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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45권, 세조 14년 3월 15일 을해 1번째기사 1468년 명 성화(成化) 4년

일본국과 야인의 사신 등을 접견하다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 잔치를 베푸니, 효령 대군(孝寧大君) 이보(李𥙷)·하동군(河東君) 정인지(鄭麟趾)·봉원군(蓬原君)·정창손(鄭昌孫)·고령군(高靈君) 신숙주(申叔舟)·상당군(上黨君) 한명회(韓明澮)·능성군(綾城君) 구치관(具致寬)·연성군(延城君) 박원형(朴元亨)·중추부 영사(中樞府領事) 심회(沈澮)·영성군(寧城君) 최항(崔恒)·영의정(領議政) 조석문(曹錫文)·좌의정(左議政) 홍달손(洪達孫)·중추부 판사(中樞府判事) 성봉조(成奉祖)·한성부 윤(漢城府尹) 이석형(李石亨)·예조 판서(禮曹判書) 임원준(任元濬)·대사헌(大司憲) 양성지(梁誠之)·중추부 동지사(中樞府同知事) 홍응(洪應)·첨지사(僉知事) 구종직(丘從直)·행 상호군(行上護軍) 고태필(高台弼) 등이 입시(入侍)하였다. 일본국 사신(日本國使臣) 융원(融圓)·종례(宗禮) 등과 알타리(斡朶里) 마금파로(馬金波老)·이가로(李家老)올량합(兀良哈) 김사로(金舍老) 등도 또한 시연(侍宴)하게 하니, 융원(融圓)이 토물(土物)과 채화(綵花)를 바치었다. 임금이 융원(融圓)·종례(宗禮)에게 이르기를,

"너희들이 서울에 도착한 지가 이미 오래 되었는데, 내가 탕천(湯泉)에 거둥하여 접견(接見)할 수 없었다. 너희 국왕(國王)이 보낸 꽃과 병풍(屛風)은 매우 좋고 올린 술도 또한 아름다우니, 너희들은 그 술을 올려라."

하고, 또 말하기를,

"북방(北方)에 있는 야인(野人)이 이제 모두 와서 조회하는데 내가 더불어 한가지로 마시는 것은, 저들이 먼 곳으로부터 왔으니 감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하고, 또 이르기를,

"너희 국왕(國王)이 연달아 사람을 보내어 통신(通信)하는데도 내가 한 번도 회례(回禮)를 하지 못한 것은, 바다로 국로(國路)가 요원(遙遠)하여 왕래하기에 어려워서이다. 지난번에 사람을 보내어 너희 나라에 가다가, 마침 풍파(風波)를 만나 끝내 돌아올 수 없게 되어, 이로부터 감히 보내지 못하였다. 이제 너희들에게 붙여서 보내려 하니, 호위하여 내왕할 수 있겠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신 등이 마땅히 함께 갔다 오겠습니다."

하였다. 또 말하기를,

"너희들은 하고자 하는 말이 없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나머지는 말할 것이 없습니다만, 우리 나라는 지금 약사사(藥師寺)를 지으려고 하니, 성상의 조연(助緣)을 원합니다."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네가 비록 말하지 않더라도 너희 국왕의 서계(書契)에 이미 청하였고, 또 비록 서계가 없다 하더라도 내가 너희 나라에서 장차 큰 사찰(寺刹)을 지으려는 것을 들었으니, 또한 마땅히 도움을 주겠다."

하였다. 또 말하기를,

"강북(江北)에는 탱자[枳]가 있고 강남(江南)에는 귤(橘)이 있는데, 춘풍(春風)이 화창(和暢)하니, 영화를 베풀고 특수하게 기르는 것은 한가지이다."

하고, 임금이 마금파로(馬金波老)·이가로(李家老) 등에게 이르기를,

"이 앞서 너의 무리가 많이 왔다가 내가 마침 탕정(湯井)에 거둥하여 접견하지 못했는데, 이제 너희가 와서는 내가 환궁(還宮)함을 만난 까닭에 접견하는구나."

