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승석 등이 변방의 군사를 부리는 일 등의 폐단에 대해서 아뢰다
경회루(慶會樓) 아래에 나아갔다. 좌참찬(左參贊) 최항(崔恒)·동지중추원사(同知中樞院事) 양성지(梁誠之)·행 상호군(行上護軍) 송처관(宋處寬)·이조 참판(吏曹參判) 홍응(洪應)·형조 참판(刑曹參判) 임원준(任元濬)과 승지(承旨)·입직(入直)한 제장(諸將)·겸사복(兼司僕) 등이 입시(入侍)하니, 술자리를 베풀었다. 판승문원사(判承文院事) 예승석(芮承錫) 등 18인이 윤대(輪對)하니, 우승지(右承旨) 이파(李坡)에게 명하여 말할 것을 써서 바치게 하였다. 예승석이 아뢰기를,
"변방(邊方)의 병사(兵使)·수사(水使)·만호(萬戶) 등이 사사로이 군졸(軍卒)을 부리므로, 오로지 적(敵)을 방어하는 데 종사(從事)하지 못합니다."
하니, 임금이 예승석을 불러서 물었다. 예승석이 대답하여 아뢰는 것이 상실(詳悉)하니, 임금이 가상(嘉尙)히 여겨 말하기를,
"내가 깊이 궁중(宮中)에 있어서 변진(邊鎭)의 폐단되는 일을 아직 들을 수가 없었는데, 지금 네 말을 들으니, 바야흐로 윤대(輪對)의 유익(有益)함이 증명된 것이다."
하고, 드디어 이파에게 명하여 여러 사람의 말한 바를 조목(條目)별로 해당 관사(官司)에 내려서 시행하게 하였다. 또 저폐(楮幣)의 이익(利益) 여부를 가지고 윤대(輪對)에 물으니,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이익됩니다."
하였으나, 교리(校理) 김승경(金升卿)이 홀로 말하기를,
"이익되지 않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김승경과 이롭다고 말한 사람 1인에게 명하여 각각 자기 소견(所見)을 논(論)하게 하였는데, 날이 다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다. 또 성균 사예(成均司藝) 정자영(鄭自英)·김영벽(金暎璧) 등에게 명하여 성리(性理)의 설(說)을 강론(講論)하게 하고, 정자영에서 이르기를,
"너는 학문에 매우 익숙하니, 반드시 남이 알지 못하는 공부(功夫)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자기를 위해서 많이 공부한 데 지나지 않는다. 자기를 위한 학문이란 스스로 다복(多福)을 구(求)하는 것이다. 지금 네가 나에게 칭찬과 포장(褒奬)을 받는 것도 또한 다복(多福)을 구하는 것이다."
하고, 명하여 현질(顯秩)을 제수(除授)하였다.
임금이 또 양성지(梁誠之)에게 이르기를,
"사람들이 모두 경(卿)이 우활(迂闊)하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 4가지 있으니, 혹은 재주를 사랑하거나, 혹은 색(色)을 사랑하거나, 혹은 마음을 사랑하거나, 혹은 재물(財物)을 사랑하는 것인데, 경(卿)과 나는 마음으로 서로 사랑할 뿐이다."
하니, 양성지가 고두(叩頭)하면서 사례하였다. 이어서 양성지와 임원준 등에게 명하여 여러 학문(學門)을 나누어, 학문에 6인을 두고 나이 어린 문신(文臣)을 여기에 배정하였는데, 천문문(天文門)에 이형원(李亨元)·정효상(鄭孝常)·하숙산(河叔山)·김초(金軺)·김경례(金敬禮)·김승경(金升卿)이고, 풍수문(風水門)에 최팔준(崔八俊)·배맹후(裵孟厚)·김염(金𥖝)·김제신(金悌臣)·김준(金峻)·신숙정(申叔楨)이고, 율려문(律呂門)에 성준(成俊)·안집(安緝)·원보륜(元甫崙)·박양(朴良)·어세공(魚世恭)·최한량(崔漢良)이고, 의학문(醫學門)에 이수남(李壽男)·손소(孫昭)·이길보(李吉甫)·김의강(金義綱)·이익배(李益培)·유문통(柳文通)이고, 음양문(陰陽門)에 유지(柳輊)·홍귀달(洪貴達)·이경동(李瓊仝)·박희손(朴喜孫)·손비장(孫比長)·유윤겸(柳允謙)이고, 사학문(史學門)에 김계창(金季昌)·김종련(金宗蓮)·최숙정(崔叔精)·유휴복(柳休復)·김양전(金良㙉)·김종직(金宗直)이고, 시학문(詩學門)에 최경지(崔敬止)·민수(閔粹)·유순(柳洵)·김극검(金克儉)·성현(成俔)·이칙(李則)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33권 42장 B면【국편영인본】 7책 638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군사-군정(軍政) / 금융-화폐(貨幣) / 인사-관리(管理)
○戊寅/御慶會樓下。 左參贊崔恒、同知中樞院事梁誠之、行上護軍宋處寬、吏曹參判洪應、刑曹參判任元濬及承旨入直諸將兼司僕等入侍, 設酌。 判承文院事芮承錫等十八人輪對, 命右承旨李坡書所言以進。 承錫啓: "沿邊兵使、水使、萬戶等私使軍卒, 專不事禦敵。" 上召承錫問之。 承錫奏對詳悉, 上嘉之曰: "予深居宮中, 邊鎭弊事, 未之得聞,今聞汝言, 方驗輪對之有益。" 遂命坡, 條諸人所言, 下該司施行。 又以楮幣利否, 問於輪對人, 皆曰: "利", 校理金升卿獨言不利。 上命升卿及言利者一人, 各論己見, 竟日不決。 又命成均司藝鄭自英、金暎璧等講性理之說, 謂自英曰: "汝於學甚熟, 必有人所不知功夫。 然汝不過於爲己上用功耳。 爲己之學自求多福。 今汝爲我嘉奬, 是亦求多福也。" 命除顯秩。 上又謂梁誠之曰: "人皆卿爲迂闊。 然人之相愛有四焉, 或愛才、或愛色、或愛心、或愛財。 卿與我以心相愛耳。" 誠之叩頭謝。 仍命誠之及任元濬等, 分諸學門, 門置六人, 以年少文臣配之曰, 天文門李亨元、鄭孝常、河叔山、金軺、金敬禮、金升卿, 風水門崔八俊、裵孟厚、金𥖝、金悌臣、金嶟、申叔楨, 律呂門成俊、安緝、元甫崙、朴良、魚世恭、崔漢良, 醫學門李壽男、孫昭、李吉甫、金義綱、李益培、柳文通, 陰陽門柳輊、洪貴達、李瓊仝、朴喜孫、孫比長、柳允謙, 史學門金季昌、金宗蓮、崔叔精、柳休復、金良㙉、金宗直, 詩學門崔敬止、閔粹、柳洵、金克儉、成俔、李則。
- 【태백산사고본】 12책 33권 42장 B면【국편영인본】 7책 6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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