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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25권, 세조 7년 9월 6일 계묘 1번째기사 1461년 명 천순(天順) 5년

명나라에 사례하는 표문

중추원 부사(中樞院副使) 김유례(金有禮)·인순부 윤(仁順府尹) 이예(李芮)를 보내어, 표문(表文)과 전문(箋文)을 받들고 명나라에 가서 황제가 하사한 채단 표리(綵段表裏)508) 를 사례(謝禮)하고, 아울러 반역(反逆)을 베어 없앤 것을 사례하게 하였다. 그 사례하는 표문(表文)에 이르기를,

"황제의 덕이 크게 덮여서 항상 어루만져 편히 함을 돈독히 하고 어진 덕택(德澤)을 널리 베푸시니, 더욱 감격(感激)함을 더합니다. 분수를 헤아리매 소망에 넘치니 보답할 길이 없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신은 외람되이 용렬(庸劣)한 자질(資質)을 가지고 먼 지방을 지키더니, 밝은 시대를 만나 다행히 월상(越裳)의 상서509) 로움을 바쳤습니다. 뜻밖에 특별한 은혜가 내탕(內帑)의 폐백(幣帛)을 내리시매 은총(恩寵)과 영광이 지극하니, 어찌 마음에 새기기를 다하겠습니까? 이는 대개 황제 폐하(皇帝陛下)께서 작은 나라를 사랑하는 어지심이 돈독하며 사대(事大)하는 정성을 미쁘게 여기시니, 마침내 노둔(駑鈍)한 재품(才品)으로 하여금 거듭 사사로운 큰 은혜를 입게 하셨습니다. 신은 삼가 마땅히 배나 정성을 다하고 더욱 절의(節義)를 지켜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 늦게 자면서 항상 은혜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며, 천지(天地)와 같이 장구하여 길이 성제(聖帝)의 교화(敎化)를 입겠습니다."

하였다. 방물표(方物表)에 이르기를,

"황제의 돌보심이 자세하고 깊어서 특별히 하사품을 받으니, 토의(土宜)가 비록 박하지마는 애오라지 사례하는 정성을 표합니다. 삼가 황세저포(黃細苧布) 20필(匹), 백세저포(白細苧布) 25필, 흑세마포(黑細麻布) 25필, 황화석(黃花席) 20장(張), 만화석(滿花席) 20장, 잡채화석(雜彩花席) 20장을 갖추었습니다. 위의 물건들은 제조(製造)가 정하지 못하고 가짓수도 또한 적지마는, 바라건대, 중심(中心)에서 나오는 간절함을 양지(諒知)하시고 위에 바치는 예물(禮物)을 굽어 용납하소서. 아울러 문어(文魚) 4백 마리[尾]를 올립니다."

하였고, 성렬자수 황태후(聖烈慈壽皇太后)의 예물은, 홍세저포(紅細苧布) 10필, 백세저포(白細苧布) 10필, 흑세마포(黑細麻布) 10필, 만화석(滿花席) 10장이었으며, 중궁(中宮)의 예물도 위와 같았다. 그 사례하는 전문(箋文)에 이르기를,

"황태자(皇太子)의 덕망(德望)이 높아서 황제의 정책을 도우니 순종(順從)하는 마음이 돈독하고, 은혜를 널리 펴시니 마음에 새기기를 어찌 다하겠습니까? 몸의 부서져 가루가 되더라도 갚기가 어렵겠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신이 다행히 창성(昌盛)한 시대에 즈음하여 멀리 변방의 땅에 있는데, 흰 꿩이 상서로움을 드려서 애오라지 예물을 바치는 정성을 표하였더니 황제의 넓은 은혜로 특별히 우악(優渥)한 하사를 받으매, 은총(恩寵)과 영광이 이와 같은 것은 전고(前古)에 드문 바입니다. 이는 대개 황태자 전하께서 큰 도량(度量)은 깊고 넓으며 영특한 자질은 높고 우뚝하여, 성상의 먼 나라를 회유(懷綏)하는 뜻을 몸받고 작은 나라의 충성을 바치는 마음을 어여삐 여기시어 마침내 용렬(庸劣)한 자질로 하여금 특별한 돌보심을 입게 하였습니다. 신은 삼가 마땅히 접역(鰈域)510) 에서 길이 울타리를 지키겠으며, 항상 장수하시기를 거듭 축복하겠습니다."

