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간 김수녕 등이 석강 시행, 서경의 회복, 공부, 간경 도감 등에 대해 아뢴 상소문
사간원 대사간(司諫院大司諫) 김수녕(金壽寧) 등이 상소하기를,
"신 등이 모두 망령되고 용렬한데도 직책이 언관(言官)에 있으면서 숙야(夙夜)로 생각하여 만분의 일이라도 돕기를 원하오나, 재주와 지혜가 천단(淺短)하고 문견(聞見)이 과루(寡陋)해서 성상의 책임하신 뜻에 부응(副應)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삼가 편의 팔사(便宜八事)를 가지고 아래와 같이 조목(條目)으로 진계(陳啓)합니다.
1. 많이 아는 것은 덕(德)을 쌓는 것이고, 많이 듣는 것은 사업(事業)을 세우는 것이니, 학문은 사람에게 있어서 큰 것입니다. 그러나 학문의 도(道)는 배가 떠서 흘러가는 것과 같아서 날로 진취(進就)하지 않으면 날로 퇴보하는 것입니다. 옛날의 임금들은 때로 영민하는 것을 힘쓰고 날로 진취하는 것을 귀하게 여겨서 간단(間斷)을 용납하지 았으니, 집희(緝熙)113) ·《단심(單心)》의 시(詩)가 이로써 지어졌습니다. 지금 경연에는 다만 아침과 낮에만 나아가시고, 석강(夕講)에는 나아가지 않으시니, 두렵건대 때에 맞추어 연마(硏磨)하는 뜻이 아닌가 합니다. 빌건대 옛날 제도에 의하여 강독(講讀)하시고, 또 경연관으로 하여금 날마다 교대하여 직숙(直宿)하여 고문(顧問)에 대비하게 하시고, 환시(宦寺)도 또한 후숭(厚崇)하고 조심하는 자를 선택하여 급사(給事)로서 돕게 한다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1. 고신(告身)을 서경(署經)114) 하는 법은 대개 예전에 제마(制麻)를 봉환(封還)하는 유의(遺意)이니, 풍속을 가다듬고 명절(名節)을 중하게 여기는 것이어서 폐할 수 없습니다. 고려(高麗) 때에는 시중(侍中)부터 이하 모두 문하부(門下府)의 서경(署經)을 통과하여야 아문(衙門)에 나가는 것을 허락하였으니, 그 법이 너무 무거웠었습니다. 국조에서는 예전 제도에서 참작하여 줄여서 5품부터 이하는 모두 서경하게 하여 행한 지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근래에 군사들이 녹(祿)을 받는 편의(便宜) 때문에 서경을 파하였으니, 비록 그릇 제수한 것이 있어도 개정(改正)할 수가 없고, 가끔 속여서 고신을 받는 자도 있습니다. 옛날 서경하던 때에도 군사는 또한 녹을 받았었는데, 어찌 발꿈치 베인 자를 위하여 신을 폐지할 수 있겠습니까? 빌건대 서경의 법을 회복하여 관작(官爵)을 중히 하고, 사풍(士風)을 가다듬으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1. 엎드려 전지(傳旨)를 보건대, 조금이라도 일을 경험하지 못한 자는 동반(東班)에 쓰는 것을 허락하지 말라 하였으니, 매우 아름다운 뜻입니다. 그러나 어리석고 재빠르지 못해서 일을 맡지 못하는 사람이 오히려 동반에 있습니다. 대저 승전(乘田)115) 과 위리(委吏)116) 는 지극히 미관(微官)이긴 하지만, 회계(會計)를 마땅하게 하고, 소[牛]와 양(羊)을 번식하게 하려면 조금이라도 일을 경험하지 못한 자로서는 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니, 빌건대 전지와 같이 시행하소서. 또 수령은 백성을 가까이하는 관원이므로, 적당한 사람을 얻으면 여러 사람이 복을 받고, 그렇지 아니하면 이와 반대되는 것입니다. 