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지가 지리서를 바치다·곽연성에게 활·칼·마장을 내려 주다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갔다. 영응 대군(永膺大君) 이염(李琰)·영순군(永順君) 이부(李溥)·귀성군(龜城君) 이준(李浚)·은산 부정(銀山副正) 이철(李徹)·하성위(河城尉) 정현조(鄭顯祖)·우참찬(右參贊) 최항(崔恒)과 승지(承旨) 등이 입시(入侍)하니, 술자리를 베풀었다. 약학 제조(藥學提調) 양성지(梁誠之)·성임(成任) 등도 또한 시측(侍側)하고 악장(樂章)을 의논하여 정하였다. 행 상호군(行上護軍) 이순지(李純之)가 지리서(地理書)를 가져 와서 바치고, 어전(御前)에서 논하여 대답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와 같은 일은 이순지같이 정교(精巧)하게 할 사람이 없다. 옛사람들이 이르기를, ‘농사짓는 일은 종에게 물어보는 것이 마땅하고, 길쌈하는 일은 계집종에게 물어 보는 것이 마땅하다.’ 하였는데, 음양(陰陽)·지리(地理) 따위의 일은 나는 반드시 이 사람과 의논하겠다."
하였다. 청평군(淸平君) 곽연성(郭連城)이 하직하고 평안도(平安道)로 가니, 임금이 인견(引見)하여 활·칼·마장(馬粧)을 내려 주고, 임금이 입고 있던 산달피(山獺皮) 갖옷을 벗어서 내려 주면서 말하기를,
"이 옷이 비록 나쁘지만, 그러나 모피(毛皮)의 성질은 매우 따뜻하니, 추위를 막는 데는 알맞을 것이다. 지금 이 때문에 경에게 내려 주는 것이다."
하고, 최항에게 이르기를,
"내가 곽연성에게 옷을 벗어서 입히었다."
하였다. 곽연성은 성질이 위험하고 가혹(苛酷)하여 아랫사람들을 대하는데 조금도 은혜가 없었고 가인(家人)에게는 더욱 심하였다. 항상 커다란 곤장과 몽둥이를 쓰며 자기 자리의 오른쪽에 두고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맞지 않으면 비록 처첩(妻妾)이라도 매를 때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가인(家人)이 모두 원망하여, 그가 죽자 처첩(妻妾) 이하 한 사람도 우는 자가 없었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31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95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예술-음악(音樂) / 인사-관리(管理) / 인물(人物)
○己卯/御思政殿, 永膺大君 琰、永順君 溥、龜城君 浚、銀山副正 徹、河城尉 鄭顯祖、右參贊崔恒及承旨等入侍。 設酌, 樂學提調梁誠之、成任等亦侍, 議定樂章。 行上護軍李純之齎地理書, 進御前論對。 上曰: "如此之事, 無如純之之精。 古人云 ‘耕當問奴, 織當問婢。’ 陰陽、地理等事, 予必與此人論之。" 淸平君 郭連城辭, 往平安道, 上引見, 賜弓劍、馬粧, 解所御山獺裘賜之曰: "此衣雖惡, 然毛性甚暖, 宜於禦寒。 今以賜卿。" 謂恒曰: "予於連城解衣衣之。" 連城性威險苛刻, 待下少恩, 於家人尤甚。 常用大杖及槌, 置諸座右, 少有不愜於心, 雖妻妾無不榜之, 家人咸怨, 及死妻妾以下無一人哭者。
- 【태백산사고본】 11책 31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9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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