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실록 30권, 세조 9년 7월 10일 정유 1번째기사
1463년 명 천순(天順) 7년
문소전에 희생으로 노루와 사슴대신 양을 잡게 하다
이 앞서 문소전(文昭殿)199) 에 제사지내려고 사복(司僕)에게 사냥가서 노루[獐]와 사슴[鹿]을 얻어서 희생(犧牲)으로 바치든가 아니면 양(羊)을 쓰게 하였더니, 추향(秋享) 전 1일에 큰비가 내려 물이 창일(漲溢)하고 길이 불통(不通)하여 사냥 나간 자가 돌아오지 못하였다. 동부승지(同副承旨) 김수녕(金壽寧)이 예조(禮曹)의 관문(關文)에 의거하여 아뢰기를,
"청컨대 양(羊)을 쓰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아직은 사냥 간 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려라."
하였다. 날이 저물어, 김수녕(金壽寧)이 말하기를,
"사냥 간 자가 지금도 이르지 않았으니, 반드시 비에 막힌 것으로 생각됩니다. 청하건대 일찍 양(羊)을 취하여 유사(有司)에 붙이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다만 또 기다려라."
하였다가, 밤 2고(鼓)에 김수녕에게 전교하기를,
"옛 사람이 소[牛]는 보고 양(羊)은 보지 못하였더니, 이제 내가 사냥 간 자를 기다리는 것이 바로 이와 같구나. 급히 양을 잡는 것이 옳겠다. 내가 희생(犧牲)의 연고로 아직도 취침(就寢)하지 못하였으니, 희생(犧牲)을 잡은 것을 들어야 내가 이에 눕겠다."
하였다. 잠시 동안에 중관(中官)200) 이 세 번이나 이르러 〈취침을〉 재촉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30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7책 579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