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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37권, 세조 11년 11월 2일 병오 1번째기사 1465년 명 성화(成化) 1년

신하들과 리(理)와 기(氣)의 선후에 대해 논하다

햇무리하였다.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 상참을 받고 정사를 보고 제장 등을 불러 술자리를 베풀었다. 전지하기를,

"지난번에는 겸예문(兼藝文) 등이 경서를 강함에 통하지 않는 것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역리(易理)에 정통하니, 이것이 모두 내가 면려(勉勵)한 공이다. 그 사람의 자질이 훌륭한 것은 알 수 있으나, 다만 마음을 다하지 않은 것뿐이다. 무인(武人)은 나의 일이 아니라 하고서 배우지 않으니,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금수(禽獸)와 무엇이 다르랴?"

하고, 진무(鎭撫) 황사장(黃事長)을 불러 너의 읽는 것이 무슨 글이냐고 물으니, 사서(四書)와 일경(一經)이라고 대답하였다. 임금이 《중용(中庸)》 수장(首章)의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이란 구(句)를 묻고 이(理)와 기(氣)의 선후(先後)를 논하니, 황사장이 대답을 못하였다. 또 사관(史官) 방귀원(房貴元)을 불러 이(理)와 기(氣)의 선후를 물으니, 대답하기를,

"하늘과 땅이 판별되지 않았을 때를 캐어 보면 이(理)가 기(氣)보다 먼저이고, 양의(兩儀)가 이미 나누어지면 기(氣)가 이(理)보다 먼저입니다. 그러나 혼원(混元)한 이치는 주류(周流)하여 무궁하니, 이(理)가 아니면 어떻게 기(氣)를 이루겠습니까?"

하였다. 또 이(理)가 선악(善惡)이 있느냐고 물으니 대답하기를,

"이(理)는 선(善)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하였다. 또 묻기를,

"이(理)가 선하지 않은 것이 없으면 성지(聖智) 우혼(愚昏)이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

하니, 대답하기를,

"기품(氣稟)이 다름이 있는 때문입니다. 이(理)는 비유하면 구슬과 같고 기(氣)는 비유하면 물과 같습니다. 밝은 구슬을 맑은 물에 던지면 서로 비치어 어둡지 않으니 이것을 성지(聖智)라 이르고, 밝은 구슬을 흐린 물에 던지면 영광(靈光)이 통하지 않으니 이것을 혼우(昏愚)라고 합니다. 그러나 개명(開明)하며 발현(發見)하는 곳이 있으니, 사단(四端)434) 이 그것입니다. 그 발명(發明)하는 것으로 인하여 계속해서 광명(光明)하게 하면 혼우한 자도 성(聖)에 이를 수 있으나, 학문에 정(精)한 자가 아니면 마땅히 통할 수가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유자(儒者)가 아니면 이렇게 말하지 못한다."

하고, 또 주서(注書) 권율(權慄)을 불러 이기(理氣)의 선후(先後)를 물으니 대답하기를,

"이(理)와 기(氣)가 원래 서로 떠나지 못합니다."

하였다. 또 묻기를,

"이역부언(理亦賦焉)이란 역(亦)자의 뜻은 어떠한가?"

하니, 대답하기를,

"비록 역(亦)자를 붙였으나 이 이(理)가 있은 연후에 이 기(氣)가 있으니, 이(理)가 기(氣)보다 먼저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37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7책 711면
  • 【분류】
    과학-천기(天氣) / 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사상-유학(儒學)

  • [註 434]
    사단(四端) :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는 네 가지 마음씨. 곧 인(仁)에서 우러나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의(義)에서 우러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예(禮)에서 우러나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지(智)에서 우러나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의 네 가지.

○丙午/日暈。 御思政殿, 受常參, 視事。 召諸將等, 設酌。 傳曰: "曩者, 兼藝文等講經書, 多有未通者, 今則皆能精於易理, 是皆我勉勵之功也。 其人之質美可知, 第不盡心耳。 若武人, 則謂非我業, 而莫之學, 人而不學, 與禽獸奚擇?" 召鎭撫黃事長, 問爾所讀何書? 對以四書一經。 上問《中庸》首章 ‘天命之謂性’ 之句, 論理氣先後, 事長不能對。 又召史官房貴元, 問理氣先後, 對曰: "原天地未判, 理先於氣, 兩儀旣分, 氣先於理。 然混元之理, 周流無窮, 非理何以成氣?" 又問理有善惡乎? 對曰: "理無不善。" 又問: "理無不善, 而有聖智愚昏, 何歟?" 對曰: "氣稟有異故也。 理譬如珠, 氣譬如水。 明珠投於淸水, 則交瑩不昧, 是謂聖智, 明珠投於濁水, 則靈光不徹, 是謂昏愚。 然有開明發見處, 四端是也。 因其發明而繼續光明之, 則昏者可至於聖, 非精於學問者, 不能該通。" 上曰: "非儒者, 不能如是。" 又召注書權慄, 問理氣先後。 對曰: "理氣元不相離。" 又問: "理亦賦焉, 亦字之義何如?" 對曰: "雖着亦字, 有是理, 然後有是氣, 理先於氣。"


  • 【태백산사고본】 13책 37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7책 711면
  • 【분류】
    과학-천기(天氣) / 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사상-유학(儒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