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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실록4권, 예종 1년 윤2월 4일 기미 1번째기사 1469년 명 성화(成化) 5년

최안·정동·심회 등이 조칙을 가지고 오니 경복궁에서 예식을 행하다

흠차 태감(欽差太監) 최안(崔安)·정동(鄭同)·심회(沈繪) 등이 조칙(詔勅)을 가지고 왔다. 임금이 모화관(慕華館)에 거둥하여 의식대로 조칙을 맞이하고, 경복궁(景福宮)에 이르러 예식을 행하였다. 그 조서(詔書)는 이러하였다.

"짐(朕)이 보력(寶歷)197) 을 이어받아 화예(華裔)198) 를 통솔하니, 해우(海隅)의 해가 돋는 나라라도 크게 이어서, 대대로 명(命)을 받아 그 국토를 능히 받지 아니함이 없었다. 그러므로 조선 국왕 성(姓) 휘(諱)는 봉작(封爵)을 받으면서부터 충성이 돈독하여 게으르지 아니하였다. 문(文)으로는 조공(朝貢)하는 예(禮)를 닦았고, 무(武)로는 적개(敵愾)199) 의 위엄을 펴므로, 짐이 이를 가상히 여겨서 동번(東蕃)200)순신(純臣)201) 이라고 하였는데, 탄강(誕降)한 나이가 길지 않은데도 갑자기 이에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특별히 왕의 세자(世子) 휘(諱)를 봉하여 왕위를 이어서 국무(國務)를 통치하게 한다. 오직 휘(諱)는 일찍 아버지의 어짐을 본받고 이어서 국토를 보전할 것이며, 본국의 대소 신민(大小臣民)은 사왕(嗣王)을 좇아 받들어서, 하늘을 두려워하고 대국(大國)을 섬기는 일을 혹 너의 선왕(先王) 때와 변함이 없게 하면, 짐도 길이 무수(撫綬)하여 너희 나라를 크게 도울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조시(詔示)하니 함께 공경히 받들지어다."

그 칙서(勅書)는 이러하였다.

"주문(奏聞)을 받아, 너의 부왕(父王) 휘(諱)가 금년 9월 초8일에 훙서(薨逝)하였다고 하니, 짐이 심히 슬퍼하고 애석해 한다. 이에 태감(太監) 정동(鄭同)을 보내어 너희 나라에 가서 유제(諭祭)하게 하고, 태감 최안(崔安)·심회(沈繪)를 보내어 조서를 가지고 너희 나라 사람들에게 보이고, 너 휘(諱)를 봉하여 조선 국왕으로 삼아 너희 아버지를 이어 국사(國事)를 주장하게 하니, 너는 마땅히 공경으로써 위를 섬기고 인(仁)으로써 아래를 어루만지며, 겸손과 신중으로써 길이 그 귀(貴)를 지키고 근검과 절약으로써 길이 그 부(富)를 지켜서, 신절(臣節)을 확고히 잡고 영구히 번방(蕃邦)을 튼튼하게 하라. 아울러 너의 처 한씨(韓氏)를 봉하여 왕비로 삼고, 너와 네 비(妃)에게 고명(誥命)·면복(冕服)·관복(冠服)·채폐(綵幣) 등의 물건을 반사(頒賜)하니, 이르거든 영수하라."

