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실록33권, 세조 10년 5월 19일 신미 2번째기사
1464년 명 천순(天順) 8년
태평관에서 익일연을 베풀다
임금이 태평관(太平館)에 거둥하여 익일연(翌日宴)298) 을 베풀었다. 술이 반쯤 돌자, 임금이 관반(館伴) 박원형(朴元亨)에게 명하여 명(明)나라 사신에게 안구마(鞍具馬) 각각 1필(匹)씩과, 동연(銅硯)·노구(爐具)·자석연(紫石硯) 각각 1벌씩과, 우선(羽扇) 각각 1자루[把]씩과, 유지석(油紙席) 각각 2장(張)씩을 기증(寄贈)하였다. 명(明)나라 사신이 말하기를,
"만약 조정(朝廷)의 의리로 본다면 비록 조그마한 물건이라도 의리상 받을 수가 없으나, 다만 전하(殿下)의 성의(誠意)를 감히 헛되이 욕되게 할 수 없으므로, 안구마(鞍具馬)를 제외(除外)하고 그 나머지는 모두 받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대인(大人) 등이 이미 작은 물건들을 받기로 허락하였으니, 작고 큰 것이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청컨대 모두 받으시오."
하고, 또 영의정(領議政) 신숙주(申叔舟)를 시켜서 청(請)하기를,
"큰 것을 따져서 말한다면 바다에 이는 파도의 한 물거품 같은 것이요, 좁은 것을 따져서 말한다면 털끝 하나라도 취(取)할 것이 없습니다."
하였으나, 사신들이 서로 돌아보면서 즉시 전처럼 사례하기를,
"감히 받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33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7책 626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외교-명(明)
- [註 298]익일연(翌日宴) : 중국 사신이 도착한 다음날에 나라에서 사신에게 베풀던 연회.(宴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