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김보 등이 서울에 들어와 칙서를 맞이하다
강옥(姜玉)·김보(金輔) 등이 칙서(勅書)를 받들고 서울에 들어오니, 임금이 백관(百官)을 거느리고 모화관(慕華館)에 거둥하여, 칙서를 맞이하기를 의식(儀式)과 같이 하였다. 임금이 경복궁(景福宮)에 돌아와 막차(幕次)에 들어가 도승지(都承旨) 권감(權瑊)을 불러 말하기를,
"박원형(朴元亨)은 정승(政丞)으로서 관반(館伴)190) 이 되어 구례(舊例)에 합당하지 못하니, 모름지기 중추부 영사(中樞府領事)의 호패(號牌)를 차게 하고, 강옥 등이 만약에 박원형의 직사(職事)를 묻거든 마땅히 영사(領事)로써 대답하라."
하고, 우승지(右承旨) 어세겸(魚世謙)을 불러 이르기를,
"칙서(勅書)와 상사(賞賜)는 네가 가서 조치하되, 일시에 아울러 들어오게 하라."
하였다. 얼마 있다가 사신(使臣)이 대궐에 이르니, 임금이 칙서를 받기를 의식과 같이 하였는데, 그 칙서에 말하기를,
"전자에 짐(朕)이 명하여, 군사를 거느리고 장차 건주(建州)의 역로(逆虜)를 정토(征討)하려고 하여 왕으로 하여금 천병(天兵)을 협조하게 하였는데, 이제 왕의 주문(奏文)을 얻어 보고 배신(陪臣) 중추부관(中樞府官) 강순(姜純) 등을 보냈음을 알았다. 강순 등은 군중(軍衆) 1만여 명을 거느리어 압록강(鴨綠江)·발저강(潑猪江)191) 2강(江)을 건너 올미부(兀彌府)의 제채(諸寨)를 공파(攻破)하고, 역로(逆虜) 이만주(李滿住)·이고납합(李古納哈) 부자(父子) 등을 죽이었으며, 그 부속(部屬)의 두축(頭畜)을 참획(斬獲)하고 그 여사(廬舍)에 쌓아서 모아 놓은 것을 불살라 그들이 약탈한 우리 동녕위(東寧衛)의 인구(人口)를 얻게 하고, 배신(陪臣) 이조 참판(吏曹參判) 고태필(高台弼)을 보내어 포로를 바치니, 이미 왕이 가져다 바친 적속(賊屬)은 관례에 따라 인구(人口)를 처치하여 친히 완취(完聚)하게 하여 주었고, 우축(牛畜)은 군둔(軍屯)의 종자로 주었다. 진실로 왕은 대대로 돈독하고 충정(忠貞)함을 말미암은 까닭으로 짐(朕)이 척찰(尺札)로써 왕에게 명하고 왕의 나라의 군중(軍衆)이 해동(海東)192) 에 향응(響應)하여, 짐의 장수와 군졸이 벼락같이 빠르고 바람같이 몰아, 내외(內外)가 합세(合勢)하여 역로(逆虜)가 와해(瓦解)하였으니, 왕은 짐의 명한 바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이를 만하다. 짐과 왕은 군신(君臣)이 마음을 한가지로 하였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이제 내관(內官) 강옥(姜玉)·김보(金輔)를 보내어 왕의 나라에 이르러 왕에게 채단(綵段)·백금 문금(白金紋錦)·서양포(西洋布)를 주고, 그 강순(康純)·고태필(高台弼) 등에게도 또한 각각 주어서 그 노고를 정표(旌表)하니, 왕은 그것을 공경하여 받으라. 