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성준·성건이 전라도에 횡행하는 도적의 횡포에 대해 상소하다
의정부 사인(議政府舍人) 성숙(成俶)이 그 아우인 시강원 필선(侍講院弼善) 성준(成俊)·성균전적(成均典籍) 성건(成健)과 더불어 상서(上書)하기를,
"신(臣)의 아비 성순조(成順祖)는 지금 전라도(全羅道)의 광주 목사(光州牧使)가 되었는데, 나주(羅州)에 차견(差遣)되어 가서 적당(賊黨)을 자못 엄하게 국문(鞫問)하니, 적도(賊徒)들이 신의 아비를 미워하여 해치려고 모여 꾀하기를, ‘광주 목사가 우리 무리들을 궁신(窮訊)하니, 형세가 장차 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들이 만약 먼저 일을 도모하지 않으면 위험한 처지에 당할 것이니, 어두운 밤을 틈타 저격하자.’ 하니, 신의 아비가 듣고 장차 수포(搜捕)하려 하였는데, 이때에 적(賊)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뜻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그 형세가 장차 다시 올 것 같아 신의 아비가 앞서 나주(羅州)에 이르니, 고을[州] 사람인 환자(宦者) 김윤생(金潤生)이 도둑의 근각(根脚)을 가만히 말해 주었는데, 적도(賊徒)가 이 소식을 듣고 해산하였습니다. 이는 반드시 적도가 신(臣)의 아비의 좌우에 있어서 누설하였기 때문입니다. 며칠 후 적이 밤에 김윤생의 집에 들어가 여사(廬舍)를 분탕(焚蕩)하고 김윤생을 박살 내어 죽였으니, 그것이 누설되었음이 분명하여 신 등이 이를 듣고 경악(驚愕)하였습니다. 본 도둑은 월출산(月出山)·무등산(無等山) 두 산의 깊숙이 숨을 만한 곳에 무리를 지어 왕래하고 서로 응하며, 낮에는 모이고 밤에는 흩어져서 여리(閭里)에 횡행(橫行)하니, 백성의 피해가 매우 심합니다. 국가에서 이미 경차관(敬差官)을 보내어 수포(搜捕)하게 했는데도 오히려 또한 이와 같은 것은 경차관이 품질(品秩)이 낮고 인망이 가벼워 능히 섭복(攝服)하지 못하므로, 비록 수령과 더불어 협력하여 날마다 방략(方略)을 의논하여도 전에 사령(使令)한 자들이 적도(賊徒)와 더불어 서로 표리(表裏)가 되어, 기밀(機密)을 재빨리 통해서 즉시 도망해 흩어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전라도 한 도(道)는 본래 백제(百濟)의 옛 땅으로 인심이 박악(薄惡)하기가 다른 도의 배나 되니, 만약 엄하게 다스리지 않는다면 금제(禁制)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신(臣) 등은 엎드려 원하건대, 한 대신(大臣)을 보내어 관찰사(觀察使)·절도사(節度使)와 더불어 함께 의논하여 조치(措置)하게 하고, 사람들에게 적정(敵情)을 밀고(密告)하도록 허락하며, 포획(捕獲)할 때에는 마땅히 그 고을의 이졸(吏卒)을 사용치 말고 별도로 다른 고을의 군사(軍士)를 뽑아, 혹은 여리(閭里)나 산곡(山谷)의 굴혈(窟穴)을 샅샅이 뒤져서 다 잡도록 힘쓴다면, 비록 다 잡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저들은 장차 두려워하여 발붙일 곳이 없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글을 본 뒤, 곧 전라도의 관찰사와 절도사에게 유시(諭示)하기를,
"영암(靈巖)·광주(光州)의 경계(境界)에 적도(賊徒)가 떼를 지어 거리낌 없이 횡행하므로, 백성들의 화를 입음이 적지 않다. 일전에 숙혐(宿嫌)452) 으로 나주(羅州) 환자(宦者) 김윤생(金潤生)의 집을 분탕하고, 김윤생을 살해하면서 혀를 짜르고 배를 갈랐는데, 그때 즉시 추포(追捕)해서 아뢰지 아니하였으니, 매우 위임(委任)한 뜻에 어긋난다. 지금 성숙(成俶) 등의 상서(上書)에 보니 수재(守宰)를 살해할 뜻을 품기에 이르렀으니, 국가에 대한 체면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성숙의 글을 봉(封)하여 보내니, 경(卿) 등은 보고 모름지기 경차관(敬差官) 유문통(柳文通)과 더불어 포치(布置)할 것을 비밀히 의논하여 군사를 발(發)하여 수포(搜捕)하되, 굴혈(窟穴)을 모조리 수색하기를 기(期)하라. 만약에 혹시라도 능히 추포(追捕)하지 못한다면 내가 용서치 않겠다."
하였다. 성숙 등이 인하여 귀근(歸覲)453) 하기를 청하므로, 명하여 역마(驛馬)를 타고 가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8책 365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臣父順祖, 今爲全羅道 光州牧使, 差往羅州, 鞫賊黨頗嚴, 賊徒疾臣父, 欲害之, 聚謀曰: "光州牧使, 窮訊我輩, 勢將不免。 我輩不若先事圖之, 當於阨險之地, 乘暯夜狙擊。" 臣父聞之, 將欲搜捕, 會賊四散不果。 其勢將復來, 臣父前到羅州, 州人宦者金潤生, 密陳盜賊根脚, 賊徒聞而解散。 此必賊徒, 在臣父左右洩之也。 數日賊夜入潤生家, 焚蕩廬舍, 刳殺潤生, 其漏洩明矣。 臣等聞此驚駭。 本賊於月出、無等二山深密可藏處, 成群往來相應, 晝聚夜散, 橫行里閭, 民害已極。 國家已遣敬差官搜捕, 而尙且如此者, 敬差官秩卑望輕, 未能攝服, 雖與守令協力, 日議方略, 而使令於前者, 與賊徒相爲表裏, 走透機密, 使卽逃散。 況全羅一道, 本百濟舊地, 人心薄惡, 倍於他道, 若不嚴治, 難以禁制。 臣等伏願, 遣一大臣, 與觀察使、節度使, 同議措置, 許人密告賊情, 當其捕獲, 勿用其邑吏卒, 別抄他邑軍士, 或里閭或山谷, 窮探窟穴, 務令盡捕, 則雖未能盡捕, 彼將畏懼, 無所容足矣。
上覽書, 卽諭全羅道觀察使、節度使曰: "靈巖、光州之境, 賊徒嘯聚, 橫行無忌, 民之受禍不貲。 日者以宿嫌, 焚蕩羅州宦者金潤生家, 殺害潤生, 斷舌刳腹, 其時不卽追捕以啓, 甚非委任之意。 今見成俶等上書, 至有殺害守宰之意, 其於國體何? 今封俶書以送, 卿等見之, 須與敬差官柳文通, 密議布置, 發兵搜捕, 期盡窟穴。 如咸不能追捕, 予則不赦。" 俶等因請歸覲, 命乘傳而去。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8책 365면
- 【분류】사법-치안(治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