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에 합격한 자들에게 와서 사은하게 하다
승정원(承政院)에 전지(傳旨)하기를,
"대책(對策) 시험에 합격한 자는 이미 자급(資級)을 승진시키라고 명하였는데, 아직 와서 사은(謝恩)하지 않으니, 어찌 된 것이냐?"
하였다. 한참 있다가 시독관(試讀官)과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와서 사은(謝恩)하였다.
임금이 중궁(中宮)과 더불어 경회루(慶會樓) 아래에 나아가서, 봉원 부원군(蓬原府院君) 정창손(鄭昌孫)·영의정(領議政) 신숙주(申叔舟)·공조 판서(工曹判書) 김수온(金守溫)·동지중추원사(同知中樞院事) 양성지(梁誠之)·행 상호군(行上護軍) 송처관(宋處寬)·인순부 윤(仁順府尹) 한계희(韓繼禧)·공조 참판(工曹參判) 임원준(任元濬)·이조 참판(吏曹參判) 홍응(洪應)과 입직(入直)한 제장(諸將)·승지(承旨)와 시험에 합격한 사람 등을 불러서 이(理)·기(氣)의 선후(先後) 관계를 글제[題]로 내고, 시험에 합격한 자로 하여금 이를 강론(講論)하게 하였다. 사예(司藝) 정자영(鄭自英)이 고사(古事)를 끌어다가 묻는 데 따라 즉시 대답하고, 여러 유신(儒臣)들이 다시 서로 이를 힐난(詰難)하니, 능히 굴복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그 말이 소박(素朴)하고 야비(野卑)하므로 좌우 근신(近臣)들이 가만히 비웃었고, 임금도 즐겨 이것을 들었다. 뒤에 몇 차례 구종직(丘從直)과 이수(理數)를 논(論)하였는데, 양인(兩人)이 각각 그 소견(所見)을 고집(固執)하고 서로 다투고 힐난(詰難)하였으나 종일(終日)토록 해결되지 않았다. 임금이 이를 즐겨 듣고 일찍이 말하기를,
"내가 양인(兩人)이 참으로 학문(學問)을 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옛사람들이 황금으로 죽은 말을 샀더니, 죽은 말도 오히려 또 사[買]는데 하물며 산[生] 놈이겠는가 하고 얼마 있지 않아 천리마(千里馬)가 이르렀다고 하므로, 저 두 사람은 모두 유가(儒家)의 늙은이들이나, 내가 그들을 이와 같이 대접하는 까닭은 천리마(千里馬)가 오기를 기다리려고 하는 것이다."
하였다. 구종직(丘從直)과 정자영(鄭自英)이 학문(學問)에 있어서 다만 성현(聖賢)의 글을 얼치기로 기송(記誦)하기에만 힘써서 종일토록 논란(論難)하였으나 장귀(章句) 밖에 나오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정자영이 구종직에 비하여 조금 나았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33권 41장 B면【국편영인본】 7책 63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사상-유학(儒學)
○丙子/傳于承政院曰: "對策中試者已命陞資, 而不來謝恩何耶?" 有頃, 試讀官及中試人等皆來謝恩。 上與中宮御慶會樓下, 召蓬原府院君 鄭昌孫、領議政申叔舟、工曹判書金守溫、同知中樞院事梁誠之、行上護軍宋處寬、仁順府尹韓繼禧、工曹參判任元濬、吏曹參判洪應、入直諸將承旨及中試人等, 出御題理氣先後, 令中試者講之。 司藝鄭自英援引古說, 隨問隨答, 諸儒更相難之, 不能屈, 然其言朴野, 左右竊笑之, 上樂聞之。 後數與丘從直論理數, 兩人各執所見, 互相爭難, 終日不決。 上樂之, 嘗曰: "予非謂兩人眞知學問也, 但古人以黃金買死馬, 死馬尙且買, 況生者乎? 未幾千里馬至, 彼兩人者皆儒家之老, 吾所以接之如此者, 欲待千里馬來耳。" 從直、自英於學問, 但務記誦聖賢粗粕, 終日論難, 不出章句之外。 然鄭比丘稍優。
- 【태백산사고본】 12책 33권 41장 B면【국편영인본】 7책 63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사상-유학(儒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