그 물건은 다음과 같다. 국왕은 구장 면복(九章冕服) 1부(副), 구류 조추사 평천관(九旒皂皺紗平天冠) 1정(頂) 【옥(玉)·형(珩)·유(旒)·주(珠)·금(金)의 항목을 갖추었다.】 , 구장 초지사 곤복(九章綃地紗袞服) 1투(套), 심청 장화 곤복(深靑粧花袞服) 1건(件), 백소 중단(白素中單) 1건, 훈색 장화 전후상(纁色粧花前後裳) 1건, 훈색 장화 폐슬(纁色粧花蔽膝) 1건 【옥구(玉鉤)를 갖추었다.】 , 훈색 장화 금수수(纁色粧花錦繡綬)·훈색 장화 패대(纁色粧花佩帶) 1부(副) 【금구(金鉤)·옥(玉)·정(玎)·당(璫)을 갖추었다.】 , 홍백소 대대(紅白素大帶) 1조(條), 옥규(玉圭) 1지(枝) 【대(袋)를 갖추었다.】 , 대홍소 저사석(大紅素紵絲舃) 1쌍(雙) 【버선[襪]을 갖추었다.】 , 대홍 평라 소금 운룡 협포복(大紅平羅銷金雲龍夾包袱) 3조(條), 주홍 칠소 법복갑(朱紅漆素法服匣) 1좌(座) 【호상(護箱) 등의 물건을 갖추었다.】 , 저사 직금 흉배 기린홍(紵絲織金胸背麒麟紅) 1필(匹), 직금 흉배 기린청(織金胸背麒麟靑) 1필, 암세화홍(暗細花紅) 1필, 소록(素綠) 1필, 나직금 흉배 기린홍(羅織金胸背麒麟紅) 1필, 직금 흉배 사자청(織金胸背獅子靑) 1필, 소홍(素紅) 1필, 소록(素綠) 1필, 서양포(西洋布) 10필이다. 왕비는 주취 칠적관(珠翠七翟冠) 1정 【금잠(金簪)·금적(金翟)·보전화결자(寶鈿花結子) 등의 물건을 갖추었다.】 , 삽화 금추자(鈒花金墜子) 1개(箇), 복(服) 1부(副)·1투(套), 대홍소 저사 협대삼(大紅素紵絲夾大衫) 1건, 청저사 채수권 금적계 협배자(靑紵絲綵綉圈金翟雞夾背子) 1건, 청선라 채수권 금적계 하피(靑線羅綵綉圈金翟雞霞帔) 1부, 상아 여홀(象牙女笏) 1지(枝)·1투, 녹직금화 운견 통수 슬란 저사 협단삼(綠織金花雲肩通袖膝襴紵絲夾團衫) 1건, 홍암화 저사 협오아(紅暗花紵絲夾襖兒) 1건, 청암화 저사 협군(靑暗花紵絲夾裙) 1건, 침향 색소 예복갑(沈香色素禮服匣) 1좌(座) 【호상(護箱) 등의 물건 전부와 포복(包袱) 5조(條)이다.】 , 저사 직금 흉배 기린홍(紵絲織金胸背麒麟紅) 1필, 직금 흉배 기린청(織金胸背麒麟靑) 1필, 암세화홍(暗細花紅) 1필, 소록(素綠) 1필, 나직금 흉배 기린홍(羅織金胸背麒麟紅) 1필, 직금 흉배 사자청(織金胸背獅子靑) 1필, 소홍(素紅) 1필, 소록(素綠) 1필, 서양포(西洋布) 10필이다.

명나라 사신이 태평관(太平館)에 가자 백관들이 반(半)으로 나누어 먼저 가서 예를 행하였다. 임금이 태평관에 거둥하여 백관을 거느리고 사제부(賜祭賻)202) 에 배례하고, 들어가서 명나라 사신과 더불어 다례(茶禮)203) 를 행하였으며, 나와서 어실(御室)에 나아갔다가 조금 뒤에 들어가서 하마연(下馬宴)204) 을 행하였다. 임금이 최안(崔安) 등과 더불어 동쪽·서쪽으로 나누어 앉았는데, 최안 등이 말하기를,

"전하의 자리가 매우 낮으니, 청컨대 조금 올라오소서."

하였다. 임금이 사양하였으나 최안 등이 굳이 청하고 정동(鄭同)이 임금 앞에 추창(趨蹌)205) 해 이르러서 스스로 어좌(御座)를 위로 옮기니, 임금이 부득이 그대로 따랐다. 임금이 술을 돌리고, 봉원군(蓬原君) 정창손(鄭昌孫)·고령군(高靈君) 신숙주(申叔舟)가 차례로 술을 돌렸다. 잔치를 파하고 환궁(還宮)하니, 백관들이 시복(時服)206) 차림으로 전문(箋文)을 받들어 하례하고 드디어 반사(頒赦)하였다. 그 전문(箋文)은 이러하였다.

"역수(歷數)207) 가 돌아오는 곳에 수성(守成)208) 하는 업(業)을 크게 좇았고, 천휴(天休)209) 가 거듭 이르러 이에 고명(誥命)을 내리는 은혜를 받으니, 무릇 보고 듣는 이가 기뻐서 뛰지 아니하겠습니까? 공손히 생각하건대, 총명하심은 순(舜) 임금에 지나시고 용기와 지혜는 탕(湯) 임금과 같으시니, 크게 홍도(洪圖)210) 를 품어서 비룡(飛龍)211) 의 운(運)에 속하였고, 우리 나라를 보호해 다스리니, 황제의 높은 은혜를 다시 입었습니다. 기쁨은 신린(臣隣)에 넘치고 경사는 종사(宗社)에 연면하였습니다. 신 등은 다행히 밝은 시대를 만나 큰 아름다움을 얻어 보니, 밤낮으로 오직 공경하여 비록 보좌하는 공은 작을지라도 건곤(乾坤)과 함께 오래도록 수(壽)하시도록 항상 송축하는 정성을 드립니다."

