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회가 겸 판병조사로 직질을 올린 것을 사례하다. 그 전문 내용
평안도(平安道)·황해도(黃海道)·강원도(江原道)·함길도(咸吉道)의 도체찰사(都體察使) 한명회(韓明澮)가 전문(箋文)을 받들어 겸 판병조사(兼判兵曹事)로 직질(職秩)을 올린 것을 사례하였는데, 그 전문은 이러하였다.
"구슬 글 열 줄에는 높으신 명령을 보였으니, 옥문관(玉門關)471) 천리에서 공경히 은총(恩寵)을 입었습니다. 분수를 헤아리매 지나침이 많으며 마음에 맹세하여 보답하기를 도모합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풍운(風雲)을 만나는 때에 즈음하여 지식이 위를 말하기 어렵고 재주가 중간에 미치지 못하는데, 다행히 적제(赤帝)472) 의 덕을 입어 일월의 빛에 의지하고 외람되게 백마(白馬)473) 의 맹세에 참여하였습니다. 벼슬이 이미 육경(六卿)474) 에 참여하였고 사랑은 더욱 세 번 접견하는 데 깊었습니다. 요즘 국경이 잠시 소란함으로 인연하여 외람되게 곤외(閫外)475) 의 중권(重權)을 잡았습니다. 집에서 잠자지 아니하고 오직 들판에서 몸을 분발할 것만 생각하며, 적을 무찌르기를 원하매 어찌 감히 창칼에 목숨을 돌아보겠습니까? 항상 공(功)이 없는 것을 근심하였는데, 다시 지나치는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나라를 돕는 높은 직질(職秩)을 더하시고 사마(司馬)476) 의 옛 벼슬을 그대로 인하였습니다. 그 직임을 사랑하고 그 뿌리를 굳게 하라는 성상의 유시(諭示)가 도탑고 지극하시니, 나라의 녹(祿)을 먹고 나라의 일을 공경히 하여 감히 작은 마음을 잠시라도 잊겠습니까? 어찰(御札)477) 을 받들어 마음에 새기고 부의(負扆)478) 를 바라고 단정히 절합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묘한 정책과 먼 계략(計略)은 선비를 귀히 여기고 어진이를 높여서 문무(文武)의 덕을 멀고 가까운 데에 나타내고, 국가의 안위(安危)를 장상(將相)에게 마음을 기울여서 신의 용렬한 재품(才品)으로 하여금 남다른 영화를 얻게 하였습니다. 신은 삼가 마땅히 전수(前修)479) 에 미치기를 힘써서 더욱 처음의 뜻을 가다듬겠습니다. 비록 많은 군사를 거느릴 만한 지혜는 없으나 모두 높은 공을 이루고 거의 평범한 꾀를 가지고 악한 무리를 간략히 평정하겠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5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7책 480면
- 【분류】인물(人物) / 인사-관리(管理) / 어문학-문학(文學)
- [註 471]옥문관(玉門關) : 변경 지방을 말함.
- [註 472]적제(赤帝) : 한(漢)나라 고조(高祖). 곧 세조(世祖)를 가르키는 말.
- [註 473]백마(白馬) : 옛날 큰 일을 같이 할 때에 흰말을 잡아 피를 마시고 하늘에 제사지냈음.
- [註 474]육경(六卿) : 육조 판서.
- [註 475]곤외(閫外) : 외방.
- [註 476]사마(司馬) : 주(周)나라 때 주로 군사를 맡아 보던 벼슬. 곧, 병조(兵曹)를 말함.
- [註 477]어찰(御札) : 임금의 서찰(書札).
- [註 478]부의(負扆) : 임금 뒤에 치는 병풍.
- [註 479]전수(前修) : 선현(先賢).
○平安、黃海、江原、咸吉道都體察使韓明澮奉箋, 謝進秩兼判兵曹事。 箋曰:
瑤檢十行, 特示隆命, 玉關千里, 祇荷異恩。 揆分踰涯, 矢心圖報。 伏念識難語上, 才不逮中, 際會風雲, 幸承赤帝之德, 依光日月, 濫與白馬之盟。 位已列於六卿, 寵愈深於三接。 比緣國尾之暫驚, 猥分閫外之重權。 不宿于家, 惟知奮身於原野, 願敵所愾, 豈敢顧命於戈矛? 常懷罔功之憂, 復叨非據之地。 峻以輔國之崇秩, 仍以司馬之舊官。 寵其任, 固其根, 昭聖諭之勤至, 食爾祿, 敬爾事, 敢小心之忽忘? 捧御札而佩銘, 望負扆而端拜。 伏遇神猷遠略, 貴士尊賢, 文武著德於遐邇, 安危注意於將相, 致令庸品獲遇殊榮。 臣謹當勉企前修, 竝勵初志。 縱無多多之算, 悉集高勳, 庶將平平之謀, 略定群醜。
- 【태백산사고본】 9책 25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7책 480면
- 【분류】인물(人物) / 인사-관리(管理)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