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실록 33권, 세조 10년 4월 13일 을미 1번째기사
1464년 명 천순(天順) 8년
전라도 관찰사 성임에게 전 선종 판사 수미의 시주를 도와줄 것을 명하다
전라도 관찰사 성임(成任)에게 어서(御書)로 유시(諭示)하기를,
"전 선종 판사(禪宗判事) 수미(守眉)는 나의 잠저(潛邸) 때부터 구면(舊面)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다. 화려한 것을 싫어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서 떠난 뒤로 음신(音信)이 서로 끊겼다. 지금 들으니, 도갑사(道岬寺)를 중건(重建)한다고 하는데, 지금 여름철 안거(安居)230) 와 경찬(慶讚)에 자기 스스로 비록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찌 부족한 바가 없을까 생각한다. 나의 옛날 아는 사람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 개탄(慨嘆)이 앞선다. 감사(監司)가 나의 뜻을 몸받아 수시로 마땅히 연화(緣化)231) 를 도와 주라."
하였다.
그때 머리를 깎은 중의 무리들이 겉으로 연화(緣化)를 한다고 내걸고서 민간(民間)을 크게 소란시켰는데, 심지어 가짜로 중의 모양을 하고서 실제 마음으로는 그렇지 않은 자들이 있어서 하지 못하는 짓이 없을 정도였으나, 공사(公私)간에 능히 금지(禁止)할 수가 없었다. 수미가 선종 판사(禪宗判事)가 되어서 상서(上書)하여 이 폐단을 금지하여 막을 조문을 아뢰니, 비록 시행(施行)은 되지 않았으나, 당시 모두가 그를 칭찬하였다. 얼마 아니되어 병으로 사양하고 도갑사로 돌아가니, 승인(僧人) 가운데 조행(操行)이 있는 자라고 이를 만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33권 3장 B면【국편영인본】 7책 619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사법-치안(治安) / 사상-불교(佛敎) / 인물(人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