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잡학인에게 업을 강하게 하고, 예문관 유신에게 인지의 송을 강하게 하다
화위당(華韡堂)에 나아가 효령 대군(孝寧大君) 이보(李𥙷)·봉원군(蓬原君) 정창손(鄭昌孫)·영의정 한명회(韓明澮)·능성군(綾城君) 구치관(具致寬)·좌의정 심회(沈澮)·연성군(延城君) 박원형(朴元亨)·좌찬성 최항(崔恒)·우찬성 조석문(曹錫文)·좌참찬 윤자운(尹子雲)·인산군(仁山君) 홍윤성(洪允成)·병조 판서 김국광(金國光)·이조 판서 한계희(韓繼禧)·호조 판서 노사신(盧思愼)·예조 판서 강희맹(姜希孟)·공조 판서 임원준(任元濬)·형조 판서 서거정(徐居正)·중추부 지사(中樞府知事) 성임(成任), 동지사(同知事) 구종직(丘從直)·홍응(洪應)·이예(李芮)·정자영(鄭自英), 대사헌(大司憲) 양성지(梁誠之)·호조 참판 이파(李坡)·예조 참판 이계손(李繼孫)과 승지 등이 입시(入侍)하였는데, 종친(宗親)과 예문관(藝文館) 유신(儒臣)·성균관(成均館) 유생(儒生)·의학인(醫學人) 등을 불러 그들이 하는 업(業)을 강(講)하게 하고, 곧 술자리를 베풀었다. 세자에게 명하여 여러 종친(宗親)·재추(宰樞)들에게 술을 돌리게 하고, 비록 품질(品秩)이 낮은 자라 할지라도 모두 친히 술을 따라 주게 하였다. 날이 정오(正午)가 되어서야 파하도록 명하고, 예문관 유신들만 머무르게 하여 임금이 지은 《인지의 송(印地儀頌)》을 강(講)하게 하였는데, 그 송에 이르기를,
"수(數)는 하나에서 시작하여 열·백(百)·천(千)·만(萬)·억(億)으로 끝이 무궁(無窮)하니, 음양(陰陽)이 이로 말미암아 서로 교구(交構)하여, 만화(萬化)가 분분(紛紛)하고, 세도(世道)가 성립하며, 하늘이 땅으로 들어가는 이치와 복서(卜筮)의 학(學)이 길흉(吉凶)의 소장(消長)을 미리 살피는 바이다. 이러한 연고로 인지의(印地儀)를 마침 만들어서 산(山)을 찾고 물[水]을 구(求)하여 표준(標準)을 삼을 수 있으니, 가운데 중극(中極)이 움직이지 아니하게 24위(位)를 맞추어 취하고, 사방(四方)이 바르게 분포(分布)되어 사극(四極)에 있게 하며, 척촌(尺寸)에 따라 바로잡아 교도(交度)를 알아내고, 절변(節變)과 원근(遠近)을 그림판을 헤아려서 재되 좌우로 회전하여 서로 맞추고 상하로 서로 이으니, 크고 작은 것이 유실(遺失)이 없이 능히 일이 필(畢)하여질 수 있느니라."
하였는데, 유신들이 한결같이 그 뜻을 깨달아 알지를 못하였으나, 오직 성균 사예(成均司藝) 유희익(兪希益)과 직강(直講) 김유(金紐)·종학 도선(宗學導善) 이맹현(李孟賢)·사회(司誨) 이육(李陸)·예조좌랑 이익배(李益培) 등이 조금 그 대략(大略)을 알았다. 이때 마침 함길도 도사(咸吉道都事) 조극치(曹克治)가 와서 숙배(肅拜)를 드리니, 불러 보고 변방의 일을 물어 보았다. 이때 강론(講論)이 아직 파하지 않았는데, 성균 학록(成均學錄) 김여석(金礪石)이 나이가 매우 젊으므로 임금이 묻기를,
"너는 성명이 무엇이며, 과거(科擧)의 등제(登第)는 어느 해에 하였느냐? 무릇 사람이 나이가 젊으면 교만한 마음이 생기기 쉽고, 기호(嗜好)와 욕심을 막기가 어렵다."
하고, 최항에게 명하여 ‘무기음주 무교긍 인기욕(毋嗜飮酒毋驕矜忍嗜欲)105) ’의 열 자(字)를 쓰게 하여 친히 수결(手決)을 두어서 내려 주었다. 관상감 정(觀象監正) 안효례(安孝禮)와 군자감 첨정(軍資監僉正) 최호원(崔灝元)이 《인지의 송(印地儀頌)》을 가지고 각기 소견(所見)을 고집하여 힘써 이기려고 들어 기(氣)를 쓰고 언성(言聲)을 높이니, 그 말이 매우 비루하고 상스러웠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41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8책 65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어문학-문학(文學) / 과학-수학(數學) / 과학-천기(天氣)
- [註 105]무기음주 무교긍 인기욕(毋嗜飮酒毋驕矜忍嗜欲) : 술을 마시기를 즐겨하지 말고, 교만하고 뽑내지 말며, 즐기어 하고 싶은 욕심을 참으라는 뜻.
○庚辰/御華韡堂。 孝寧大君 (補)〔𥙷〕 、蓬原君 鄭昌孫、領議政韓明澮、綾城君 具致寬、左議政沈澮、延城君 朴元亨、左贊成崔恒、右贊成曺錫文、左參贊尹子雲、仁山君 洪允成、兵曹判書金國光、吏曹判書韓繼禧、戶曹判書盧思愼、禮曹判書姜希孟、工曹判書任元濬、刑曹判書徐居正、中樞府知事成任、同知事丘從直ㆍ洪應ㆍ李芮ㆍ鄭自英、大司憲梁誠之、戶曹參判李坡、禮曹參判李繼孫及承旨等入侍。 召宗親及藝文儒臣、成均館儒生、醫學人等, 講所業, 仍設酌。 命世子行酒于諸宗宰, 雖秩卑者, 皆親與之。 日午命罷, 只留藝文儒臣等, 講《御製印地儀頌》。 其頌曰:
數始於一終於十, 百千萬億無窮極。 陰陽由是相交構, 萬化紛紛世道立。 天文地理卜筮學, 吉凶消長悉前察。 緣故偶作印地儀, 尋山覓水可準則。 中極不動射四六, 四正分布居四極。 趣正尺寸知交度, 節變遠近量圖局。 回轉相照又相承, 巨細無遺能事畢。
儒臣等無一曉其義。 唯成均司藝兪希益、直講金紐、宗學導善李孟賢、司誨李陸、禮曹佐郞李益培等, 稍知梗槪。 會, 咸吉道都事曺克治來肅拜, 召問邊事。 時, 講論猶未罷, 成均學錄金礪石, 年甚少, 上問曰: "汝姓名誰, 登第何年? 凡人年少則驕心易生, 嗜欲難防。" 命崔恒書 ‘毋嗜飮酒, 毋驕矜, 忍嗜欲’ 十字, 親押以賜。 觀象監正安孝禮、軍資監僉正崔灝元, 亦將《印地儀頌》, 各執所見, 務爲求勝, 作氣厲聲, 言甚鄙俚。
- 【태백산사고본】 15책 41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8책 65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어문학-문학(文學) / 과학-수학(數學)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