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빈 세자궁을 사치하게 지은 선공 제조 황원·김개를 견책하고, 정숭조·심정원은 추국치 말게 하다
화위당(華韡堂)에 나아가 하동 부원군 정인지(鄭麟趾)·우부승지 노사신(盧思愼) 등을 불러 술자리를 베풀었다. 이 앞서 선공 제조(繕工提調) 황효원(黃孝源)·김개(金漑)가 정빈궁(貞嬪宮)을 영건(營建)하면서 제조가 지나쳤으므로 임금이 이를 견책(譴責)하였는데, 이에 이르러 내사(來謝)하니, 임금이 인견(引見)하고 말하기를,
"지난번에 경(卿) 등이 세자궁(世子宮)을 너무 사치하게 지어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불가하여 즉시 명하여 고치게 하였는데, 경 등은 어찌 내 뜻을 몸받지 아니하고 감히 더욱 사치하게 지었는가? 궁궐은 검소함을 숭상함이 마땅하거늘, 더구나 빈궁(嬪宮) 같은 것이랴? 대저 사람의 복록(福祿)은 수(數)가 있는 것이며, 재력(財力)은 오로지 백성에게서 나오는 것이니, 사치를 숭상하면 반드시 재물을 다하는 데 이를 것이다. 재물이 다하면 반드시 그 백성을 상(傷)하게 되니, 경 등이 어찌 생각하지 아니함이 심한가?"
하였다. 임금이 정인지(鄭麟趾)와 더불어 경사(經史)를 강론(講論)하고, 또 옛 인주(人主)의 치란(治亂)·득실(得失)을 상론(尙論)하고, 이어서 유교[儒]와 불교[釋]의 도리[道]를 논하였다. 임금이 노사신(盧思愼)에게 이르기를,
"사헌부(司憲府)에서 정숭조(鄭崇祖)·심정원(沈貞源)이 아내를 버린 죄(罪)를 청하였으나, 그러나 정숭조의 아내는 그 아비 정인지(鄭麟趾)가 ‘부도(婦道)에 합하지 않으므로 내쳤다.’ 하고, 심정원의 아내는 그 아비 심결(沈決)이 일찍이 나에게 말하기를, ‘며느리가 불가한 정상이 있는 까닭으로 내쳤다.’고 하였으니, 한 집안의 다스림[政]은 아비가 오로지하는 바인데, 아비가 그 며느리를 불가하다 하여 내쳤으니 아들의 죄가 아니다. 너는 헌부에 전하여 추국(推鞫)하지 말도록 하라."
하니, 정인지가 아뢰기를,
"정숭조의 아내가 불손(不遜)하여 신(臣)이 이이(離異)133) 하게 하였습니다."
하므로, 임금이 웃으며 말하기를,
"비록 사마(絲麻)가 있더라도 관괴(菅蒯)를 버리지 않는다 하나, 그러나 시아비로서 며느리를 버렸으니, 어찌 금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30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7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 왕실-경연(經筵) / 윤리(倫理) / 풍속-예속(禮俗) / 사법-탄핵(彈劾)
- [註 133]이이(離異) : 이혼.
○御華韡堂, 召河東府院君 鄭麟趾、右副承旨盧思愼等設酌。 先是, 繕工提調黃孝源、金漑營建貞嬪宮過制, 上譴責之, 至是來謝, 上引見曰: "向者卿等造世子宮太侈, 予以爲不可, 卽命改之, 卿等何不體予意, 敢爾尙侈? 宮闕尙宜從儉, 況如嬪宮乎? 大抵人之福祿有數, 而財力專出於民, 尙侈必至於財匱。 財匱必慯其民, 卿等何不思之甚也?" 上與麟趾講論經史, 又尙論古昔人主治亂得失, 仍論儒釋之道。 上謂思愼曰: "司憲府請鄭崇祖、沈貞源棄妻之罪, 然崇祖妻則其父麟趾以不合婦道出之, 貞源妻則其父沈決嘗言於予曰, ‘婦有不可狀, 故出之。’ 一家之政, 父之所擅, 父不可其婦而出之, 非子之罪也。 汝傳於憲府, 令勿鞫。" 麟趾啓曰: "子崇祖妻不遜, 臣令離異。" 上笑曰: "雖有絲麻, 無棄管蒯〔菅蒯〕 , 然以舅去婦, 何禁之有?"
- 【태백산사고본】 11책 30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7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사(宗社) / 왕실-경연(經筵) / 윤리(倫理) / 풍속-예속(禮俗)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