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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29권, 세조 8년 10월 9일 경오 4번째기사 1462년 명 천순(天順) 6년

일본 국왕 원의정이 중 순혜를 보내 토산물과 함께 바친 서계

일본 국왕(日本國王) 원의정(源義政)이 중 순혜(順惠) 등을 보내어 와서 토물을 바쳤다. 그 서계(書契)는 이러하였다.

"기력이 좋으시다니 기쁜 마음 간절합니다. 요즘 왕래하는 선편(船便)이 끊겨서 사절(使節)이 오지 못하였습니다. 지난해에 보초(寶鈔)427) 를 배에 가득히 싣고 운반해 가서 물화를 유통하는 이익을 얻으니, 다행함이 더할 수 없습니다. 이제 듣건대 귀국(貴國)에서 보낸 선박이 험한 풍파를 만나 일본 지경에 이르기 전에 행방을 잃었다고 하니, 천명(天命)입니까? 탄식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우리 나라는 화친하는 길을 닦기 위하여 글을 가지고 노통사(盧通事)에게 붙여서 속히 명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이봉(泥封)428) 을 받아 황제의 은혜를 입게 하면 다행함을 이길 수 없겠습니다. 또 근년에 북쪽 오랑캐가 사변을 기도하였으나 싸우지 아니하고 공을 이루었다고 하니, 왕화(王化)429) 의 귀한 바와 위광(威光)의 성한 것은 다른 나라와 다르니 어찌 감사하고 다행하지 아니하겠습니까? 이제 다시 원만원 정선 법사(圓滿院淨善法司) 대명국 천동 제일위(大明國天童第一位) 기외용 선사(機外用禪師)를 차견(差遣)하여 비로법보(毘盧法寶)를 구합니다. 대저 우리의 서울 대화주(大和州)에 교사(敎寺)가 있는데 바로 천태종(天台宗)의 웅거지(雄據地)였습니다. 병화(兵火)를 만나 불타버리고 장전(藏殿)까지 연소되었는데, 이 절을 복구함에 당하여 장경(藏經)이 미비하므로, 하나의 장경이라도 본산(本山)에 안치하여 복을 심는 땅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아울러 동전(銅錢)을 거듭 내려 주시어 이익되게 하는 마음을 이루는 것이 어떠합니까? 하물며 귀국(貴國)은 아끼는 마음이 없어서 매양 구하면 허락해 용납하니, 그 덕(德)은 진실로 이웃이 있는 것이므로 진심으로 사례하여 마지 아니합니다. 후하지 못한 토의(土宜)430) 가 별폭(別幅)에 있으니, 받으시면 다행하겠습니다. 기후에 따라 몸을 보중하여 나라를 위해 목을 소중히 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만 그칩니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9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7책 553면
  • 【분류】
    외교-왜(倭) / 사상-불교(佛敎)

日本國源義政遣僧順惠等來獻土物。 其書契曰:

動復協吉, 忻慰惟深。 近乏乘槎之信, 無見持節之人。 往歲寶鈔滿船運來, 流通以利物之心, 幸孰大焉? 玆承自貴國送槳舶逢風波之險, 未到日域, 旣聽失所在, 天歟命歟? 不堪咨嗟者也。 次我國爲修和親之道, 齎書使投盧通事, 速遣使大明國泥封, 頂戴天澤, 不勝幸甚。 又比年北狄雖企干戈, 不戰成功, 王化所貴, 威光盛者, 異於他邦, 不敢感幸哉? 今復差圓滿院淨善法司, 大明國天童第一位機外用禪師求昆盧法寶。 蓋我京大和州有敎寺, 乃天台宗之雄也。 爰厄兵火, 鞠爲灰燼藏殿, 遂罹延燎, 當彼寺之復舊而藏經未備, 欲將一藏安置本山, 爲植福之地。 同重賜銅錢, 以遂利物之心者, 有甚奇産如之乎? 況貴國無恡璧之心, 每求允容, 其德固有隣者也, 不勝忱謝。 不腆之土宜在乎別幅, 采納惟幸。 順序保重, 切希爲國自珍。 不宣。


  • 【태백산사고본】 10책 29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7책 553면
  • 【분류】
    외교-왜(倭)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