국왕(國王)에게는 은(銀) 1백 냥(兩), 청여의규심 융금(靑如意葵心絨錦) 1단(段), 백지록수대보상화 융금(柏枝綠壽帶寶相花絨錦) 1단(段), 청련구화 융금(靑蓮球花絨錦) 1단(段), 단반홍전지보상화 융금(丹礬紅纏枝寶相花絨錦) 1단(段), 직금흉배기린암골타운 대홍저사(織金胸背麒麟暗骨朶雲大紅紵絲) 2필, 직금흉배기린암골타운 흑록저사(織金胸背麒麟暗骨朶雲黑綠紵絲) 2필, 직금흉배기린암골타운 청저사(織金胸背麒麟暗骨朶雲靑紵絲) 2필, 소암화팔보골타운 대홍저사(素暗花八寶骨朶雲大紅紵絲) 1필, 소청육운 저사(素靑六雲紵絲) 2필, 소암골타운 대홍저사(素暗骨朶雲大紅紵絲) 1필, 소앵가록육운 저사(素鷪歌綠六雲紵絲) 2필, 남채견(濫綵絹) 4필, 홍채견(紅綵絹) 8필, 백서양포(白西洋布) 10필(匹)을, 영병관(領兵官) 강순(康純)·어유소(魚有沼)·남이(南怡)에게는 각각 은(銀) 20냥(兩), 직금흉배호표 대홍저사(織金胸背虎豹大紅紵絲) 1필, 소앵가록육운 저사(素鷪歌綠六雲紵絲) 1필, 소청육운 저사(素靑六雲紵絲) 1필, 소흑록육운 저사(素黑綠六雲紵絲) 1필, 홍채견(紅綵絹) 3필, 남채견(藍綵絹) 1필(匹)을 준다."
하였다. 예(禮)를 마치고, 사신(使臣)의 자리를 정전(正殿)의 동쪽에, 어좌(御座)를 서쪽에 설치하니, 강옥(姜玉) 등이 말하기를,
"감히 서로 마주 대할 수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왕인(王人)193) 은 서로 마주 대하여 앉는 것이니, 어찌 감히 예(禮)에 어긋난다 하겠는가?"
하였다. 강옥 등이 말하기를,
"우리들은 비록 중국 조정(朝廷)에서 보냈다 하더라도 원래 본국(本國)의 백성입니다. 전하(殿下)의 정전(正殿)에서 서는 것도 또한 옳지 못하온데, 어찌 감히 마주 앉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두 대인(大人)은 황제의 명을 받들고 왔으니, 빈주(賓主)가 서로 마주 대함은 고금의 통례(通禮)이며 폐할 수 없는 것이다."
하였다. 강옥 등이 말하기를,
"그러면 전하의 자리를, 청컨대 북쪽에 가까이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대인의 자리가 너무 낮은 데 부합될까 두렵다."
하였다. 강옥 등이 재삼 강권하여 곧 조금 자리를 옮기니, 강옥 등이 자리에 나아가 다례(茶禮)194) 를 행하기를 마치고, 강옥 등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적을 정토(征討)한 공로를 중국 조정에서 매우 가상히 여기는데, 칙서(勅書)에 기록된 물건은 예부(禮部)에서 아뢴 것이고, 그 직금망룡(織金蟒龍) 6필은 칙서에 기록되지 않은 것이니, 이것은 황제가 특사(特賜)하는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는 작은 공(功)으로써 천은(天恩)을 우악하게 받으니, 황공하여 몸둘 바가 없다."
하였다. 강옥 등이 태평관(太平館)에 가니, 임금이 영순군(永順君) 이부(李溥)·능성군(綾城君) 구치관(具致寬)·우승지(右承旨) 어세겸(漁世謙) 등에게 명하여, 상사(賞賜)한 궤(櫃)를 내전으로 들여오게 하고, 강순(康純)·어유소(漁有沼)·남이(南怡)를 불러 나누어 주었다. 임금이 강옥 등을 대접함이 심히 후하니, 강옥 등도 또한 나단(羅段)·보패(寶貝) 등의 물건을 매우 많이 올리었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46권 3장 A면【국편영인본】 8책 177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행행(行幸)
- [註 190]관반(館伴) : 외국의 사신을 접대하기 위하여 태평관(太平館)이나 동평관(東平館)에 임시로 파견하던 관원. 정3품 이상에서 임명하였음. 접반사(接伴使).
