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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38권, 세조 12년 윤3월 28일 기해 3번째기사 1466년 명 성화(成化) 2년

뇌영의 사자편에 일본 국왕에게 글을 부치다

뇌영(賴永)의 사자(使者) 중 수린(守藺)이 돌아갔다. 임금이 일본 국왕(日本國王)에게 글을 부쳤는데, 그 글은 이러하였다.

"이웃에서 수빙(修聘)하는 것은 예(禮)가 진실로 당연하나, 다만 바다가 멀리 막히고 풍파가 험함으로 인연하여, 일찍이 한 사신을 보냈는데 중로에 바람을 만나 실패하여 구구한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니, 한갓 한스러운 마음이 간절할 뿐입니다. 비록 그러하나 지경(地境)은 달라도 마음은 같으니 스스로 멀리 마음이 합할 것인데, 어찌 자취를 구하겠습니까? 우리 나라에 명산(名山)이 있어서 금강산(金剛山)이라 하는데, 동쪽으로 큰 바다에 임하여 우뚝하게 깎여서 희고, 금(金)이 구름 밖에 솟아올라 높고 넓어서 이수(里數)가 얼마인지를 알지 못하니, 《화엄경(華嚴經)》에 이른 바, 담무갈 보살(曇無竭菩薩)이 그 1만 2천 보살의 권속(眷屬)과 더불어 상시로 머물면서 설법(說法)한다는 것이 바로 이 산입니다. 요즘 내가 지방을 순행하고 인하여 이 산에 나아가서 삼보(三寶)에 첨례(瞻禮)하였는데, 산기슭에 이르지 못하여 땅이 진동하고, 동문(洞門)에 들어가자 서기(瑞氣)가 뻗치고 상서로운 구름이 둘렸으며, 하늘에서 사화(四花)가 내려서 크기가 오동잎과 같고, 감로(甘露)가 뿌려서 초목(草木)이 목욕한 것 같았으며, 햇빛이 누래서 눈에 보이는 곳이 모두 금빛을 이루었는데, 이상한 향기가 퍼지고 큰 광명한 빛이 발하여 산과 골짜기가 빛나며, 선학(仙鶴)이 쌍으로 날아 구름 가에 돌고 산중의 여러 절에 사리(舍利)가 분신(分身)하여 오색 빛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명양승회(明揚勝會)를 열자 위와 같은 여러 가지 기이한 상서가 거듭 나타나고, 또 담무갈 보살이 무수한 소상(小相)을 나타내었다가 다시 대상(大相)을 나타내어 그 길이가 하늘에 닿았습니다. 돌아옴에 미쳐서는 낙산사(洛山寺)·오대산(五臺山)·상원사(上院寺)·월정사(月精寺)·서수정사(西水精寺)·미지산(彌智山)·용문사(龍門寺)를 거쳤는데, 상원사 총림에서 사리·우화(雨花)·감로(甘露)·이향(異香) 등의 상서가 다시 전과 같았으며, 서울에 이르자 또 사리·감로·수타미(須阤味)의 상서가 함께 이르러서 전후에 얻은 것이 총 7천 8백 17매(枚)였습니다. 아아! 우리 부처의 변화와 신통력의 묘함은 직접 눈으로 보고 징험한 것이 이와 같으니, 더욱 감동하여 여러 신민(臣民)들과 더불어 뛰고 기뻐하여, 드디어 크게 사유(赦宥)하여 큰 자비(慈悲)를 널리 폈습니다. 예전에 부처가 멸도(滅度)207) 한 뒤로 왕사성(王舍城) 사람이 금을 모아 불상(佛像)을 만들고, 문수(文殊) 보살이 53구(軀)를 금종(金鍾)에 간직하여 바다를 바라보고 맹세하기를, ‘마땅히 인연이 있는 국토에 가서 중생(衆生)을 제도(濟度)하면 내가 모름지기 그곳에 이르러서 길이 옹호(擁護)하겠다.’고 하자, 이에 금종이 우리 나라에 떠 와서 산 동쪽에 스스로 머물렀습니다. 신라(新羅) 왕이 인하여 절을 창건하고 불상을 안치하여 이름을 유점사(楡岾寺)라고 하였는데, 산 안팎에 가람(伽藍)이 얼마인지는 알지 못하나 유점사가 가장 좋은 곳입니다. 산은 이미 대성(大聖)이 상주(常住)하는 곳이고 절은 또 금불상이 스스로 머물은 곳이니, 복전(福田)을 닦고 선근(善根)을 심는 자가 여기를 두고 어디로 가겠습니까? 돌아보건대 절을 창건한 것이 이미 오래 되어 점점 퇴폐하기로, 유사(有司)에 중수(重修)하기를 명하여 가까이는 여러 신하와 백성을 위하고 멀리는 이웃 나라를 위하여 선인(善因)을 심어서 〈선과(善果)를〉 먹고, 같이 태평을 누리고자 합니다. 우리 부처님이 세상에 나와서 큰 자비(慈悲)를 베풀어 널리 구제함으로 마음을 삼으니, 시방(十方)세계가 한 사찰(寺刹)이고 삼천 세계가 한 몸입니다. 귀국(貴國)은 자고 이래로 현화(玄化)208) 를 존숭하니, 생각건대 즐겁게 듣고 따라서 기뻐할 것입니다. 이제 상선(商船)이 돌아감을 인하여 나의 서원(誓願)209) 을 고하니, 내가 재물로 시주함을 구함이 아니라 국왕과 더불어 함께 좋은 인연을 맺어서 함께 묘과(妙果)210) 를 거두어 이웃의 우호를 더욱 굳게 하고, 양국 신민(臣民)으로 하여금 함께 수역(壽域)에 오르기를 원함이니, 밝게 살피기를 바랍니다. 애오라지 토의(土宜)211) 를 가지고 정성을 표하니, 별폭(別幅)에 갖추어 있으므로 대조해 영수하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38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8책 16면
  • 【분류】
    외교-왜(倭)