지금 혹 배우지 아니한 염치 없는 무리가 수령으로 나가서 눈으로는 글을 알지 못하면서도 마음은 다시 재물을 탐하여 백성들에게 폐해를 끼치는 자가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 경관(京官)은 중하게 여기고 외관(外官)은 가볍게 여기니, 수령으로서 질만(秩滿)한 자는 혹은 한지(閑地)에 버려지거나, 혹은 별좌(別坐)에 시취(試取)하거나 하므로, 사람마다 스스로 마음을 써서 직무에 이바지하지 않습니다. 빌건대 고사(故事)에 의하여 응당 개품(改品)할 자는 으레 외임을 제수하고, 사고가 있지 않으면 체대하는 것을 허락하지 말아서 출입(出入)을 고루 수고하게 하시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1. 옛날 우공(禹貢)117) 의 제도에 1백 리(里) 안에서는 부세로 곡식을 베어 묶은 채 바치게 하였고, 2백 리(里) 안에서는 이삭을 따서 바치게 하였고, 3백 리(里) 안에서는 볏짚과 수염만을 딴 곡식을 바치게 하여 대개 도로(道路)의 멀고 가까운 것으로 납부(納賦)의 경중(輕重)·정추(精麤)를 삼았으니, 그 법이 지극하다 하겠습니다. 지금 경기(京畿)의 백성은 부역(賦役)이 다른 도에 비하여 심한데, 근자에 국휼(國恤)로 인하여 경기 백성의 괴로움이 다른 도의 10배가 되니, 빌건대 평안도(平安道)의 예와 같이 해를 한하여 공부(貢賦)의 반을 감해서 백성의 힘을 펴게 하시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1. 적첩(嫡妾)의 분수는 하늘이 세우고 땅이 베푼 것 같아서 만세라도 바꿀 수 없는 것인데, 지금 혹은 첩의 자식이 국가에 훈로(勳勞)가 있는 것도 아닌데, 요행(僥倖)에 인연(夤緣)하여 진신(縉紳) 사이에 붙어 있으니, 황록(黃綠) 추학(鶖鶴)이 한 길에 섞여 있어서 참핍(僭偪)한 풍속이 모두 이것으로 말미암아 일어나서 심히 조정을 높이고 풍속을 바르게 하는 도리가 아닙니다. 빌건대 첩의 자식으로 응당 써야 할 자라도 동반(東班)에는 서용하지 말도록 하시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1. 바깥 오랑캐가 입시(入侍)하는 것은 제왕(帝王)의 성한 일이니, 성인은 바깥이 없다는 인(仁)을 보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무리들은 사람의 얼굴에 짐승의 마음이어서 증보(蒸報)118) 로 인의(仁義)를 삼고, 표한(剽悍)한 것으로 도덕(道德)을 삼으니, 금수(禽獸)로 기를 수는 있어도 사인(士人)으로 쓸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 그 사람됨이 비록 일찍이 위엄을 두려워하여 황공하여 하였지마는 안으로는 거스르는 마음이 있어 가끔 술에 취하면 감분(感忿)을 터뜨리니, 멀리하고 가까이 하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빌건대 왜인(倭人)·야인(野人)의 무리를 가까이 시위하지 말게 하시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1. 불씨(佛氏)의 말은 한만(汗漫)하고 지리(支離)한데, 그 교(敎)라는 것을 찾아보면 공적(空寂)하여 막힘이 없는 데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지금 부처를 섬기는 자들이 많이 사설(師說)을 배반하면서도 그 말로 기화(奇貨)119) 를 삼아 백성들을 착취하니, 이것은 실로 주살(誅殺)로써도 모자랍니다. 근자에는 국휼(國恤)이 서로 겹쳐서 일찍이 그 법에 힘입어 응효(應效)를 거두지 못하였으니, 그 탄망(誕妄)하여 보탬이 없음을 어찌 말을 기다린 뒤에 알겠습니까? 생각하면 가위 통곡할 일입니다. 