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실록47권, 세조 14년 8월 10일 정유 2번째기사
1468년 명 성화(成化) 4년
이영은, 김수령, 구종직 등을 불러 《어정주역구결》을 의논하게 하다
임금이 여러 재추(宰樞)와 이영은(李永垠)·김수령(金壽寧)·구종직(丘從直)·정자영(鄭自英)·김예몽(金禮蒙)·안효례(安孝禮)·최호원(崔灝元) 등을 불러 술자리를 베풀고 《어정주역구결(御定周易口訣)》을 의논하게 하였더니, 환괘(渙卦)433) 에 이르러 정자영이 권근(權近)의 구결(口訣)에 의할 것을 청하자, 구종직이 짐짓 청하기를,
"《어정 구결(御定口訣)》은 멀리 선성(先聖)도 아직 밝히지 못하였던 바로서, 진선진미(盡善盡美)한 것입니다. 그러나 물러나서 그르다고 의논하는 자가 있으니, 만약 이러한 무리를 베어 버린다면 구결은 저절로 행(行)해질 것입니다. 옛날 송(宋)나라에서 신법(新法)이 행해지지 않으니, 왕방(王雱)이 이르기를, ‘한기(韓琦)·부필(富弼)의 머리를 저자에 효시(梟示)하면 신법이 행해질 것입니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어정 구결(御定口訣)》을 비방(誹謗)하는 자는 정자영이니, 청컨대 성상께서는 정자영을 베어 버리소서."
하니, 임금이 응답하지 아니하고 나가도록 명(命)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47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8책 20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상-유학(儒學)
- [註 433]환괘(渙卦) : 《주역》의 편명(篇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