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세조실록28권, 세조 8년 4월 9일 갑술 2번째기사 1462년 명 천순(天順) 6년

이조·병조에 명하여 죽은 김구의 고신을 돌려주다. 김구의 졸기

성균 생원(成均生員) 이극소(李克紹) 등이 상서(上書)하기를,

"신 등은 엎드려 생각하건대, 전하(殿下)는 천지(天地)의 부모(父母)와 같으니 하고자 하는 바의 말이 있으면 감히 진달(陳達)하지 못하는 것이 있겠습니까? 신(臣) 김구(金鉤)는 자질(資質)이 순박(純朴)하고 학술(學術)이 정명(精明)하여 누조(累朝)를 역사(歷事)하며 항상 대학(大學)에 임용되어서 자제(子弟)를 교회(敎誨)하는데 순순(諄諄)246) 하고 게으르지 아니하였으니, 우리 조정의 문사(文士)가 모두 다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 사문(斯文)에 공(功)이 있음이 매우 큰 까닭으로 우리 전하께서 은례(恩禮)로 특별히 우대하시여 숭품(崇品)247) 에 발탁(拔擢)하였으나, 근래에 쇠모(衰耗)함으로 연유하여 모람되게 나라의 법을 범하였는데도 특별히 너그러운 은전(恩典)을 입어 단지 고신(告身)만을 거두었는데, 불행하게도 이달 초1일에 병으로 죽었으니, 비록 신(臣) 김구의 마음에야 죽어도 한(恨)이 되는 것은 없겠으나, 그러나 집이 가난하고 아들이 없으며 유상(遺孀)만이 홀로 있으니 상(喪)을 치를 수가 없습니다. 신 등은 모두 일찍이 가르침을 받았으므로 김구의 죽음이 돌아갈 곳이 없음을 보고 스스로 슬퍼함이 깊습니다. 신 등은 생각하건대, 신 김구의 죄는 비록 마땅히 징계해야 하나, 누조(累朝)에 온나라 사람의 스승이 되어 그 공이 작지 않으니, 공(功)으로써 허물을 가리어 줌은 제왕(帝王)의 대도(大度)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공을 생각하시고 허물을 버리시어 특별히 큰 은혜를 내리시어 그 작질(爵秩)을 회복하시면 지극한 소원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하므로,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김구는 이미 죄(罪)를 지었으니 복직(復職)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치부(致賻)함이 어떻겠는가?"

하니, 승정원에서 아뢰기를,

"성상의 전교가 마땅합니다."

하였다. 좌의정 신숙주(申叔舟)가 마침 예궐(詣闕)하니 전교하기를,

"김구가 비록 죄는 있다고 하지만 국가(國家)에 관계된 것이 아니고 또 자기의 일로 들인 것이 아니었으므로 내가 고신(告身)을 돌려주려고 하였는데, 다만 당자가 죽은 뒤이니 비록 준다고 하더라도 무슨 이익됨이 되겠는가?"

하니, 신숙주가 대답하기를,

"김구는 이미 죽었다고 하지만 생활의 계책이 영정(零丁)248) 하니, 고신(告身)을 돌려주어 즉 예장(禮葬)과 치부(致賻)를 얻는다면 성상의 은혜를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하였다. 이극소 등에게 전교하기를,

"김구의 죄는 중하나 오로지 어리석고 미혹(迷惑)함으로 말미암은 소치(所致)이므로, 내가 일찍이 고신을 돌려주려고 하였는데, 이제 마침 죽었으니 너희들의 말이 마땅하다."

하고, 드디어 명하여 이조(吏曹)·병조(兵曹)는 김구의 고신을 돌려주고, 예조(禮曹)는 치부(致賻)하고 관(官)에서 장사(葬事)를 갖추게 하였다. 김구는 성품이 진실 순후하고 소시(少時)에는 배우는 데에 힘써서 오묘(奧妙)한 뜻을 힘써 궁구하여 항상 읽고 설명하며, 만일 입으로 낼 수 없는 것과 어려운 것을 묻는 것이 있으면 문장을 나누고 어구(語句)를 해석하는데 능하여 듣는 자가 미미(亹亹)249) 하니, 당시에 문학(文學)으로서 진출한 자는 그의 문하(門下)에서 많이 나왔다. 어버이를 섬기는데 효(孝)로써 하였으니, 어렸을 때에는 집이 빈한하여 몸소 신수(薪水)250) 를 하여 봉양하였고 만년(晩年)에는 항상 가묘(家廟)에 절하였다. 대대로 아산(牙山)에 살았는데 조정의 의논이 본현(本縣)을 혁파(革罷)하려고 하므로, 김구가 경영(經營)할 것을 힘써 다투다가 마침내 좌죄(坐罪)되어 체직(遞職)하였다가 이에 이르러서 고신을 돌려주고 시호(諡號)를 내려 문장(文長)이라 하였으니, 학문이 넓고 견문(見聞)이 많음을 문(文)이라 하고, 교회(敎誨)하기를 게으르지 아니한 것을 장(長)이라 한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8권 7장 B면【국편영인본】 7책 528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註 246]
    순순(諄諄) : 성실하고 삼가는 모양.
  • [註 247]
    숭품(崇品) : 종1품을 말함.
  • [註 248]
    영정(零丁) : 고독해서 도움이 없음.
  • [註 249]
    미미(亹亹) : 열심히 노력하는 모양.
  • [註 250]
    신수(薪水) : 나무를 하고 물을 길음.

○成均生員李克紹等上書曰:

臣等伏惟, 殿下如天地父母, 有所欲言, 敢有不達? 臣金鉤資質純朴, 學術精明, 歷事累朝, 恒任大學, 敎誨子弟, 諄諄不倦, 我朝文士率皆受業。 其有功於斯文甚大, 故我殿下恩禮優厚, 擢之崇品。 近緣衰耗, 冒觸邦憲, 特蒙寬恩, 只收告身, 不幸本月初一日病終。 雖臣之心, 死無所恨, 然家貧無子, 遺孀獨在, 不能營喪。 臣等皆嘗受業, 見死無所歸, 深自傷悼。 臣等以爲, 臣之罪, 雖在當懲, 累朝爲一國人師, 其功不細, 以功掩過, 帝王大度。 伏望殿下念功舍過, 特霈洪恩, 復其爵秩, 不勝至願。

傳于承政院曰: "旣得罪, 復職則難, 致賻何如?" 承政院啓: "上敎允當。" 左議政申叔舟適詣闕, 傳曰: "金鉤雖有罪, 非係國家, 且非入己事, 予欲還給告身, 但身死之後, 雖給何益?" 叔舟對曰: "雖已死, 計活零丁, 還給告身。 則得禮葬致賻, 上恩何量?" 傳于克紹等曰: "之罪重矣, 專由愚惑所致, 予嘗欲還給告身, 今適死矣, 汝等之言當矣。" 遂命吏、兵曹, 還給告身, 禮曹致賻, 官庀葬事。 性眞醇, 少力學務究奧旨, 居常誦說, 若不能出諸口, 及有問難, 能章分句析, 聽者亹亹, 當時以文學進者多出其門。 事親孝, 微時家貧, 親操薪水奉之, 晩年常拜家廟。 世居牙山, 朝議革本縣, 力爭經營, 竟坐遞職。 至是, 還給告身, 賜諡文長, 博文多見 ‘文’, 敎誨不倦 ‘長’。


  • 【태백산사고본】 10책 28권 7장 B면【국편영인본】 7책 528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