하였고, 예물(禮物)은 백세저포(白細苧布) 20필, 흑세마포(黑細麻布) 20필, 만화석(滿花席) 10장, 잡채화석(雜彩花席) 10장이었다. 그 하례(賀禮)하는 표문(表文)에 이르기를,

"용(龍)이 하늘에 오르니 나라를 편히 하는 공을 열었고, 하늘이 큰 일을 도우니 반란(反亂)의 꾀를 막았습니다. 종사(宗社)가 더욱 튼튼하고 화이(華夷)511) 가 함께 기뻐합니다. 공경히 생각하건대, 황제 폐하께서는 준철 온공(濬哲溫恭)하시고 강건순수(剛健純粹)하시어 정성으로 아랫사람에게 임하시고 너그러움으로 여러 사람을 제어하시니, 나라의 운수가 바야흐로 태평 시대에 안정되었고, 먼 나라를 엄숙하게 하고 가까운 나라를 편히 하여 다스림이 능히 한데 합함에 이르렀는데, 어찌 간사한 무리가 몰래 음모(陰謀)를 쌓을 것을 뜻하였겠습니까? 위태로운 기회가 이미 이루어지고 흉악한 불꽂이 이에 치열하자 귀신과 사람이 함께 미워하여 요사스러운 기운을 빨리 쓸어 버리매, 해와 달이 다시 밝고 하늘과 땅이 기운을 합하여 이미 하늘에 넘치는 죄를 다스렸으니, 마땅히 온 나라가 기쁨을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신은 외람되이 잔약(孱弱)한 자질로써 큰 경사를 얻어 들으니, 몸이 동쪽 지방에 얽매어 백벽(百辟)512) 의 반열에 참여하지 못하지마는 마음은 북신(北辰)513) 을 향하여 배나 만년의 축복을 다합니다."

하였다. 방물표(方物表)에 이르기를,

"하늘과 사람이 돕고 순종하여 능히 흉한 꾀를 막았으니, 외방과 중국이 함께 기뻐하여 모두하례하는 정성을 드립니다. 삼가 황세저포(黃細苧布) 20필, 백세저포(白細苧布) 25필, 흑세마포(黑細麻布) 25필, 황화석(黃花席) 20장, 만화석(滿花席) 20장, 잡채화석(雜彩花席) 20장, 인삼(人蔘) 1백 근, 송자(松子) 3백 근, 잡색마(雜色馬) 20필을 갖추었습니다. 위의 물건들은 가짓수가 매우 적고 제조가 정하지 못하니, 어째 위에 올리는 예물에 합당하겠습니까마는, 마음속에서 나오는 정성임을 양지(諒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였고, 성렬자수 황태후(聖烈慈壽皇太后)의 예물은 송세저포 10필, 백세저포 10필, 흑세마포 10필, 만화석 10장이었으며, 중궁의 예물도 위와 같았다. 그 하례하는 전문(箋文)에 이르기를,

"황태자의 자리에 높이 거하여 황제의 정책을 가만히 도와서 능히 흉한 무리를 숙청하였으니, 진실로 만인의 바라는 바를 위로하여 함께 은덕(恩德)을 기리어 노래하고 춤춥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황태자 전하께서는 큰 도량(度量)이 깊고 넓으며 영특(英特)한 자질(資質)이 밝고 과단스럽습니다. 선조(先祖)의 제사를 주장해 맡아서 마음이 항상 편히 하는 꾀를 받들고 나라를 감독하고 군사를 어루만져서 공(功)은 진실로 나라를 돕는 데 있었는데, 어찌 작은 환자(宦者)가 감히 반역을 꾀할 것을 뜻하였겠습니까? 천지에 용납하기 어려우니 진실로 천주(天誅)를 면할 수 없습니다. 우레와 번개가 진동하니 간사한 무리가 문득 사라지고, 나라의 운명이 새로워지니 큰 복이 더욱 튼튼합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신은 외람되이 용렬(庸劣)한 재품(才品)을 가지고 다행히 창성(昌盛)한 때에 즈음하여 달려가 하례하는 자리에 참여하지 못하니, 더욱 축하하는 정성이 간절합니다."

하였고, 예물은 백세저포 20필, 흑세마포 20필, 만화석 10장, 잡채화석 10장, 잡색마 4필이었다.

김유례가 발행(發行)함에 임하여 의정부(議政府)에 말하기를, 진헌(進獻)할 문어가 품질이 나쁘다고 하니, 의정부에서 이로써 아뢰었다. 임금이 명하여 승지(承旨) 유자환(柳子煥)이문형(李文炯)교태전(交泰殿)에 불러서 말하기를,

"김유례가 그 품질이 나쁜 것을 알았으면 어찌하여 직접 아뢰지 아니하고 의정부에 말하였으며, 또 어찌하여 미리 말하지 아니하고 오늘에야 말하느냐? 마땅히 죄를 추국(推鞫)할 것이다. 나는 〈김유례를〉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하니, 유자환 등이 대답하기를,

"개차(改差)하면 천추절(千秋節)과 성절(聖節)이 기일(期日)이 있으니, 머물러 기다리기가 어렵습니다. 또 최유강(崔有江)요동(遼東)에서 돌아온 지 오래이니, 진하(進賀)도 또한 늦출 수가 없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그렇게 여겨 곧 유자환에게 명하여 개성부(開城府)에 달려가서 김유례와 더불어 감독해 골라서 보내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5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7책 484면
  • 【분류】
    외교-명(明)

  • [註 508]
    채단 표리(綵段表裏) : 채단으로 된 옷의 겉감과 안찝.
  • [註 509]
    월상(越裳)의 상서 : 옛날 중국 주(周)나라 때 월상(越裳:오늘날 베트남 지역에 있던 나라)에서 흰 꿩[白雉]을 바쳤다는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
  • [註 510]
    접역(鰈域) : 우리 나라의 별칭.
  • [註 511]
    화이(華夷) : 중화(中華)와 이적(夷狄).
  • [註 512]
    백벽(百辟) : 여러 제후(諸侯).
  • [註 513]
    북신(北辰) : 북극성. 황제가 있는 곳.

