사를 내어 그 후로(後路)를 끊게 하였더니, 너의 선왕(先王)이 능히 칙지(勅旨)에 따라 사람들로 하여금 바로 그 소굴로 들어가서 역적(逆賊) 이만주(李滿住) 등을 사로잡아 죽이고, 사신을 보내어 승첩(勝捷)을 고하여 충순(忠順)의 정성을 갖추어 보였다. 이제 삼위(三衛)의 남은 오랑캐가 죄를 뉘우치고 항복하고서 옛날과 같이 조공(朝貢)하는데, 이에 감히 공공연히 말하기를, ‘조선에 가서 전의 원수를 갚겠다.’고 하므로, 이미 통사(通事)로 하여금 대의(大義)로서 꺾어 말하기를, ‘조선이 순한 자를 돕고 거역하는 자를 토벌한 것은 곧 하늘을 공경하고 대국을 섬기는 일로 직분상 당연한 일인데, 너희들이 자기의 허물은 생각하지 아니하고 원수를 맺고 틈을 열고자 하니, 귀신이 반드시 너희를 돕지 아니하여 너희들은 곧 멸망할 것이다.’ 하였다. 이 오랑캐가 비록 명령을 듣고 갔으나 승냥이 같은 야심(野心)이 반복 무상(反覆無常)하여 미리 방비하지 아니할 수 없으므로, 특별히 왕에게 칙유(勅諭)하여 이 뜻을 알게 하니, 왕은 조심하고 조심하라."


  • 【태백산사고본】 1책 5권 1장 A면【국편영인본】 8책 492면
  • 【분류】
    외교-명(明) / 무역(貿易)

  • [註 310]
    휘(諱) : 이황(李晄).
  • [註 311]
    휘(諱) : 이혈(李娎).
  • [註 312]
    혜장왕(惠莊王) : 세조(世祖).
  • [註 313]
    병한(屛翰) : 제후국·속국.
  • [註 314]
    일시동인(一視同仁) : 중국 황제가 사해(四海)에 있는 백성들을 하나로 보아 골고루 인정(仁政)을 베푸는 것.
  • [註 315]
    《계명시(鷄鳴詩)》 : 《시경(詩經)》 국풍(國風) 제풍(齊風)의 편명. 제(齊)나라 애공(哀公)이 황음(荒淫)하자 현비(賢妃)가 새벽에 닭이 울고 동녘이 밝았으니 정청(政廳)에 나아가라고 권고(勸告)한 데에서 나온 것임. 즉, 왕비(王妃)가 임금이 정사(政事)에 부지런하도록 내조(內助)하는 것을 말함.
  • [註 316]
    《종사(螽斯)》 : 《시경(詩經)》 국풍(國風) 주남(周南)의 편명. "여치 날개소리가 많이 울린다." 하여, 자기 집의 자손이 번성하기를 기원한 노래임.
  • [註 317]
    성화(成化) 5년 : 1469 예종 원년.
  • [註 318]
    행인(行人) : 사신(使臣).

○戊寅朔/上幸慕華館。 使臣將至, 上具翼善冠、鴉靑袞龍袍、紅鞓、素玉帶, 率百官, 迎詔。 至景福宮, 使臣頒詔誥勑。 其詔曰:

朕嗣守丕圖, 撫御寰宇, 遐方異域, 咸立君長, 俾治其民, 易世錫封, 厥有彝典。 故朝鮮國王姓諱, 承先事大, 忠孝有聞, 受封未及踰年, 訃告遽云卽世, 顧玆緖業, 宜屬親賢。 今特遣太監金興, 齎勅封王之姪諱, 爲朝鮮國王, 繼摠國政。 惟諱, 實惠莊王之孫, 本國大小臣民, 其一心奉順, 用輯和東土, 藩屛中國, 無替爾先王之業, 斯稱朕眷待爾國之意。

誥命制曰:

朕祗紹鴻圖, 懋隆屛翰。 肆懷遠以爲近, 庶一視以同仁。 眷此東藩, 世稱秉禮, 允惟承序, 宜屬仁賢。 朝鮮國王姪姓諱, 聰明天賦, 問學夙成, 國論攸歸, 宗祧當繼, 今特封爲朝鮮國王, 總統國事。 於乎! 惟誠敬, 可以脩身; 惟禮義, 可以爲國; 惟忠, 可以事大; 惟孝, 可以元宗。 尙信始終, 毋忘訓飭。

