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관에 거둥하여 위연을 베풀다
임금이 태평관에 거둥하여 위연(慰宴)을 베풀었다. 임금이 술을 돌리고, 영순군(永順君) 이부(李溥)·봉원군(蓬原君) 정창손(鄭昌孫)·고령군(高靈君) 신숙주(申叔舟)·상당군(上黨君) 한명회(韓明澮)·능성군(綾城君) 구치관(具致寬) 등이 차례로 술을 돌렸다. 임금이 두목(頭目)들에게 친히 공궤(供饋)하여 사제(賜祭) 때에 공판(供辦)한 노고를 위로하고자 하니, 최안 등이 말하기를,
"신하에게 명하여 공궤하게 하여도 전하가 친히 공궤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교린(交隣)하는 예(禮)도 오히려 그렇게 못할 것인데, 하물며 중국의 손님이겠는가?"
하고, 손으로 청옥배(靑玉杯)를 잡아 두목들에게 술을 내려 주니, 모두 꿇어앉아 마시고, 절하며 사례하였다. 또 중추부 동지사(中樞府同知事) 이파(李坡), 공조 참판 성윤문(成允文)에게 명하여, 두목들에게 동·서청(東西廳)에서 음식을 감독해 먹이게 하였다. 잔치가 파하자 환궁하였다. 도승지 권감(權瑊)에게 명하여 호피(狐皮)·채화석(彩花席)·석등잔(石燈盞)·의복 등의 물건을 가지고 가서 최안 등에게 주게 하였다. 심회(沈繪)가 관반(館伴)에게 이르기를,
"십육승포(十六升布)를 구하여 황제께 바치고 싶다."
하므로, 관반이 아뢰니, 전교하기를,
"만약 오늘날에 요구하는 것을 따르면 뒷날에 드디어 격례(格例)가 될까 염려스럽다."
하니, 신숙주가 말하기를,
"이제 비록 요구에 따를지라도 어찌 후일의 격례가 되겠습니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8책 342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외교-명(明)
○乙亥/上幸大平館, 設慰宴。 上行酒, 永順君 溥、蓬原君 鄭昌孫、高靈君 申叔舟、上黨君 韓明澮、綾城君 具致寬等, 以次行酒。 上欲親饋頭目等, 以慰賜祭時供辦之勞, 安等曰: "命臣饋之, 亦如殿下親饋。" 上曰: "交隣之禮, 猶不敢如此, 況上國之賓乎?" 手執靑玉杯, 賜頭目等酒, 皆跪飮拜謝。 又命中樞府同知事李坡、工曹參判成允文, 監饋頭目等東西廳。 宴罷還宮。 命都承旨權瑊, 將狐皮、彩花席、石燈盞、衣服等物, 贈安等。 沈繪謂館伴曰: "欲得十六升布, 以獻帝。" 館伴以啓, 傳曰: "若從今日之求, 慮後來遂成格例, 何如則可?" 叔舟曰: "今雖從之, 豈爲後例?"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8책 342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