賴永使者僧壽藺還。 上寄書日本國王, 其書曰:

隣竝修騁, 禮固當然。 第緣滄溟夐隔, 風濤爲梗。 嘗遣一介, 中曹颶敗, 未達區區, 徒切悵恨。 雖然境雖異而心則同。 自當遙契, 奚迹之求? 我國有名山, 曰金剛, 東臨大海, 亭亭削白。 金湧雲表, 高廣不知幾由旬。 《華嚴經》所謂曇無竭菩薩, 與其萬二千菩薩眷屬, 常住設法者, 卽此山也。 頃予省方, 因詣玆山, 瞻禮三寶, 未至山麓, 地爲震動, 行入洞門, 瑞氣彌亘, 祥雲繚繞。 天雨四花, 大如桐葉; 甘露普灑, 草木如沐。 日色黃薄, 眼界皆成金色。 異香薰暢, 放大光明, 熀耀山谷。 仙鶴雙飛, 盤旋雲際。 山中諸刹, 舍利分身, 五色悉備。 及設明揚勝會, 如上種種奇瑞重現。 又有曇無竭菩薩, 現無數小相, 復現大相, 其長參天。 曁還歷洛山五臺上院月精西水精彌智山龍門, 上院寺叢林, 舍利、雨花、甘露、異香等瑞, 復如前。 及至京都, 又有舍利、甘露、須陁味之瑞, 幷臻。 前後所得, 摠七千八百一十七枚。 噫! 我佛變化神通之妙, 驗於目擊者如是, 益增感動, 與諸臣庶, 踴躍懽忭。 遂大赦, 廣布洪慈。 昔佛滅度後, 王舍城人, 募金鑄像。 文殊以五十三軀, 藏于金鍾, 望海誓曰: "當至有緣國土, 度濟衆生, 我應須至其處, 永爲擁護。" 於是, 金鍾漂至我國, 自住山東。 新羅王, 因創寺安像, 名曰楡岾。 山之表裏, 伽藍不知其幾, 而楡岾最勝。 山旣大聖常住之所, 寺又金像自住之處, 則修福田植善根者, 舍此奚之? 顧寺之創建旣久, 漸就頹敗, 命有司重修。 近爲群臣百姓, 遠爲隣國, 種食善因, 同享大平。 我佛出世, 運大慈悲普濟爲心, 十方一刹, 三界一體也。 貴邦自來尊尙玄化, 想亦樂聞而隨喜也。 玆因商舶之還, 告予誓願。 予非有求財施, 願與國王, 共結良緣, 齊收妙果, 益固隣好, 使兩國臣民, 同躋壽域。 冀亮察。 聊將土宜表忱, 具在別幅, 照領。 不宣。


  • 【태백산사고본】 14책 38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8책 16면
  • 【분류】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