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추원사 김순에게 경상도의 화곡에 대해 물어 보다
지중추원사(知中樞院事) 김순(金淳)이 경상도 관찰사(慶尙道觀察使)를 그만두고 오니, 임금이 인견(引見)하고 본도의 화곡(禾穀)이 어떠한가를 물었다. 김순이 대답하기를,
"화곡의 잘된 것이 금년만한 해가 없는데, 오직 성주(星州) 등 두어 고을이 조금 다른 고을에 미치지 못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근자에 임효인(任孝仁)이 사리 분신(舍利分身)의 일을 가지고 헛되이 주워 모아서 아뢰었으니, 감사(監司)의 체통(體統)이 어떻겠는가?"
하니, 김순이 대답하기를,
"심히 불가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지난번에 경이 아뢰기를, ‘소를 잡았더니 송아지가 있는데, 한 몸에 머리가 2, 귀가 3, 눈이 4, 꼬리가 하나였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무엇을 이르는 것인가? 경은 어진 감사인데도 이런 계달(啓達)이 있었으니, 임효인의 일은 족히 괴이할 것이 없는 것이다. 또한 경은 풍년의 징조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하니, 김순이 대답하기를,
"신의 뜻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또 충훈부(忠勳府)의 대납(代納) 등의 일을 물으니, 김순이 상세히 설명하여 올리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참으로 관찰사다. 다시 품질(品秩)을 올리는 것이 마땅하다."
하고, 이어서 명하여 술을 올리게 하였다. 임금이 경회루(慶會樓) 아래로 나아가서 여러 장수·승지(承旨)·겸사복(兼司僕)·내금위(內今衛)를 불러 관사(觀射)하는데, 행 성균관주부(行成均館注簿) 최지(崔池)·전 사헌부 감찰(司憲府監察) 최한정(崔漢楨)·전 금구 현령(金溝縣令) 서지문(徐智文)·성균관 학록(成均館學錄) 박문성(朴文星) 등이 《병요(兵要)》를 수교(讎校)하는 일로 또한 들어왔었다. 임금이 지나가는데도 최지 등이 걸터앉아 있었으므로 임금이 그 무례함을 책망하고, 또 겸사복 이거아첩가(李巨兒帖哥)로 하여금 최지 등에게 말하게 하기를,
"우리들은 향화(向化)341) 한 사람인데도 임금의 앞에서는 오히려 예의와 법도가 있는데 너희들은 선비로서 이와 같은 데 이르렀으니, 나는 금띠를 띠고 너희들은 오대(烏帶)342) 를 면치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였다. 임금이 최지 등에게 ‘벌성상생(伐性喪生)과 하학상달(下學上達) 등의 말을 강(講)하도록 하니, 최지 등이 혹은 대답하고 혹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쓸 만한 자는 최지이다. 그러나 크게 쓰는 것은 불가(不加)하다."
하고, 또 겸사복(兼司僕) 낭장가로(浪將家老)에게 이르기를,
"너의 아비는 어찌 내조(來朝)하지 않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신이 이미 시위(侍衛)하고 있는데, 아비도 또한 입조(入朝)하면 야인(野人)의 꺼리는 바가 될까 두려워하여 감히 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이 이미 목계(木契)343) 를 보냈으니, 가을의 서늘한 때를 기다려서 반드시 올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낭이승가(浪伊升哥)를 가엾이 여기어 구휼(救恤)하는 것을 지극히 돈독히 한 것은 너희들도 아는 바이다. 그들이 마침내 2부자(父子)가 서로 통하여 은혜를 배반하고 반역(叛逆)하다가 일이 발각되어 복주(伏誅)되었다. 너도 또한 적(賊)이었는데 이제는 마음을 고치어 순종(順從)하고, 나도 죄를 용서하고 무휼하기를 또한 돈독히 하여 근시(近侍)하는 데까지 이르게 하였으니, 너는 삼가 낭이승가가 복주(伏誅)된 것 때문에 의심하지 말고 또 낭이승가의 일을 본받지 말라."
하니, 낭장가로(浪將家老)가 고두(叩頭)하였다. 임금이 거아첩가(巨兒帖哥)에게 이르기를,
"너도 또한 나의 말을 들었느냐? 듣지 못하였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신은 이미 성상의 교지(敎旨)를 알았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4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7책 470면
- 【분류】농업-농작(農作) / 농업-축산(畜産) / 사상-불교(佛敎) / 재정-공물(貢物) / 인사-관리(管理) / 왕실-의식(儀式) / 왕실-행행(行幸) / 군사-병법(兵法) / 출판-서책(書冊) / 외교-야(野)
- [註 341]향화(向化) : 귀화(歸化).
- [註 342]
오대(烏帶) : 품대(品帶)의 하나. 정 7품으로부터 종 9품까지의 관원이 띠는 검은 띠.- [註 343]
목계(木契) : 여진인(女眞人)들이 나무에다 새긴 서계(書契).○知中樞院事金淳遞慶尙道觀察使而來, 上引見問本道禾穀如何? 淳對曰: "禾穀之盛, 無如今年, 唯星州等數邑稍不及他邑。" 上曰: "近任孝仁以舍利分身事, 虛捏啓達, 於監司體何?" 淳對曰: "甚不可。" 上曰: "頃者卿啓‘屠牛得兒牛, 一身兩頭、三耳、四目、一尾。’ 是何謂也? 卿賢監司而有是啓, 仁孝之事無足怪者。 且卿得不以爲豐年之徵乎?" 淳對曰: "臣意在此。" 上又問忠勳府代納等事, 淳敷奏詳明。 上曰: "眞觀察使也, 復當陞秩。" 仍命進酒。 御慶會樓下, 召諸將、承旨、兼司僕、內禁衛觀射。 行成均注簿崔池、前司憲監察崔漢楨、前金溝縣令徐智文、成均學錄朴文星等, 以讎校《兵要》亦入。 上過之, 池等蹲踞, 上責其不禮。 又令兼司僕李巨兒帖哥語池等曰: "我等向化也, 君父之前, 尙有禮度, 汝是儒者而至此, 我之帶金, 汝之未免烏帶, 以此也。" 上講池等伐性喪生、下學上達等語, 池等或對、或否, 上曰: "可用者池也, 然不可大用。" 謂兼司僕浪將家老曰: "爾父何不來朝?" 對曰: "臣旣侍衛, 父又入朝, 則恐爲野人所忌, 故未敢耳。 然臣已送木契, 待秋涼必來。" 上曰: "我於浪伊升哥, 憐恤至篤, 汝等所知。 厥終父子相通, 背恩叛逆, 事覺伏誅。 汝亦賊也, 今悛心効順, 予赦其罪而撫之亦篤, 至令近侍, 汝愼勿以伊升哥伏誅爲疑, 且勿效伊升哥之事。" 將家老叩頭。 上謂巨兒帖哥曰: "汝亦聞我言否?" 對曰: "臣已審上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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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註 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