빌건대 간경 도감(刊經都監)을 파하고, 또 승니(僧尼)를 쫓아내어 유신(惟新)의 다스림을 도모하시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1. 천자(天子)에게는 간쟁(諫諍)하는 신하가 7인이 있고, 제후(諸侯)에게는 5인이 있고, 대부(大夫)에게는 3인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간신(諫臣)의 수는 모양이 동원(東垣) 칠성(七星)을 설치한 것 같으니, 용잡(冗雜)한 관원이 아닙니다. 지금 간관(諫官)을 네 사람만 두었는데, 보궐(補闕)하면 사람이 적을 뿐만 아니라, 또한 듣고 보는 것이 주밀하지 못해서 심히 명사목(明四目)하고 달사총(達四聰)120) 하는 뜻이 아닙니다. 송(宋)나라에서는 경력(慶曆) 연간(年間)121) 에 간관 네 사람을 더 두었었는데, 지금까지 아름다움을 일컫고 있습니다. 지금 비록 더 두지는 못하더라도, 빌건대 예전같이 시행하여 현능한 사람을 쓰고 세월에 구애받지 아니하신다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하였다. 상소(上疏)가 들어가니, 전교하기를,
"상소 가운데에 행할 만한 일이 있으면 내가 마땅히 의논하여 행하겠다. 다만 승도(僧徒)들이 어찌 모두 착하지 못하겠는가? 그 중에도 또한 행실을 닦은 자가 있을 것이다. 비록 행실이 더러운 무리가 혹 나라 법에 걸리더라도 이로써 다 행실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간경 도감은 세조(世祖)께서 설치하신 것인데, 일이 완성되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에 파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이 끝나면 마땅히 파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7장 A면【국편영인본】 8책 46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경연(經筵)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재정-공물(貢物) / 윤리-강상(綱常) / 외교-야(野) / 외교-왜(倭) / 사상-불교(佛敎) / 인사-임면(任免)
- [註 113]집희(緝熙) : 그치지 않고 일을 계속하면 그 실적이 밝게 드러난다는 뜻. 《시경(詩經)》 대아편(大雅篇)에, "온후하신 문왕께서는 그치지 아니하고 공경하셨네.[穆穆文王 於緝熙敬止]"라고 하였음.
- [註 114]
서경(署經) : 임금이 관원(官員)을 서임(敍任)한 뒤에 그 사람의 성명·문벌(門閥)·이력(履歷)을 갖추 써서 대간(臺諫)에게 그 가부(可否)를 구하던 일. 즉 임금이 새로 관리를 임명하면 이조(吏曹)나 병조(兵曹)에서 신임관의 내외 사조(內外四祖)·이력·문벌과 아내의 사조(四祖)를 기록하여 대간에 회부하면, 대간에서는 이를 세밀히 심사하여 신임관의 본인에게나 내외 사조 등에게 결함이 있으면 서명을 거부하였음. 50일 이내에 서경하지 않으면 관원은 취임할 수 없었음.- [註 115]
승전(乘田) : 가축을 맡아 기르던 낮은 벼슬아치.- [註 116]
위리(委吏) : 곡식의 출납을 맡아 보던 관리.- [註 117]
우공(禹貢) : 《서경(書經)》의 편명(篇名). 중국 구주(九州)의 지리(地理)와 고대의 산물(産物)에 대하여 쓴 고대의 지리서(地理書)임.- [註 118]
증보(蒸報) : 음란(淫亂).- [註 119]
기화(奇貨) : 잘못을 못되게 이용하는 기회.- [註 120]
