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영시의 문무과가 사은하니, 사정전에서 주연을 베풀다
발영시(拔英試)의 문과·무과가 사은(謝恩)하니, 임금이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서 인견하고 자리를 하사(下賜)하고는 이어서 술자리를 베풀었다. 임금이 금휘(琴徽)를 불러 성명(姓名)·연갑(年甲)·족계(族系)와 독서(讀書)의 여부를 물었다. 또 김수온(金守溫)을 불러서 말하기를,
"어제 경(卿)에게 잔치를 내렸는데, 경(卿)이 술에 취하지는 아니하였던가?"
하니, 김수온이 배사(拜謝)하였다. 임금이 술잔을 올리도록 명하고, 소시(小詩) 1수(首)를 손수 지었으니, 그 시(詩)는 이러했다.
"좌불안석(坐不安席)하면서 현인을 구하여 이미 적임자를 얻었는데,
하물며 시우(時雨)까지 대천 세계(大千世界)에 두루 내렸네.
용호(龍虎)같은 영재(英才)에게 술잔을 많이 내려주니,
즐겁고 흡족한 연중(筵中)에서 빙빙 돌지 말지어다."
그들로 하여금 각기 화답(和答)해 바치게 하고는, 내녀(內女)를 내어서 그 시(詩)를 새 목소리에 올려 노래하면서 즐거움을 돋구게 하였다. 임금이 명하여 이조 판서 한계희(韓繼禧)·호조 판서 노사신(盧思愼) 등을 불러서 〈문무(文武)〉 양방(兩榜)의 화답하여 바친 시(詩)를 열람하게 하였다. 예문관 대교(藝文官待敎) 이경동(李瓊仝)의 시(詩)가 가장 우수하였는데, 그 시(詩)는 이러했다.
"꿈으로 점쳐 현인을 구한 지 십이년 만에
삼가 지금 덕을 같이하는 신하 삼천 명272) 이 있습니다.
소신이 어찌 은(殷)나라부열(傅說)273) 같은 솜씨이겠습니까?
생성(生成)이 전선(轉旋)에 있음을 우러러 힘입었습니다."
임금이 신숙주(申叔舟)로 하여금 이 시(詩)를 읽게 하고, 임금이 말하기를,
"매우 좋다."
하였다. 즉시 이경동(李瓊仝)을 불러 앞에 나아오게 하고 말하기를,
"그대가 나이 젊은데 시(詩)를 잘 설명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니, 술잔을 올리도록 명하고, 또 어탑(御榻)에 오르도록 명하였는데, 임금의 말씀이 친절하였다. 이예(李芮)·정난종(鄭蘭宗) 등의 시(詩)에는 ‘취무광가(醉舞狂歌)’란 말이 있었다. 즉시 장원(壯元) 이하에게 명하여 모두 일어나서 춤추게 하고, 밀성군(密城君) 이침(李琛)으로 하여금 술을 접대하도록 하였다. 전교(傳敎)하기를,
"그대들이 지금 바야흐로 유가(遊街)하는데, 친구되는 사람들이 모두 경연(慶宴)을 베풀고 기다리고 있으니, 구차스럽게 종일(終日)토록 있을 수는 없고, 마땅히 각기 나가서 돌아가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39권 5장 A면【국편영인본】 8책 23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어문학-문학(文學) / 인사-선발(選拔)
○丙戌/拔英試文、武科謝恩。 御思政殿, 引見賜坐, 仍設酌。 上召琴徽, 問姓名、年甲、族系、讀書與否。 又召金守溫曰: "昨日賜卿宴, 卿醉否?" 守溫拜謝。 命進酒, 御製小詩一首曰: "側席求賢旣得人, 況兼時雨普大千。 便蕃錫爵龍虎英, 懽洽筵中莫周旋。" 令各和進。 出內女, 以其詩被之新聲, 歌以侑歡。 命召吏曹判書韓繼禧、戶曹判書盧思愼等, 閱兩榜和進詩。 藝文待敎李瓊仝詩最優。 其詩曰: "夢卜求賢十二年, 祗今同德有三千。 小臣豈是商霖手? 仰荷生成在轉旋。" 上令叔舟讀之。 上曰: "甚佳。" 卽召瓊仝, 進前曰: "汝年少, 能解詩否?" 講論詩語。 上曰: "汝甚奇特。" 命進酒, 又命陞御榻, 天語丁寧。 李芮、鄭蘭宗等詩有 ‘醉舞狂歌’ 之語, 卽命壯元以下皆起舞, 令密城君 琛饋酒。 傳曰: "爾等今方遊街, 親舊之人, 皆設慶宴以待。 不可苟且終日, 宜各出歸。"
- 【태백산사고본】 14책 39권 5장 A면【국편영인본】 8책 23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어문학-문학(文學) / 인사-선발(選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