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간 김수녕이 한계미가 권맹희의 난언을 즉시 고하지 않은 죄를 논하다
사간원 대사간(司諫院大司諫) 김수녕(金壽寧) 등이 상소(上疏)하기를,
"신(臣) 등이 어제 이준(李浚)이 도리에 어긋난 죄상과 한계미(韓繼美)의 죄를 가지고 진청(陳請)했는데도 윤허(允許)를 얻지 못했는데, 신 등이 되풀이하면서 생각해 보건대, 준이 세조조(世祖朝)에서 나인(內人)과 몰래 간통했으니, 그 죄는 응달 주살(誅殺)될 것인데도, 임금의 은혜를 곡진히 입어서 법망(法網)을 빠져나가게 되었던 것입니까. 그런데 준은 오히려 허물을 고치지 않고서 하인(下人)을 놓아서 방자히 횡행(橫行)하고는 도리에 어긋난 말까지 했으나, 그가 죽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지금 그것을 핑계로 구실을 삼는 사람들이 동시(同時)에 함께 일어나는데, 준이 이를 알고 있다면 죄는 주살(誅殺)을 용서받을 수 없고, 준이 혹시 모른다 하더라도 또한 마땅히 주살을 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계미(韓繼美)는 권맹희(權孟禧)와 서로 이야기한 것이 작년 12월 초승에 있었으니, 권맹희가 말한 것이 크게 관계가 있습니다. 비록 삼척 동자(三尺童子)일지라도 그런 말을 들었다면 반드시 성난 머리털이 곤두서게 되어 그냥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몇달 동안이나 시일을 지체하고 있다가 지금에 와서 일이 발각되자 그제야 고하였습니다. 만약 권맹희의 일이 발각되지 않았다면 끝내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 말하지 않았을 것이니, 그 마음의 원인을 따져본다면 대개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춘추좌전(春秋左傳)》066) 에 이런 말이 있는데, ‘그 임금에게 무례(無禮)한 짓을 하는 사람을 보면, 매나 새매가 새와 참새를 쫓는 듯이 한다.’고 했습니다. 준이 이에 매우 무례(無禮)했으며, 한계미가 또 무례한 사람을 용납했으니, 비록 죄는 경중(輕重)이 있으나, 그 무례한 짓은 똑같습니다. 신 등의 매가 참새를 쫓는 마음이 어찌 그칠 수가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성상(聖上)께서 결단하시어 준을 전형(典刑)에 처하고, 한계미를 옥(獄)에 가두어 정유(情由)를 국문(鞫問)하신다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하였다. 또 아뢰기를,
"권맹희(權孟禧)가 한계미(韓繼美)와 함께 준(浚)이 물망(物望)이 있다고 말하지마는 신 등은 준이 무슨 물망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계미는 그 말을 들었으면 마땅히 놀라서 변고(變故)를 올렸어야 할 것인데도, 여러 달 동안을 지체하고 있다가 일이 드러난 후에야 이를 아뢰었으니, 그 죄가 큽니다. 또 한계미는 대신(大臣)으로 정권(政權)을 잡고 있어 노복(奴僕)의 집에서 남의 간청(干請)을 들어주었으니, 그 죄도 또한 무겁습니다. 이를 국문(鞫問)하소서."
하니 전교(傳敎)하기를,
"만약 한계미(韓繼美)의 늦게 고발한 죄를 다스린다면 후일에는 도리에 어긋난 말을 들은 사람이 있더라도 시기가 조금만 늦으면 반드시 고발하지 않을 것이다. 경(卿) 등은 내가 한계미를 지친(至親)이기 때문에 용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한계미가 실제로 죄가 있다면 내가 어찌 감히 용서하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8책 458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변란(變亂)
- [註 066]《춘추좌전(春秋左傳)》 : 문공(文公) 18년조.
○司諫院大司諫金壽寧等上疏曰:
臣等昨將浚不道狀, 幷韓繼美之罪陳請, 未得蒙允。 臣等反覆思之, 浚在世祖朝, 潛通內人, 其罪應誅, 曲被天恩, 乃得網漏, 浚猶不悛, 縱傔從肆橫, 至發不道之言, 其不死幸矣。 今藉以爲辭者, 同時竝起, 使浚而知, 罪不容誅; 浚或不知, 亦不應免。 繼美與孟禧相語, 在年前十二月之初, 孟禧所言, 大有係干。 雖三尺童子聞之, 必怒髮竪立, 不容但已, 遷延數月, 至今事發乃告。 使孟禧之事不發, 終當含默不言, 推原其心, 蓋有不可勝言者矣。 《傳》有之, 見無禮於其君者, 如鷹鸇之逐鳥雀。 浚旣甚無禮, 繼美又容無禮之人, 雖罪有輕重, 其無禮則均矣。 臣等逐雀之心, 豈得而已? 伏望睿斷, 置浚典刑, 下繼美獄, 鞫問情由, 不勝幸甚。
又啓曰: "孟禧與繼美言, 浚有物望, 臣等未知浚有何物望乎? 繼美聽其言, 當驚駭上變, 乃遷延累月, 事露而後啓之, 其罪大矣。 且繼美以大臣執政權, 乃於奴僕之家, 聽人干請, 其罪亦重, 請鞫之。" 傳曰: "若治繼美緩告之罪, 後有聞不道之言者, 少緩則必不告矣。 卿等無乃謂予以繼美爲至親, 而寬貸之歟? 繼美實有罪, 予何敢貸?"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8책 458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변란(變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