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길도 도체찰사 구치관이 야인 30여기가 길주에서 노략질한 것에 대해 치계하다
함길도 도체찰사(咸吉道道體察使) 구치관(具致寬)이 치계(馳啓)하기를,
"3월 23일에 야인(野人) 30여 기(騎)가 길주(吉州) 서북 구자(西北口子)에 들어와서 남자(男子) 7명을 살해하고, 부녀자(婦女子) 7명, 소 27두(頭), 말 2필(匹)을 노략질하여 갔습니다. 전 만호(萬戶) 허숭도(許崇道)는 방어(防禦)하는 여러 가지 일만을 고찰(考察)하고 급히 쳐서 쫓아가 잡지 아니하였으므로, 죄를 받을까 두려워해서 그 살해하고 노략질한 수를 숨기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이미 장(仗) 1백대를 때리고 고신(告身)을 거두어 무산구자(茂山口子)에 충군(充軍)하였습니다. 목사(牧使) 신흥지(申興智)·판관(判官) 전자완(全自完)은 방수(防戍)를 삼가히 하지 않아서 살해와 노략질을 많이 당하게 하였으므로, 전자완은 이미 장(仗) 1백 대를 때리고 환임(還任)시켰으며, 신흥지는 성상의 재가를 청하여 시행(施行) 하고자 합니다. 권관(權管) 김사충(金思忠)은 나이는 적어도 무재(武才)가 있어서 오랫동안 구자(口子)를 지켜 왔는데, 소홀히 하여 수호군(守護軍)을 조금만 보냈기 때문에 적(賊)으로 하여금 살해와 노략질을 함부로 하게 하였습니다. 이에 성(城)을 지키는 것으로써 핑계하고서 군사를 가지고 나가 싸우지 아니하였으므로 스스로 죄가 무거운 줄을 알고 도망하였으니, 청컨대 쫓아가 잡아서 군법(軍法)에 의거하여 시행하게 하소서."
하였다. 또 승정원(承政院)에서 봉서(奉書)하기를,
"길주(吉州)에 입구(入寇)한 자들을 신(臣)이 지금 염탐하여 알았는데, 사지(斜地)에 사는 올량합(兀良哈) 사지(舍地)들입니다. 곧 5진(五鎭)235) 의 정병(精兵) 1천여 기(騎)를 뽑아서 이번 4월 20일을 기하여 3사지(斜地)에 쳐들어가서 노략질하여 간 사람과 가축(家畜)을 쇄환(刷還)하려고 하였는데, 다만 비가 오래 오고 강물이 또한 불어서 아직 멈추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손수 초(草)하여 구치관(具致寬)에게 유서(諭書)하기를,
"만일 칠 만한 세력이 있으면 다리를 만들고 건너는 것이 마땅할 것이니, 경(卿)이 짐작(斟酌)해서 하라."
하고, 명하여 병조 판서(兵曹判書) 한명회(韓明澮)와 예조 판서(禮曹判書) 홍윤성(洪允成)에게 보이게 하였다. 한명회가 말하기를,
"이와 같이 유시(諭示)를 내리면 구치관이 반드시 짐작해서 할 것입니다."
하고, 홍윤성이 말하기를,
"두만강(豆滿江)은 비록 온 나라의 군사를 다 모아도 다리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또 가령 다리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우리 군사가 건너간 뒤에 강물이 다시 불어서 다리가 무너지면 돌아오기가 어려울 것이니, 청컨대 이 유시를 내리지 마소서."
하니, 마침내 내리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4권 8장 A면【국편영인본】 7책 460면
- 【분류】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 / 군사-병법(兵法) / 인사-관리(管理) / 사법-행형(行刑)
- [註 235]5진(五鎭) : 경원(慶源)·회령(會寧)·종성(鐘城)·경흥(慶興)·온성(穩城)의 다섯 읍(邑)을 말함.
○癸巳/咸吉道都體察使具致寬馳啓: "三月二十三日野人三十餘騎入吉州西北口子, 殺男子七名, 擄婦女七口、牛二十七頭、馬二匹而去。 前萬戶許崇道考察防禦諸事, 而不急擊追捕, 懼得罪, 隱其殺擄之數。 故已杖一百收告身, 充茂山口子軍。 牧使申興智、判官全自完不謹防戍, 多致殺擄, 已杖自完一百還任, 興智請上裁施行。 權管金思忠年少有武才, 久守口子, 忽於備禦, 少送守護軍, 使賊恣行殺擄。 乃托以守城, 擁兵不出戰, 自知罪重而逃, 請追捕依軍法施行。" 又奉書于承政院曰: "入寇吉州者, 臣今詗知, 斜地住兀良哈 舍地等。 卽抄五鎭精兵千餘騎, 擬於今四月二十日入攻三斜地, 刷還擄去人畜, 第久雨江水方漲, 姑停以待。"上手草諭具致寬書曰: "如有可攻之勢, 造橋而渡可也。 卿其斟酌。" 命示兵曹判書韓明澮、禮曹判書洪允成。 明澮曰: "如此下諭, 則致寬必斟酌爲之。" 允成曰: "豆滿江雖聚一國軍士, 勢難造橋。 縱使造橋, 我軍渡後, 江水復漲毁橋, 則勢難還渡, 請勿下此諭。" 遂不下。
- 【태백산사고본】 9책 24권 8장 A면【국편영인본】 7책 46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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