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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39권, 세조 12년 9월 2일 경오 1번째기사 1466년 명 성화(成化) 2년

의금부에 전지하여 김종련을 국문하여 아뢰게 하다

의금부(義禁府)에 전지(傳旨)하기를,

"근일에 김종련(金宗蓮)을 특별히 불러서 이르기를, ‘그대가 경사(經史)에 숙달(熟達)했다는 말을 듣고서 그 적임자를 얻은 것을 기뻐하여 자주 불러서 경서(經書)를 강론(講論)하게 했더니, 그대는 번번이 호승지벽(好勝之癖)이 있기 때문에, 의논이 통하지 않는 곳에는 문득 다른 말로써 뒤섞으므로, 앞에 한 말이 차례를 잃고 뒤에 해석한 뜻이 밝혀지지 않는데도, 모른다고 말하기를 부끄럽게 여겨 자기를 반성(反省)하지 않으니, 이것이 그대의 큰 병통이다. 학문하는 방법은 배우는 것만 못하다. 그대는 마땅히 그릇된 점을 고쳐 실제에 따라 자유(自由)스럽게 논하라. 태극(太極)이 이(理)인가, 기(氣)인가, 이기(理氣)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선유(先儒)의 말에는 태극(太極)은 이미 기(氣)에 속해 있다고 하는데, 주자(朱子)의 말에는 이(理)라고 했으니, 신(臣)은 마음속으로 주자(朱子)의 설(說)을 그르게 여기지만, 감히 그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내가 묻기를, ‘바로 마음에 있는대로 고(告)할 뿐이다. 주자(朱子)가 그대의 군부(君父)가 아닌데 무슨 이유로 감히 그르다고 하지 못하는가? 선유(先儒)들이 주자(朱子)를 폄론(貶論)한 사람이 많으니, 비록 주자일지라도 어찌 틀린 곳이 없겠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신(臣)도 또한 틀린 곳을 많이 보았지마는 다른 사람이 두려워서 감히 아뢰지 못했을 뿐입니다.’ 하였다." 내가 묻기를, ‘누구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공론(公論)을 두려워합니다.’ 하므로, 묻기를, ‘공론(公論)이란 누구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강론(講論)한 데에 있을 데에 연유된 것이지만 마침내는 불충(不忠)한 마음을 나타낸 것이며, 처음에는 군주(君主)에게 대답한 데 연유된 것이지만 마침내는 신하에게 붙은 마음을 나타낸 것이며, 처음에는 다스림을 이르기를 구한 것이지만 마침내는 윤상(倫常)을 무너뜨림을 초래한 것이며, 처음에는 예(禮)로써 접대한 것이지만 마침내는 형벌로써 위압(威壓)하게 되었으며, 처음에는 선비를 권려(勸勵)한 것이지만 마침내는 여러 사람들을 놀라게 했으니, 이와 같은 것은 이해(利害)를 비교한다면 이익도 또한 큰 편이지만 해독도 또한 큰편이다. 내가 이를 여러 날 동안 생각해 보아도 감히 하늘의 뜻은 어길 수가 없으니, 반드시 사방에 시체(屍體)를 돌려서 민중(民衆)을 깨우치고 현인(賢人)을 채찍질하여 풍속을 개정(改正)하여 영구한 세월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김종련(金宗蓮)이란 자는, 죄가 천지(天地) 사이에 용납될 수가 없으며, 목숨이 잠깐 동안이라도 연장(延長)될 수가 없는데도, 직임(職任)도 없고 관수(官守)도 없으면서 함부로 비방하는 무리들이 윤상(倫常)을 무너뜨리고 풍속을 어지럽게 하는 기풍(氣風)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으니, 빨리 국문(鞫問)하여 아뢰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39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8책 38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사상-유학(儒學)

    ○庚午/傳旨義禁府曰: "近日, 特召金宗蓮, 謂曰: ‘聞汝熟於經史, 喜其得人, 數召論經。 汝每每好勝, 議論不通處, 輒以他語參混之。 前言失序, 後意未發, 恥言不知, 不反求己, 此甚汝病也。 學問之道, 不如學也。 汝宜改非, 從實閑論。 太極理耶? 氣耶? 理氣耶?’ 對曰: ‘先儒云太極已屬乎氣, 朱子云理也。 臣心以謂說爲非, 而不敢非也。’ 問: ‘直告心耳。 非汝君父, 何故不敢非? 先儒貶朱子者多, 雖朱子, 豈無誤處?’ 對曰: ‘臣亦多見誤處, 而畏人不敢啓耳。’ 問: ‘所畏之人誰?’ 對曰: ‘畏公論。’ 問: ‘公論者誰?’ 對曰: ‘儒者。’ 上項辭緣, 初因論經, 而終現不忠; 初因對君, 而終見附臣; 初求致治, 而終致敗常; 初以禮接, 而終以威刑; 初以勸士, 而終以駭衆。 如是等利害, 利亦大矣, 害亦多矣。 予思之累日, 不敢違天。 必傳屍四方, 警衆策賢, 改正風俗, 以圖永年。 宗蓮者, 罪不容於天地, 命不延於頃刻, 而無職任無官守, 擅自誹謗之徒, 敗常亂俗之風, 猶有未殄焉。 速鞫以啓。


    • 【태백산사고본】 14책 39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8책 38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사상-유학(儒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