- [註 191]
발저강(潑猪江) : 파저강(婆猪江).- [註 192]
○戊戌/姜玉、金輔等, 捧勑入京。 上率百官, 幸慕華館, 迎勑如儀。 上還至景福宮, 入幕次, 召都承旨權瑊曰: "朴元亨以政丞爲館伴, 不合舊例, 須佩中樞府領事號牌, 玉等若聞元亨職事, 當以領事答之。" 召右承旨魚世謙謂曰: "勑書及賞賜, 汝往措置, 令一時竝入。" 有頃, 使臣至闕, 上受勑如儀。 其勑曰:
嚮者, 朕命將率師, 致討建州逆虜, 俾王協助天兵, 今得王奏, 知遣陪臣中樞府官康純等。 康純等統衆萬餘, 渡鴨綠、潑猪二江, 攻破兀彌府諸寨, 殺逆虜李滿住、古納哈父子等, 斬獲其部屬頭畜, 焚其廬舍積聚, 得其所掠我東寧衛人口。 遣陪臣吏曹參判高台弼獻俘, 已將王所獻賊屬, 依例處置人口, 給親完聚, 牛畜給軍屯種。 良由王世篤忠貞, 故朕以尺札命王, 而王國之衆, 響應于海東, 朕之將士, 雷厲風驅, 內外合勢, 逆虜亙解, 王可謂無負朕所命矣。 朕與王, 君臣同心, 豈不美哉? 今遣內官姜玉、金輔至王國, 賜王綵段、白金紋錦、西洋布。 其康純、高台弼等, 亦各有賜, 以旌其勞, 王其欽承之。 賜國王銀一百兩、靑如意葵心絨錦一段、栢枝綠壽帶寶相花絨錦一段、靑蓮球花絨錦一段、丹礬紅纏枝寶相花絨錦一段、織金胸背麒麟暗骨朶雲大紅紵絲二匹、織金胸背麒麟暗骨朶雲黑綠紵絲二匹、織金胸背麒麟暗骨朶雲靑紵絲二匹、素暗花八寶骨朶雲大紅紵絲一匹、素靑六雲紵絲二匹、素暗骨朶雲大紅紵絲一匹、素鷪哥綠六雲紵絲二匹、藍綵絹四匹、紅綵絹八匹、白西洋布十匹; 領兵官康純、魚有沼、南怡, 各銀二十兩、織金胸背虎豹大紅紵絲一匹、素鷪哥綠六雲紵絲一匹、素靑六雲紵絲一匹、素黑綠六雲紵絲一匹、紅綵絹三匹、藍綵絹一匹。
禮訖, 設使臣座於殿東, 御座於西, 玉等曰: "不敢相對。" 上曰: "王人相對坐, 何敢違禮?" 玉等曰: "我等雖朝廷所遣, 元是本國百姓。 殿下正殿立亦不可, 安敢對坐乎?" 上曰: "兩大人承帝命來, 賓主相對, 古今通禮, 不可廢也。" 玉等曰: "然則殿下之座, 請近北。" 上曰: "恐副大人之座過卑。" 玉等再三强之, 乃小移座, 玉等就坐, 行茶禮訖, 玉等曰: "殿下討賊之功, 朝廷甚嘉之, 勑書所錄之物, 禮部所奏也。 其織金蟒龍六匹, 勑書所不錄, 是皇帝特賜也。" 上曰: "我國以小功, 優荷天恩, 惶恐無地。" 玉等往大平館, 上命永順君 溥、綾城君 具致寬、右承旨魚世謙等, 令入賞賜櫃于內, 召康純、魚有沼、南怡, 分賜之。 上待玉等甚厚, 玉等亦進羅段寶貝等物甚多。
- 【태백산사고본】 17책 46권 3장 A면【국편영인본】 8책 177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행행(行幸)
- [註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