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서로운 기운이 있어 백관이 진하하다
원각사(圓覺寺)에 사리(舍利)·서기(瑞氣)·우화(雨花) 등 여러 상서가 있었다 하여 백관(百官)이 진하(陳賀)하니, 교지를 내려 강도(强盜) 외의 죄(罪)는 용서하고, 범죄(犯罪)로 부처(付處)·안치(安置)되고 도형(徒刑)·유형(流刑)·정속(定屬)한 자는 죄이 경중(輕重)을 헤아려서 고신(告身)178) 을 거두어 방면하여 보내고, 자급(資級)을 삭탈한 자는 죄의 경중(輕重)을 헤아려 군사(軍士)로 돌려주며, 범죄로 충군(充軍)한 자는 마감(磨勘)하여 다시 벼슬시키게 하고, 전세(田稅)와 조전(漕轉)179) 을 포흠(逋欠)180) 한 자는 마감하여 징세(徵稅)를 면제하고, 노인(老人)으로서 자급이 다한 자[資窮者]는 80이상은 예에 따라 검직(檢職)181) 을 제수하며, 공채(公債)를 빈궁(貧窮)하여 납부하지 못한 자는 마감하여 견감(蠲減)하게 하였다. 임금이 모화관(慕華館)에 거둥하여 드디어 술자리를 베풀고, 입시(入侍)한 제장(諸將)·위사(衛士)·한량(閑良)의 활 잘 쏘는 자로 하여금 기사(騎射)·보사(步射)와 창(槍)을 던지게 하고서 이를 구경하였는데, 많이 맞힌 자에게는 베[布]를 상(賞)주었다. 임금이 왜승(倭僧) 융감(融勘)으로 하여금 술을 올리게 하고, 말하기를,
"너는 바로 중[僧]이다. 술을 돌리는 것은 마땅하지 못하나, 기쁨을 같이 할 적에는 마땅히 술을 쓰는 까닭으로 특별히 명하여 술을 올리게 하였다."
하니, 융감(融勘)이 기쁨을 사례하였다. 또 야인(野人) 팔리(八里)로 하여금 술을 올리게 하고, 임금이 말하기를,
"너희들이 변경을 도둑질하여 많이 죽기에 이르렀으니, 내 심히 민망하게 여긴다. 다시는 이와 같은 짓을 하지 말고, 풍교(風敎)를 향하여 귀순(歸順)하면 또한 서로 편안하지 않겠느냐?"
하니, 팔리(八里)가 아뢰기를,
"고야을 올적합(古耶乙兀狄哈)이 여러 번 입조(入朝)하려 하였으나, 변장(邊將)이 저지하였으니, 청컨대 올라오는 것을 허락하소서."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옳다. 마땅히 올려 보내도록 하겠다."
하였다. 임금이 또 공신(功臣)·재추(宰樞)182) 에게 이르기를,
"경(卿) 등의 자손으로 세자궁(世子宮)을 윤번으로 입직하게 하려 한다."
하니, 재추(宰樞)가 모두 머리를 조아리며 사례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36권 1장 B면【국편영인본】 7책 684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사법(司法) / 재정(財政) / 인사(人事) / 금융(金融) / 왕실(王室) / 외교(外交)
- [註 178]고신(告身) : 직첩(職牒).
- [註 179]
조전(漕轉) : 각도에서 나라에 수납(收納)하던 조세미(租稅米)를 서울의 경창(京倉)으로 운반하던 제도. 수운(水運)과 육운(陸運)을 통하여 상납 기한까지 서울로 수송하였음.- [註 180]
포흠(逋欠) : 관청의 물건을 사사로이 써서 축내는 것. 또는 그 물건.- [註 181]
검직(檢職) : 여말 선초(麗末鮮初)에 정원 외에 임시로 녹봉(祿俸)을 주기 위하여 설치한 허직(虛職)을 말함. 주로 나이가 많은 원로(元老)를 대접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녹봉만 받고 하는 일이 없었음.- [註 182]
재추(宰樞) : 정부와 추밀원(樞密院)의 종2품 이상의 문무관.○壬子/以圓覺寺有舍利、瑞氣、雨花等諸瑞, 百官陳賀, 下敎赦强盜外罪, 犯罪付處、安置、徒、流、定屬者, 量罪輕重放遣, 收告身削資者, 量罪輕重還給, 軍士犯罪充軍者, 磨勘還差, 田稅及漕轉逋欠, 磨勘免徵, 老人資窮者, 八十以上依例除檢職, 公債貧窮未納者, 磨勘蠲減。 幸慕華館, 遂設酌, 令入侍諸將衛士閑良能射者, 騎步射槍以觀之, 中多者賞布。 上令倭僧融勘進酒曰: "汝乃僧也。 不宜行酒, 然合歡當用酒, 故特命進酒。" 融勘喜謝。 又令野人 八里進酒, 上曰: "汝等寇邊, 多至死亡, 予甚愍焉。 更勿如是, 向風歸順, 不亦相安乎!" 八里啓曰: "古耶乙兀狄哈屢欲入朝, 爲邊將所阻, 請許上來。" 上曰: "是矣。 當令上送。" 上又謂功臣宰樞曰: "卿等子孫, 欲令輪直世子宮。" 宰樞, 皆扣頭謝。
- 【태백산사고본】 13책 36권 1장 B면【국편영인본】 7책 684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사법(司法) / 재정(財政) / 인사(人事) / 금융(金融) / 왕실(王室) / 외교(外交)
- [註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