○癸卯/遣中樞院副使金有禮、仁順府尹李芮, 奉表箋, 如大明, 謝欽賜綵段表裏, 幷賀誅除反逆。 其謝表曰:

帝德丕冒, 恒篤撫綏, 睿澤覃施, 冞增感激。 揆分踰望, 圖報末由。 伏念臣猥將庸資, 叨守遐裔, 端逢昭代, 幸獻越裳之禎, 豈意殊恩特頒內帑之幣, 寵榮斯極, 佩銘何涯? 玆蓋伏遇皇帝陛下敦字小之仁, 諒事大之懇, 遂令駑品, 荐荷鴻私。 臣謹當倍殫赤心, 益堅素節, 夙興夜寐, 常存挾纊之懷, 地久天長, 永被垂衣之化。

方物表曰:

天眷悉深, 特蒙寵賚, 土宜雖薄, 聊表謝忱。 謹備黃細苧布二十匹、白細苧布二十五匹、黑細麻布二十五匹、黃花席二十張、滿花席二十張、雜彩花席二十張。 右件物等製造匪精, 名般亦尠, 冀諒由中之懇, 俯容享上之儀。 幷進文魚四百尾。

聖烈慈壽皇太后禮物, 紅細苧布一十匹、白細苧布一十匹、黑細麻布一十匹、滿花席一十張, 中宮禮物同。 上其謝箋曰:

望隆儲貳, 密裨宸猷, 心篤順承, 導宣叡澤, 佩銘曷已? 糜粉難酬。 伏念臣幸際昌辰, 邈處荒徼, 白雉呈瑞, 聊効譯獻之誠, 紫極疏恩, 持荷篚頒之渥, 寵光若此, 前昔所稀。 玆蓋伏遇皇太子殿下, 偉量淵沖, 英姿岐嶷, 體上聖之懷遠, 憐小邦之輸忠, 遂令庸資, 獲被殊眷。 臣謹當永守藩於鰈域, 恒申祝於龜疇。

禮物, 白細苧布二十匹、黑細麻布二十匹、滿花席一十張、雜彩花席一十張。 其賀表曰:

乾乘龍馭, 蔚啓敉功, 天祐鴻圖, 式遏亂略。 宗社益鞏, 華夷擧欣。 欽惟皇帝陛下濬哲溫恭, 剛健純粹, 簡臨寬御, 運方撫於太平, 遠肅邇安, 治克臻於一統, 何期姦黨潛畜陰謀? 奈危機之已成而兇焰之斯烈, 神人共憝, 迅掃妖氛, 日月重明, 旁騰協氣, 旣正滔天之罪, 宜同率土之歡。 伏念臣猥以孱資, 獲聞大慶, 迹拘東表, 雖阻百辟之班, 心懸北辰, 倍殫(禺)〔萬〕 年之祝。

方物表曰:

天人協順, 克熸兇謀, 夷夏同歡, 咸陳賀悃。 謹備黃細苧布二十匹、白細苧布二十五匹、黑細麻布二十五匹、黃花席二十張、滿花席二十張、雜彩花席二十張、人蔘一百觔、松子三百觔、雜色馬二十匹。 右件物等名般甚尠, 製造匪精, 豈合享上之儀? 庶諒由中之信。

聖烈慈壽皇太后禮物, 紅細苧布一十匹、白細苧布一十匹、黑細麻布一十匹、滿花席一十張, 中宮禮物同。 上其賀箋曰:

尊居儲位, 密贊宸猷, 克淸兇徒, 允慰輿望, 謳歌攸繫, 蹈舞惟均。 恭惟皇太子殿下偉量淵沖, 英資明斷。 承祧主鬯, 心常奉於燕謀, 監國撫軍, 功實存於翼亮, 豈意小竪敢爲異圖? 覆載難容, 固天誅之莫逭。 雷霆旣振, 致陰慝之旋消, 景命惟新, 洪祚益鞏。 伏念臣猥以庸品, 幸際昌辰, 阻詣鳧趨之聯, 倍伸鰲抃之懇。

禮物, 白細苧布二十匹、黑細麻布二十匹、滿花席一十張、雜彩花席一十張、雜色馬四匹。 有禮臨行, 言於議政府曰, "進獻文魚品惡", 政府以啓, 命召承旨柳子煥李文炯交泰殿曰: "有禮知其品惡, 則何不直啓而言於政府, 又何不預言而言於今日乎? 罪當推鞫。 予欲勿遣。" 子煥等對曰: "改差則千秋ㆍ聖節自有日期, 難以留待。 且崔有江回自遼東久矣, 進賀亦不可緩。" 上然之, 卽命子煥馳往開城府, 與有禮監擇送之。


  • 【태백산사고본】 9책 25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7책 484면
  • 【분류】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