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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46권, 세조 14년 4월 9일 무술 4번째기사 1468년 명 성화(成化) 4년

태평관에 거둥하여 하마연을 베풀다

임금이 태평관(太平館)에 거둥하여 하마연(下馬宴)195) 을 베풀고, 우선(羽扇)196)강옥(姜玉) 등에게 주고 또 말하기를,

"지선(紙扇)은 비 오면 쉽게 파손되고 더러우면 씻기가 어려우나, 이 부채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또 씻을 만하다."

하니, 강옥 등이 사례하였다. 임금이 강옥 등에게 이르기를,

"대인(大人)의 말에, 칙서(勅書)에 기록하지 않은 상사(賞賜)가 있다고 하여, 내가 진실로 황송(惶悚)하다."

하니, 강옥 등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적을 정토(征討)한 공(功)을 황제가 심히 가상하게 여기어 이로써 특사(特賜)한 것입니다."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공(功)은 적고 상(賞)은 중하여 황공함을 견디지 못하겠다."

하니, 강옥 등이 말하기를,

"중국의 대소인(大小人)이 모두 말하기를, ‘건주(建州)를 공파(攻破)한 것은 조선(朝鮮)이 아니면 불능하였다.’고 하니, 지금의 상사가 어찌 과다(過多)하겠습니까?"

하고, 이어서 아뢰기를,

"주량(酒量)이 본래 얕은데 억지로 마시어 대취(大醉)하였으니, 빌건대 잔치를 파(罷)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건주(建州)를 정벌한 세 장수에게도 황제의 상사(賞賜)가 있었으니, 세 대장(大將)과 술을 마시는 것도 또한 옳지 않겠는가?"

하니, 강옥 등이 말하기를,

"생각건대 강순(康純)에게 명하여 궁시(弓矢)를 차고 들어와 술을 돌리게 하소서."

하고, 김보(金輔)는 가만히 화살을 뽑아서 보았다. 잔치가 파(罷)하자 임금이 환궁(還宮)하여, 도승지 권감(權瑊)에게 명하여 〈사신을〉 문안하게 하고, 각기 아청 면포 단단령(鴉靑綿布單團領)·초록면주 겹탑호 대홍면주(草綠綿紬裌塔胡大紅綿紬)·남요선 겹철릭(藍腰線裌帖裏)·백초 겹리두(白綃裌裏肚)·백초 삼아(白綃衫兒) 각각 1령(領), 백초 겹고(白綃裌袴) 1개, 흑초립(黑草笠) 1정(頂), 백녹비 겹금화(白鹿皮裌金靴) 1쌍(雙)을 주니, 강옥이 기쁘게 받으며 이르기를,

"사물(賜物)을 많이 받으니 감대(感戴)함이 망극(罔極)합니다."

하고, 즉시 북면(北面)하여 머리를 조아려 사례하였다. 김보(金輔)는 취(醉)하여 쓰러져서 일어날 수 없으므로 주지 못하였고, 또 두목(頭目) 등에게도 차등 있게 물건을 주었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46권 4장 B면【국편영인본】 8책 177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외교-명(明)

  • [註 195]
    하마연(下馬宴) : 중국의 사신이 도착한 당일에 태평관(太平館)에서 임금이 직접 베풀던 잔치. 이튿날 베푸는 잔치를 익일연(翌日宴), 닷새째 되는 날에 베푸는 잔치를 온짐연(溫斟宴), 떠나는 날에 베푸는 전별연(餞別宴)을 상마연(上馬宴)이라 하였음.
  • [註 196]
    우선(羽扇) : 새의 깃으로 만든 부채.

○上幸大平館, 設下馬宴。 贈羽扇于姜玉等, 且曰: "紙扇, 雨則易破, 汚則難洗, 此扇不畏雨, 且可洗也。" 等謝。 上謂等曰: "大人言, 有賞賜不錄勑書者, 予誠惶悚。" 等曰: "殿下討賊之功, 皇帝甚嘉之, 是以有特賜。" 上曰: "功微賞重, 不任惶恐。" 等曰: "中朝大小人皆曰: ‘攻破建州, 非朝鮮不能也。’ 今賞賜豈過多乎?" 仍啓曰: "酒量本淺, 强飮大醉, 乞罷宴。" 上曰: "征建州三將, 帝有賞賜, 飮三大將酒, 不亦可乎?" 等曰: "惟命康純, 帶弓矢而入行酒。" 金輔潛抽矢以觀之。 宴罷上還宮, 命都承旨權瑊問安, 各贈鴉靑綿布單團領ㆍ草綠緜紬裌塔胡ㆍ大紅綿紬藍腰線裌帖裏ㆍ白綃裌裹肚ㆍ白綃衫兒各一領、白綃裌袴一、黑草笠一頂、白鹿皮裌金靴一雙。 喜受曰: "多受賜物, 感戴罔極。" 卽北面扣頭謝。 醉倒莫能起, 未得贈, 又贈頭目等物有差。


  • 【태백산사고본】 17책 46권 4장 B면【국편영인본】 8책 177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