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전에 나가 성균 생원 손비장 등 5인을 불러 강론하게 하다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니, 양녕 대군(讓寧大君) 이제(李禔)·효령 대군(孝寧大君) 이보(李𥙷)·임영 대군(臨瀛大君) 이구(李璆)·좌의정 신숙주(申叔舟)·우의정 권남(權擥)·우찬성 구치관(具致寬)·밀산군(密山君) 박중손(朴仲孫)·호조 판서 조석문(曹錫文)·병조 판서 윤자운(尹子雲)과 승지(承旨) 등이 입시(入侍)하였다. 명하여 성균 생원(成均生員) 손비장(孫比長) 등 5인을 불러서 신숙주(申叔舟)로 하여금 전교하기를,
"너희들은 학궁(學宮)에 있으면서 비록 경서(經書)를 읽었다고 하나 조정(朝廷)의 예제(禮制)를 알지 못하면 드디어 쓸모 없는 선비가 될 것이다. 이제 너희들을 부른 것은 한갓 경서를 강(講)하려는 것만이 아니고 조정의 의식도 익히게 하려고 함이다."
하고, 이어서 술자리를 베풀었다. 권남으로 하여금 유생(儒生) 등에게 전교하기를,
"장차 우리의 임금이 되실 분인데 우리와 더불어 나이에 따라 양보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將君我而與我齒讓] 하였는데, 너희들은 이 말을 아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알지 못합니다."
하였다. 왕세자를 불러 술을 올리게 하고, 이어서 종친(宗親)·재추(宰樞)에게 술을 돌리게 하며, 유생(儒生) 등에게는 어선(御膳)과 맥반(麥飯)을 내려 주고, 전교하기를,
"유자(儒者)는 많이 뜻은 높으되 겸손하지 않으니, 너희들이 만약 혹 백성을 다스리게 되면 모름지기 뜻을 내리고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너희에게 맥반(麥飯)을 주는 것을 너희들은 알겠느냐?"
하니, 모두 대답하기를,
"예."
하였다. 드디어 5인을 앞에 나오게 하여 각각 독서(讀書)한 바를 강(講)하고, 왕세자로 하여금 어탑(御榻) 위에 나아오게 하여 유생 등의 강론(講論)을 듣게 하고, 인하여 전교하기를,
"전일에 정창손(鄭昌孫)이 세자의 일을 논(論)함으로써 죄를 입었다. 정창손이 망령되게 대답하였으므로 내가 실상 죄주게 하였으니, 옛적에 능히 공신(功臣)을 보전하지 못한 이는 한(漢)나라 고조 같은 이가 없다. 나는 시종(始終)토록 한나라 고조가 한 것과 같은 일은 없고자 한다. 이제 정창손은 별다른 마음이 없고 다만 실언(失言)을 하였을 뿐이지만, 그러나 그 일이 매우 중한 까닭으로 억지로 여러 사람의 뜻을 좇아 외방에 부처(付處)하였는데, 경 등은 오히려 가볍다고 여기고 다시 공신(功臣)을 삭탈하려 하나, 나는 생각하건대, 정사란 백성에게 소송이 없고, 수족(手足)을 두게 하는 것을 언설(言說)함이고, 또 공신이 갑자기 일언(一言)의 실수로써 삭탈을 당한 자가 많으나 점점 조장함은 불가하다. 만약 대사(大事)를 가지고 이를 말한다면, 주공(周公)이 관숙(管叔)·채숙(蔡叔)을 죽이고, 순(舜)임금이 상(象)을 봉한 것은 오직 그를 바르게 하였을 따름이다."
하니, 신숙주가 대답하기를,
"정창손의 죄는 지극히 중하여 신 등이 공신적(功臣籍)에서 삭제할 것을 청하였으나, 천총(天聰)을 번독할 것을 두려워하여 감히 다시 청하지 않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8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3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己酉/御思政殿, 讓寧大君 禔、孝寧大君 𥙷、臨瀛大君 璆、左議政申叔舟、右議政權擥、右贊成具致寬、密山君 朴仲孫、戶曹判書曺錫文、兵曹判書尹子雲及承旨等入侍。 命召成均生員孫比長等五人, 令叔舟傳曰: "汝等在學宮, 雖讀經書, 不知朝廷禮制, 遂爲腐儒。 今召汝等, 非徒欲講經書, 使習朝儀耳。" 仍設酌。 令擥傳于儒生等曰: "將君我而與我齒讓, 汝等知此言乎?" 對曰: "未知。" 召王世子進酒, 仍行酒于宗親、宰樞, 賜儒生等御膳、麥飯。 傳曰: "儒者多志高而不遜, 汝等若或臨民, 則須降志而勿驕。 今賜爾以麥飯, 汝等知之乎?" 皆對曰: "唯" 遂進五人于前, 各講所讀書, 令王世子進御榻上, 聽儒生等講論, 因傳曰: "前日鄭昌孫以論世子事被罪。 昌孫以妄對之, 予以實罪之。 昔不能保全功臣, 莫如漢 高也。 予欲終始一心, 無若漢 高之爲也。 今昌孫別無他心, 但失其言耳。 然其事甚重, 故勉循群情, 付處於外, 卿等猶以爲輕, 更欲削奪功臣, 予意謂以言說爲政, 民無(訴)〔所〕 措手足矣。 且功臣遽以一言之失, 見削者多, 漸不可長, 若以大事言之, 周公誅管、蔡, 舜封象, 惟其正而已。" 叔舟對曰: "昌孫之罪至重, 臣等請削功臣籍, 恐瀆天聰, 未敢更請。"
- 【태백산사고본】 10책 28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3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