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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29권, 세조 8년 9월 3일 갑오 3번째기사 1462년 명 천순(天順) 6년

도체찰사 한명회에게 영북의 진을 설치하고 형편에 따라 일을 처리토록 한 유서

도승지(都承旨) 홍응(洪應)을 명소(命召)하여 신숙주(申叔舟) 등으로 하여금 유서(諭書)를 초(草)하게 하고, 어필(御筆)로 윤색(潤色)하여 도체찰사(都體察使) 한명회(韓明澮)에게 유시(諭示)하였다.

"이제 김수녕(金壽寧)을 보니 갖추 모조리 경의 뜻이 바로 내 마음과 합하였다. 영북진을 설치하여 요해지(要害地)에 웅거하면 부령(富寧) 이남의 적로(賊路)의 방수(防戍)를 없앨 수 있으니, 그 이해(利害)가 매우 크기 때문에 신숙주·양정·구치관·윤자운 등과 의논하여 이와 같이 계획하고 마감한다. 내가 생각하건대, 이익은 비록 크다고 하지만 일이 매우 큰 것이다. 하삼도(下三道)의 백성을 옮겨서 길에 있는 자가 1만 명을 내리지 아니하고 원망하고 탄식하는 자가 많으니 화기(和氣)를 감상(感傷)하여 역질(疫疾)이 반드시 생길 것이며 소와 말이 피곤하여 열은 죽고 하나가 살 것인데, 또 연변 각 고을의 산료(散料)·산초(散草)·조수(助輸)·구병(救病) 등의 일은 강원도에서 지탱할 바가 아니다. 홀로 이것만이 아니라 남쪽 지방의 백성은 북쪽과 풍속이 다르고 피곤한 힘으로써 도적을 방어하기에도 겨를이 없을 것인데 어찌 능히 농사를 지을 것인가? 도적에게 죽고 농사를 〈못지어〉 굶주리면 장차 〈방어와 농사〉 두 가지를 다 실패하는 근심이 있을까 두렵다. 5진(五鎭)의 백성이 아직 안정된 때가 아닌데 또 옮겨 들어가는 일이 있으면 군사가 나누어지고 힘이 약해져 백성의 마음이 크게 해이할 것이니, 큰 것을 생각하다가 작은 것까지 잃고 이기려고 하다가 이기지 못하는 것을 취할 것이다. 이같이 생각할 즈음에 혹은 말하기를, ‘단천·오을족·쌍청 이북과 두리산 이남에 지세를 살펴서 보(堡)를 설치하면 가히 길주·갑산의 길이 통하여 위급함을 서로 구원할 수 있고, 또 서북보(西北堡) 이남의 적로(賊路) 방수(防戍)를 없앨 수 있다.’고 하고, 또는 말하기를, ‘부령무산보(茂山堡)를 양양만동(梁陽萬洞)의 원천으로 옮겨서 요해지에 웅거하면 방수하기에 편이하다.’고 하고, 또는 말하기를, ‘황절보(黃節堡)를 형제암(兄弟巖) 위의 허수라동(虛水剌洞)의 원천으로 옮기는 것도 또한 편이하며, 가히 그 지세를 살펴서 보(堡)를 설치하고 엄하게 방수(防戍)하면 비록 영북진을 설치하지 아니하여도 스스로 지킬 수가 있을 것이다.’고 하니, 나는 혹자의 계책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북진은 마침내는 설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마땅히 빨리 하려고 하지 말고 점차로 백성을 옮겨서 채운다면 지대(支待)와 피곤한 폐단도 없을 것이고 몇 해 후에는 형세가 반드시 변할 것이다. 이미 찬 뒤에 이를 설치한다면 무슨 어려움이 있겠으며, 이미 설치하고는 야인을 부리는 것이 가할 것이며, 장차 모든 야인의 무리를 멸하는 것도 가할 것이며, 장차 또 다른 진(鎭)을 설치하는 것도 가할 것이다. 경은 여러 의논을 자세히 살펴 고르고 다시 적당한지의 여부를 통하여 오직 경의 진술한대로 하고 조정의 의논에 구애되지 말라."


  • 【태백산사고본】 10책 29권 9장 B면【국편영인본】 7책 549면
  • 【분류】
    군사-지방군(地方軍) / 군사-관방(關防)

    ○命召都承旨洪應, 令叔舟等草諭書, 御筆潤色, 諭都體察使韓明澮曰:

    今見金壽寧, 具悉卿意正合予本心。 誡置寧北鎭, 則據要害之地, 富寧以南賊路防戍可除, 其利甚大, 故議於申叔舟楊汀具致寬尹子雲等磨勘規畫如此。 予思利雖大, 而事甚鉅。 下三道之民搬移在途者, 不下萬數, 怨咨者多, 和氣感傷, 疾疫必生, 牛馬疲困, 十死一活, 且沿途各官散料散草助輸救病等事, 非江原道之所能支。 非獨此也, 南方之民, 異風於北, 以疲困之力, 禦寇不暇, 奚能治農。 死於寇而餓於農, 將恐有兩失之患也。 五鎭之民旣非安集之時, 而又有移入之擧, 則兵分力弱, 民情大懈, 慕大而兼失小, 欲勝而取不勝矣。 如此商度之際, 或言 "端川吾乙足雙靑以北、豆里山以南審地置堡, 則可以通吉州甲山之路, 緩急相援, 且除西北堡以南賊路防戍," 又言 "移富寧茂山堡梁陽萬洞源, 據要害之地, 則防戍爲便。" 又言 "移黃節堡於兄弟巖之上虛水剌洞源亦便, 可令審其地勢, 設堡嚴戍, 雖不設寧北鎭, 亦可以自守。" 予謂或者之策亦善也。 雖然寧北鎭竟不可不置也。 當勿欲速, 漸漸移民入實, 則無支待疲困之弊, 數年之後, 勢必變矣。 旣實而置之, 則何難之有? 旣置將役野人可也, 將滅群醜可也, 將又置他鎭可也, 卿其審擇諸論更通便否, 惟卿所陳, 勿拘廟算。


    • 【태백산사고본】 10책 29권 9장 B면【국편영인본】 7책 549면
    • 【분류】
      군사-지방군(地方軍) / 군사-관방(關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