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대왕의 존시를 올리고 묘호를 예종이라 하다. 그 시책문(諡冊文)
대행 대왕(大行大王)의 존시(尊諡)를 올려서 ‘흠문 성무 의인 소효 대왕(欽文聖武懿仁昭孝大王)’이라 하고, 묘호(廟號)를 ‘예종(睿宗)’이라 하였다. 그 시책문(諡冊文)은 이러하였다.
"유세차(維歲次) 성화(成化) 6년1018) 2월 초5일 갑인(甲寅)에 고자(孤子) 사왕(嗣王) 신은 삼가 재배(再拜) 계수(稽首)하고 상언(上言)합니다. 그윽이 생각건대, 세덕(世德)을 이어서 크게 경서(經書)에 응하였고, 절혜(節惠)하여 시호를 지었으니, 다만 옛법을 따랐을 뿐입니다. 이에 추숭하는 도리를 다하고 성효(誠孝)를 나타내려고 합니다. 공경히 생각하니, 총명(聰明)은 옛사람보다도 높고 예지는 하늘로부터 받았도다. 크게 나타내고 크게 이었으니, 천명은 더욱 깊고 고요한 곳에 융성하고, 진실로 문(文)하고 진실로 무(武)하여, 운수는 바야흐로 영성(盈盛)한 곳을 어루만졌도다. 양음(諒陰)1019) 에 거처하여 경경(煢煢)1020) 하였고, 원대한 모유(謀猷)를 넓히어 업업(業業)1021) 하게 여겼도다. 즉위한 지 겨우 1년을 넘었는데, 하늘은 어찌하여 그의 만년(萬年)을 아꼈던가? 옥궤(玉几)에 비기던 소리 갑자기 일어나는 듯한데, 활을 울부짖던 애통을 어찌 다하겠는가? 생각건대, 충매(沖昧)한 자로서 외람되게 비도(丕圖)를 승습하였도다. 큰 일을 전해 맡아 어려움에 투신(投身)하였으니, 부하(負荷)한 책임의 무거움을 이기지 못하겠도다. 슬픔을 삼키고 걱정을 머금으니 추모하는 생각을 다하지 못하겠도다. 송종(送終)하는 것이 기한이 있으므로, 인산(因山)1022) 을 이미 설정하였도다. 이에 천명(薦名)하는 예를 상고하여 적은 찬덕(讚德)의 정성을 펴고자 하여, 삼가 옥책(玉冊)을 받들어 존시(尊諡)를 올려 ‘흠문 성무 의인 소효 대왕’이라 하고, 묘호를 올려 ‘예종(睿宗)’이라 하였도다. 우러러 생각건대, 영령(英靈)은 굽어 받으소서. 하늘이 길고 땅이 오래도록 휘현(徽顯)한 칭호를 짝하시고, 무성한 소나무와 곧은 대나무와 같이 다시 큰 복조(福祚)를 받으소서."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8책 433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국왕(國王)
- [註 1018]성화(成化) 6년 : 1470 성종 원년.
- [註 1019]
양음(諒陰) : 임금이 부모의 상중에 있음.- [註 1020]
○丁卯/上大行王尊諡曰, 欽文聖武懿仁昭孝大王, 廟號曰, 睿宗。 其諡冊曰:
維成化六年歲次二月初五日甲寅, 孤子嗣王臣, 謹再拜稽首上言。 竊以世德作求, 誕膺景緖, 節惠爲諡, 祇率舊章。 玆極推崇, 式攄誠孝。 恭惟聰明冠古, 睿知自天。 丕顯丕承, 命益隆於宥密; 允文允武, 運方撫於盈成。 宅諒陰而煢煢, 恢遠猷而業業。 歲僅踰於一稔, 天奈嗇其萬年? 憑几之音遽揚, 號弓之慟何極? 顧將沖昧, 叨襲丕圖。 遺大投艱, 靡堪負荷之重; 茹哀銜恤, 莫罄追慕之懷。 飭終有期, 因山旣設。 載稽薦名之禮, 聊伸讃德之忱, 謹奉玉冊, 上尊諡曰, 欽文聖武懿仁昭孝大王, 廟號曰, 睿宗。 仰惟英靈, 俯紆昭格。 天長地久, 庶備徽顯之稱; 松茂竹苞, 更佑鴻厖之祚。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8책 433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국왕(國王)
- [註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