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사가 이루어지니, 중 학열과 학조에게 가서 제도의 공졸을 살펴보게 하다
봉선사(奉先寺)가 이루어지니, 중 학열(學悅)과 학조(學祖)에게 명하여 가서 제도(制度)의 공졸(工拙)684) 을 살펴보고, 그대로 머물면서 감독하게 하였다. 학열과 학조가 〈봉선사를〉 살펴보고 말하기를,
"모당(某堂)은 기둥이 너무 높고, 모각(某閣)은 재목을 다듬은 것이 정(精)하지 못하며, 모당(某堂)은 장지[障子]가 질박(質朴)하다."
하며, 당장 헐도록 하니, 동역 제조(董役提調)와 낭관(郞官)이 서로 돌아보며 두 손을 모으고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였다. 또 영전(影殿)을 헐려고 하였는데, 영의정 한명회와 능성군 구치관이 도제조(都提調)로 마침 가서 ‘헐 수 없다.’고 고집하여, 왕복(往復)하기를 두세 번이나 한 연후에 그만두었다. 학열이 사람을 보내어 아뢰기를,
"절을 마땅히 속히 지어야 하니 조치하는 것을 늦출 수 없습니다. 청컨대 도성사람과 수레를 써서 나무와 돌을 운반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부득이 좇아서, 수레가 5백여 냥(兩)에 이르렀다. 수일이 지나서 임금이 구치관에게 묻기를,
"학열이 아뢰지도 않고 마음대로 승당(僧堂)을 헐었는데, 경은 어찌하여 저지하지 않았는가?"
하니, 구치관이 대답하기를,
"신이 절에 도착해 보니 이미 헐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이로 인하여 기뻐하지 않으니, 학열이 병을 핑계하여 가버렸다. 학열은 간사(幹事)685) 를 잘 하여 누조(累朝)에서 총애를 받아, 진관사(津寬寺)와 대자사(大慈寺)·낙산사(洛山寺) 등의 절을 맡아 영조하여, 민력(民力)을 모두 소모하였는데, 지금 또 이같이 백성들을 수고롭게 하고 재물을 손상시키고도 오히려 두려워하지 않으므로, 이때 사람들이 분하게 여기었다.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8책 392면
- 【분류】인물(人物) / 건설-건축(建築) / 사상-불교(佛敎)
○奉先寺成, 命僧學悅、學祖, 往察制度工拙, 仍留監之。 悅、祖見曰: "某堂柱太高, 某閣鍊木不精, 某堂障子質朴。" 立使毁之, 董役提調郞官, 相顧斂手, 莫措一辭。 又欲壞影殿, 領議政韓明澮、綾城君 具致寬, 以都提調適往, 固執不可壞, 往復再三乃止。 悅遣人啓曰: "寺當速構, 措置不可緩也。 請用都人車兩, 輸運木石。" 上不得已從之, 車至五百餘兩。 後數日, 上問致寬曰: "悅不啓而擅壞僧堂, 卿何不止之?" 致寬對曰: "臣到寺則已壞矣。" 上由是非悅, 悅稱疾而去。 悅以善幹事, 得幸累朝, 掌營津寬、大慈、洛山等寺, 殫竭民力。 今又如此勞民傷財, 猶恐不及, 時人憤之。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8책 392면
- 【분류】인물(人物) / 건설-건축(建築) / 사상-불교(佛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