교서(敎書)는 이러하였다.

"이제 황제께서 특별히 중사(中使)를 보내어 선왕(先王)의 시고(諡誥)와 부제(賻祭)를 하사하고, 또 과인과 왕비에게 고명(誥命)·명복(命服)·채폐(綵幣)를 하사하여 사랑하는 은혜가 이처럼 거듭 이르니, 진실로 큰 경사이므로 마땅히 관대한 은전(恩典)을 펴서 황제의 은혜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이달 초4일 매상(昧爽) 이전(以前)으로부터 모반 대역(謀反大逆)·모반(謀叛)과 자손으로서 조부모·부모를 모살(謀殺)하거나 구매(歐罵)한 것, 처첩(妻妾)으로서 남편을 모살한 것, 노비(奴婢)로서 주인을 모살한 것, 고독(蠱毒)·염매(魘魅)·고의로 살인한 것과 단지 강도를 범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미 발각된 것이나 발각되지 아니한 것이나, 이미 결정된 것이나 결정되지 아니한 것이나 모두 용서하여 사(赦)한다. 감히 유지(宥旨) 이전의 일을 가지고 서로 고해 말하는 자는 그 죄로써 죄를 주겠다. 벼슬이 있는 자에게는 각각 1자급(資級)을 더한다. 아아! 천명(天命)을 받아 한 나라의 임금이 되었으니, 이에 시초를 바르게 함에 속하였고, 큰 은혜를 입어 많은 무리를 기르니 함께 새로워질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8책 337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사법-행형(行刑) / 외교-명(明)

  • [註 197]
    보력(寶歷) : 황제의 자리.
  • [註 198]
    화예(華裔) : 중국과 이민족.
  • [註 199]
    적개(敵愾) : 적에게 원수를 갚으려는 마음.
  • [註 200]
    동번(東蕃) : 우리 나라를 가리킴.
  • [註 201]
    순신(純臣) : 진실한 충신.
  • [註 202]
    사제부(賜祭賻) : 황제가 하사한 제사와 부의.
  • [註 203]
    다례(茶禮) : 중국의 사신을 맞아서 태평관(太平館)에서 차를 대접하던 의식.
  • [註 204]
    하마연(下馬宴) : 중국의 사신이 도착한 당일에 태평관에서 임금이 직접 베풀던 잔치.
  • [註 205]
    추창(趨蹌) : 예도에 맞도록 허리를 굽히고 빨리 걸어감.
  • [註 206]
    시복(時服) : 입시(入侍)할 때나 공무를 볼 때에 관원들이 입는 옷.
  • [註 207]
    역수(歷數) : 왕위에 오르는 운수.
  • [註 208]
    수성(守成) : 선조가 이룩한 업을 지킴.
  • [註 209]
    천휴(天休) : 하늘의 복. 황제의 은혜.
  • [註 210]
    홍도(洪圖) : 넓고 큰 포부.
  • [註 211]
    비룡(飛龍) : 《역경(易經)》 건괘(乾卦)에,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만나봄이 이롭다."[飛龍在天 利見大人]고 하였는데, 이 점괘는 용이 하늘로 나르는 것과 같이 사람이 임금의 자리에 오르는 좋은 운이라고 함.