又制曰:

妻與己齊, 人倫之正; 婦從夫貴, 彝典所先。 朝鮮國王姓諱妻韓氏, 律修順德, 作配賢英。 夫旣進於王, 封爾宜相於宗祀, 是用封爲朝鮮國王妃。 於乎! 誦《雞鳴》之詩, 尙無忘於儆戒; 衍《螽斯》之慶, 庶有裕於承傳。 祗服訓詞, 永綏福履。

勅曰:

得奏, 爾叔王諱, 於成化五年十一月二十八日薨逝, 玆特遣太監金興、行人姜浩, 齎文, 諭祭, 幷齎詔, 示爾國人。 封爾諱爲朝鮮國王, 繼主國事, 幷封爾妻韓氏爲王妃。 爾宜敬守先業, 保國安民, 篤忠誠以事朝廷, 惇信義以睦隣境, 躬節儉以舒財用, 俾東土民物康阜, 永爲中國藩輔之重。 朕惟爾嘉, 特頒賜爾及妃誥命、冕服、綵幣等件, 至可領也, 計開給。 賜國王九章冕服一副、九旒皂皺紗平天冠一頂、 【玉、珩、旒珠、金事件全。】 九章絹地紗袞服一套、 【計七件, 條副。】 深靑粧花袞服一件、白素中單一件、纁色粧花前後裳一件、纁色粧花蔽膝一件、 【玉鉤全。】 纁色粧花錦綬一件、纁色粧花佩帶一副、 【金鉤、玉、玎、璫全。】 紅白素大帶一條、玉圭一枝、 【帒全。】 大紅素紵絲舃一雙、 【襪全。】 大紅平羅銷金雲龍夾包袱三條、硃紅漆素法服匣一座、 【護箱等件全。】 紵絲丹礬紅色花一匹、鷪哥綠色花一匹、黑綠花一匹、靑花一匹、羅素桃紅一匹、素柏枝綠一匹、素黑綠一匹、素靑一匹、白細洋布十匹。 賜王妃: 珠翠七翟冠一頂、 【金簪、金翟、寶鈿花結子等件全。】 鈒花金墜子一箇、服一副、 【共二套, 計七件。】 一套、 【計四件, 副枝。】 大紅素紵絲夾大衫一件、靑紵絲綵繡圈金翟雞夾褙子一件、靑線羅綵繡圈金翟雞霞帔一副、象牙女笏一枝一套、 【計三件。】 綠織金花雲肩紵絲夾團衫一件、紅暗花紵絲夾襖衣一件、靑暗花紵絲夾裙一件、沈香色素禮服匣一座、 【護箱等件全。】 紅羅銷金夾包袱二條、包裹紅絹布包袱三條、綿布表絹裏夾一條、熟絹單二條、紵絲丹礬紅色花一匹、鷪哥綠色花一匹、黑綠花一匹、靑花一匹、羅素桃紅一匹、素柏枝綠一匹、素黑綠一匹、素靑一匹、白細洋布十匹。

又勅曰:

先因建州三衛都督董山李滿住等逆天背恩, 累犯邊境, 朝廷命將出師, 往彼征勦, 慮其逃遁, 特勑爾國, 令發兵截其後路, 爾先王乃能仰遵勑旨, 令人直抵巢穴, 擒斬逆賊李滿住等, 遣使告捷, 具見忠順之誠。 今三衛殘虜, 輸情服罪, 照舊朝貢, 乃敢聲言: "要往爾國, 報復前讎。" 已令通事, 折以大義謂: "朝鮮, 助順討逆, 乃敬天事大, 職分當然。 爾等不思自咎, 欲修怨啓釁, 鬼神必不爾祐, 其滅亡可待。" 此虜雖已聽命而去, 然狼子野心, 反覆不常, 不可不預爲隄備。 特勑諭王, 令知此意, 王其愼之, 愼之。


  • 【태백산사고본】 1책 5권 1장 A면【국편영인본】 8책 492면
  • 【분류】
    외교-명(明) / 무역(貿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