명사목(明四目)하고 달사총(達四聰) : 《서경(書經)》 순전편(舜典篇)에 명사목(明四目)은 사방으로 견식(見識)을 넓힌다는 뜻이며, 달사총(達四聰)도 견문(見聞)을 넓힌다는 뜻이라 하였음.- [註 121]
경력(慶曆) 연간(年間) : 1041년부터 1048년 사이.○司諫院大司諫金壽寧等上疏曰:
臣等俱以妄庸, 職忝言官, 夙夜思惟, 願裨萬一, 而才智蹇淺, 聞見寡陋, 恐不副聖上責任之意, 謹將便宜八事, 條陳如左。 一。 多識, 所以蓄德; 多聞, 所以建事。 學之於人, 大矣, 然學之道也, 如舟泛流, 不日進則日退。 古之王者, 務時敏而貴日就, 不容間斷, 《緝熙》、《單心》之詩所以作也。 今經筵, 只御朝晝, 而不御夕講, 恐非磋磨及時之意。 乞依舊制講讀。 且令經筵官, 更日直宿, 以備顧問。 宦寺, 亦選厚重小心者, 給事左右, 幸甚。 一。 告身署經之法, 蓋古者封還制麻之遺意, 所以礪風俗重名節, 不可廢也。 高麗, 自侍中以下, 皆關門下府署經, 乃許赴衙, 其爲法太重。 國朝, 因舊制而酌損之, 自五品以下, 悉令署經, 行之已久。 近以軍士受祿之便, 乃罷署經, 雖有謬授, 無從改正, 往往有冒受告身者。 昔署經之時, 軍士亦得受祿, 豈可爲刖者而廢屨乎? 乞復署經之法, 以重官爵, 以礪士風, 幸甚。 一。 伏覩傳旨, 少不更事者, 勿許用東班, 甚美意也。 然愚騃不任事者, 猶在東班。 夫乘田委吏, 至微官也, 然使會計而當, 牛羊而茁, 非少不更事者之所能也。 乞如傳旨施行。 且守令, 近民之官, 得人則一人受福, 否則反是。 今或不學無恥之輩, 出拜守令, 目不知書, 心更黷貨, 貽弊生靈者有矣。 況今內重外輕, 守令秩滿者, 或投閑地, 或試別坐, 人人自不用心供職。 乞依故事, 應改品者, 例除外任, 非有事故, 勿許更遞, 於以均勞出入, 幸甚。 一。 古者, 禹貢之制, 百里納總, 二百里納銍, 三百里納秸服, 蓋以道路遠近, 而爲納賦之輕重、精麤, 其法至矣。 今京畿之民, 賦役比他道爲劇, 近因國恤, 畿民之苦, 什倍於他。 乞如平安道例, 限年減貢之半, 以紓民力, 幸甚。 一。 嫡、妾之分, 如天建、地設, 萬世不可易, 而今或以妾子非有勳勞於國, 夤緣僥倖, 蝨處縉紳之間, 黃綠、鶖鶴混在一塗, 僭偪之風, 皆由是興, 甚非所以尊朝廷、正風俗之道也。 乞妾子應用者, 勿敍東班, 幸甚。 一。 外夷入侍, 帝王盛事, 所以示聖人無外之仁也。 然此輩, 人面獸心, 以蒸報爲仁義, 以剽悍爲道德, 可以禽獸畜之, 而不可以士人用之也。 況其爲人, 雖嘗怛威主臣, 而內有迕心, 往往乘酒感忿而發, 其可遠而不可近, 較然矣。 乞倭、野之類, 勿令密近侍衛, 幸甚。 一。 佛氏之說, 汗(浸)〔漫〕 支離, 求其所以敎者, 不過空寂不動, 圓通無礙而已矣。 今之爲佛者, 多背師說, 至以其說爲奇貨, 漁取生靈, 是固不足誅矣。 近者, 國恤相仍, 曾不賴其法, 以收應效, 其爲誕妄無益, 寧須言而後知耶? 思之可謂痛哭。 乞罷刊經都監, 且汰僧尼, 以圖惟新之治, 幸甚。 一。 天子有諍臣七人, 諸侯五人, 大夫三人, 故諫臣之數, 象東垣七星而設, 非冗雜之官也。 今諫官, 只置四員, 非惟補闕少人, 亦聞見不周, 甚非所以明目、達聰之意也。 宋 慶曆間, 增置諫官四人, 至今稱美。 今雖不得增置, 乞如舊施行, 只用賢能, 勿拘歲月, 幸甚。
疏入, 傳曰: "疏中有可行之事, 予當議行之。 但僧徒, 豈盡不善? 其中亦有修行者, 雖其行汚之輩, 或罹邦憲, 不可以此而盡謂之無行也。 刊經都監則世祖所設, 事有未就者, 故未罷爾。 事畢當罷之。"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7장 A면【국편영인본】 8책 46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경연(經筵)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재정-공물(貢物) / 윤리-강상(綱常) / 외교-야(野) / 외교-왜(倭) / 사상-불교(佛敎) / 인사-임면(任免)
- [註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