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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44권, 세조 13년 10월 8일 경자 2번째기사 1467년 명 성화(成化) 3년

임흥이 안장을 왕세자에게 진상하고자 하여 이를 받아 들이다

중추부 동지사(中樞府同知事) 어효첨(魚孝瞻)이 낮에 임흥(任興) 등에게 잔치를 베푸니, 황철(黃哲)이 병이라 핑계하고 나오지 않았다. 임흥어효첨과 관반(館伴) 윤자운(尹子雲)·김길통(金吉通) 등에게 말하기를,

"전하(殿下)께서 안장의 장식을 고쳐서 내려 주셨으니, 나의 안장을 왕세자(王世子)에게 진상(進上)하고자 하는데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윤자운이 그 대답하기를 어렵게 여겨 다만 말하기를,

"알겠습니다."

하였다. 임흥이 말하기를,

"어째서 가타 부타 하지 않습니까?"

하므로, 윤자운이 별제(別提) 권정(權侹)을 시켜 이를 아뢰니, 임금이 전지(傳旨)하기를,

"마땅히 그에게 말하기를, ‘세자(世子)가 사재(私財)가 없으니, 세자에게 주면 이것은 진상(進上)이 된다. 대인(大人)의 타던 안장을 바치는 것이 예(禮)에 있어서 어떠하겠는가? 또 전에 온 사신(使臣)이 하나둘이 아닌데, 아직 이러한 일은 듣지 못하였다. 생각건대 대인(大人)께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라."

하였다. 권정(權侹)이 미처 돌아오지 않았는데, 임흥이 안장 갖춘 말을 취(取)하여 뜰에 세우고 윤자운에게 가부(可否)를 강요하니, 윤자운이 부득이하여 대답하기를,

"대인의 정성스러운 뜻을 어찌 막겠으며, 어찌 권하겠습니까?"

하고, 즉시 이를 치계(馳啓)하니, 전지(傳旨)하기를,

"그가 만약 강제로 말하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기를, ‘장차 전하(殿下)에게 아뢰겠다.’고 하라."

하였다. 한참 있다가 임흥이 말하기를,

"듣건대 내일 전하께서 우리들을 궁궐(宮闕)에서 위로하여 잔치하신다니, 마땅히 먼저 안장을 세자(世子)에게 바쳐야 합니다."

하니, 윤자운이 말하기를,

"세자(世子)가 마음대로 결단하는 것이 마땅치 않으니, 마땅치 전하에게 아뢰어야 합니다."

하고, 또 권정(權侹)을 시켜서 아뢰니, 전지(傳旨)하기를,

"그가 또 강제로 말한다면 장차 그에게 응답하기를, ‘이미 전하(殿下)에게 아뢰었으니, 전하께서 마땅히 그것을 받을 것이다.’고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44권 5장 A면【국편영인본】 8책 129면
  • 【분류】
    외교-명(明)

○中樞府同知事魚孝瞻, 晝宴任興等, 黃哲稱疾不出。 孝瞻及館伴尹子雲金吉通等曰: "殿下改飾鞍子以賜, 欲以吾鞍, 進王世子何如?" 子雲難其對, 但曰: "知之。" 曰: "何不可否?" 子雲使別提權侹啓之, 傳曰: "當語之曰: ‘世子無私財, 贈世子則是進上也。 進大人所乘之鞍, 於禮何如? 且前來使臣非一, 未有聞如此事。 惟大人更思之。’" 未及還, 取鞍被馬立於庭, 强子雲決可否, 子雲不得已對曰: "大人誠意, 何沮何勸?" 卽馳啓之, 傳曰: "彼若强說, 則當語之曰: ‘將啓殿下。’" 有頃, 曰: "聞明日殿下慰宴我等于宮, 當先進鞍于世子。" 子雲曰: "世子不當擅便, 當啓殿下。" 又令啓之, 傳曰: "彼又强說, 將應之曰: ‘已啓殿下, 殿下當受之矣。’"


  • 【태백산사고본】 16책 44권 5장 A면【국편영인본】 8책 129면
  • 【분류】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