○己未/欽差太監崔安鄭同沈澮等, 齎詔勑而來。 上幸慕華館, 迎詔勑如儀, 至景福宮行禮。 其詔曰:

朕紹承寶歷, 統御華裔, 丕冒海隅出日, 靡不世世受命, 以克受其邦土。 故朝鮮國王姓諱, 自膺封爵, 忠篤不懈。 文焉修覲貢之禮, 武焉伸敵愾之威, 朕用嘉之, 謂爲東藩純臣, 降年不永, 倐玆淪沒, 今特封王之世子諱, 襲王位以摠國務。 惟諱早象父賢, 嗣保疆域, 本國大小臣民, 其奉順嗣王, 以畏天事大, 無或替于爾先王之時, 朕尙有以永綏大芘爾國焉。 故玆詔示, 俾共欽承。

其勑曰:

得奏爾父王諱, 以今年九月初八日薨逝, 朕甚悼惜。 玆遣太監鄭同, 往爾國中諭祭, 遣太監崔安沈澮, 齎詔示爾國人。 封爾諱爲朝鮮國王, 繼爾父主國事, 爾宜敬以事上, 仁以撫下, 謙愼以長守其貴, 儉約以長守其富, 確秉臣節, 永固藩邦。 幷封爾妻韓氏爲王妃, 頒賜爾及爾妃誥命、冕服、冠服、綵幣等件, 至可領之。 計開國王九章冕服一副、九旒皂皺紗平天冠一頂、 【玉、珩、旒、珠、金事件全。】 九章綃地紗袞服一套、深靑粧花袞服一件、白素中單一件、纁色粧花前後裳一件、纁色粧花蔽膝一件、 【玉鉤全。】 纁色粧花錦繡綬、纁色粧花佩帶一副、 【金鉤、玉、玎璫全。】 紅白素大帶一條、玉圭一枝 【袋全。】 大紅素紵絲舃一雙、 【襪全。】 大紅平羅銷金雲龍夾包袱三條、朱紅漆素法服匣一座、 【護箱等件全。】 紵絲織金胸褙麒麟紅一匹、織金胸背麒麟靑一匹、暗細花紅一匹、素綠一匹、羅織金胸褙麒麟紅一匹、織金胸背獅子靑一匹、素紅一匹、素綠一匹、西洋布十匹。 王妃, 珠翠七翟冠一頂、 【金簪、金翟、寶鈿花結子等件全。】 鈒花金墜子一箇、服一副、一套、大紅素紵絲夾大衫一件、靑紵絲綵綉圈金翟雞夾褙子一件、靑線羅綵綉圈金翟雞霞帔一副、象牙女笏一枝、一套、綠織金花雲肩通袖膝襴紵絲夾團衫一件、紅暗花紵絲夾襖兒一件、靑暗花紵絲夾裙一件、沈香色素禮服匣一座、 【護箱等件全, 包袱五條。】 紵絲織金胸褙麒麟紅一匹、織金胸背麒麟靑一匹、暗細花紅一匹、素綠一匹、羅織金胸背麒麟紅一匹、織金胸背獅子靑一匹、素紅一匹、素綠一匹、西洋布十匹。

使往太平館, 百官分半, 先往行禮。 上幸太平館, 率百官拜賜祭賻, 入與使行茶禮, 出御御室,俄而入行下馬宴。 上與崔安等, 分東西坐, 等曰: "殿下座甚卑惶恐, 請稍上。" 上辭焉, 等强之, 鄭同趨至上前, 自移御座于上, 上不得已從之。 上行酒, 蓬原君 鄭昌孫高靈君 申叔舟, 以次行酒。 宴罷還宮, 百官以時服, 奉箋稱賀, 遂頒赦。 其箋曰:

曆數攸歸, 丕撫守成之業; 天休滋至, 玆承錫命之恩。 凡屬瞻聆, 疇非忭躍? 恭惟聰明過, 勇智齊。 誕膺洪圖, 正屬飛龍之運; 保釐東土, 更荷帝眷之隆。 喜溢臣隣, 慶綿宗社。 臣等幸逢昭代, 獲覩鴻休。 夙夜惟寅, 雖微贊襄之效; 乾坤竝久, 恒貢頌禱之誠。

敎曰:

今者皇帝特遣中使, 賜先王諡誥賻祭, 又賜寡人及妃誥命、命服、綵幣。 寵賚之恩, (畓)〔沓〕 臻至此, 實爲大慶, 宜布寬典, 以答皇恩。 自今月初四日昧爽以前, 除謀反、大逆、謀叛、子孫謀殺歐罵祖父母父母、妻妾謀殺夫、奴婢謀殺主、蠱毒魘魅、謀故殺人、但犯盜外, 已發覺未發覺, 已結正未結正, 咸宥赦之。 敢以宥旨前事, 相告言者, 以其罪罪之。 在官者, 各加一資。 於戲! 受天命而君一邦, 屬玆正始; 霈鴻恩而陶庶類, 咸與惟新。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8책 337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사법-행형(行刑)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