하니, 마금파로가 대답하기를,

"신(臣)은 일찍이 올적합(兀狄哈)과 더불어 틈[隙]이 있어 서로 화해(和解)하려고 저곳에 갔었는데, 이로 인하여 늦게 와서 천안(天顔)을 배알하게 되니, 어찌 다행하지 않겠습니까?"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일본 국왕(日本國王)이 보낸 화초(花草)를 너희들은 보아라. 이와 같은 화초를 너희들도 또한 만들 수 있겠느냐?"

하고, 명하여 술을 올리게 하고, 연탁(宴卓)을 융원 등에게 내려 주며, 이르기를,

"너희들은 물러가 관(館)에 가서 스스로 즐겨 마시도록 하라."

하였다. 호조 판서 노사신(盧思愼)을 불러 그 손을 잡고 더불어 말하고, 이어서 밀성군(密城君) 이침(李琛)에게 이르기를,

"너는 노사신의 사람됨을 아느냐? 국사(國士)로는 둘도 없는 사람이라고 이를 만하다."

하였다. 융원 등이 관(館)에 이르러, 통사(通事) 전양민(田養民)에게 묻기를,

"탱자나무와 귤나무의 말은 무엇을 이름인가?"

하니, 전양민의 말하기를,

"북방의 탱자나무는 야인(野人)이며, 남방의 귤나무는 너희들이다. 모두 먼 곳으로부터 와서 성상(聖上)으로 더불어 같은 날에 연락(宴樂)하니, 이는 따뜻한 봄이 화창하게 퍼지니, 만물(萬物)이 모두 봄[春]이라는 뜻이다."

하니, 융원 등이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이가 없었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45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8책 169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외교-야(野) / 외교-왜(倭)

○乙亥/御思政殿設宴, 孝寧大君 (補)〔𥙷〕 河東君 鄭麟趾蓬原君 鄭昌孫高靈君 申叔舟上黨君 韓明澮綾城君 具致寬延城君 朴元亨、中樞府領事沈澮寧城君 崔恒、領議政曺錫文、左議政洪達孫、中樞府判事成奉祖、漢城府尹李石亨、禮曹判書任元濬、大司憲梁誠之、中樞府同知事洪應、僉知事丘從直、行上護軍高台弼等入侍。 引見日本國使臣融圓宗禮等, 及斡朶里 馬金波老李家老兀良哈 金舍老等, 亦令侍宴。 融圓獻土物及綵花。 上謂融圓宗禮曰: "汝等到京已久, 予幸湯泉, 未得接見。 汝國王所送花與屛風甚好, 所進之酒亦嘉, 爾等其進酒。" 又曰: "北方有野人, 今皆來朝, 予與同飮, 彼自遠方來, 不敢不爾。" 又謂曰: "汝國王連遣人通信, 而予一不回禮, 以海國路遼遠, 難於往來也。 向者遣人往汝國, 適遇風波, 終不得返, 從此未敢送。 今欲付汝送之, 可護來往乎?" 對曰: "臣等當偕往來。" 又曰: "汝等無乃有欲言耶?" 對曰: "餘無可言, 但我國今欲造藥師寺, 願聖上助緣。" 上曰: "汝雖不言, 汝國王書契已請之, 且雖無書契, 予聞汝國將作大寺, 亦當致助。" 又曰: "江北有枳, 江南有橘, 春風和暢, 敷榮毓秀一也。" 上謂馬金波老李家老等曰: "前此汝輩多來, 予適幸湯泉, 未得接見, 今汝之來, 値予還宮故接之。" 馬金波老對曰: "臣曾與兀狄哈有隙, 欲相和解往彼處, 因此晩來, 得拜天顔, 何幸如之?" 上曰: "日本國王所遣花草, 汝等見之。 如此花草, 汝等亦可作耶?" 命進酒, 賜宴卓于融圓等, 謂曰: "汝等退而適館, 當自歡飮。" 召戶曹判書盧思愼, 執其手與語, 仍謂密城君 曰: "汝知思愼之爲人乎? 可謂國士無雙者也。" 融圓等至館, 問通事田養民曰: "枳木橘樹之言, 何謂也?" 養民曰: "北方枳木, 野人也; 南方橘樹, 汝等也。 皆自遠方來, 而與聖上同日宴樂, 是陽春布和, 萬物皆春也。" 融圓等聞之, 莫不墜淚。


  • 【태백산사고본】 17책 45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8책 169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외교-야(野)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