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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24권, 세조 7년 4월 6일 병자 5번째기사 1461년 명 천순(天順) 5년

김처례와 이사평을 보내 표문을 받들고 명나라에 가서 사은케 하다. 그 표문

예조 참판(禮曹參判) 김처례(金處禮)와 중추원 부사(中樞院副使) 이사평(李士平)을 보내어 표문(表文)을 받들고 명(明)나라에 가서 사은(謝恩)하게 하고, 겸해서 흰 꿩[白雉]을 바치게 하였다. 그 사은표(謝恩表)에 이르기를,

"황제의 마음이 인애(仁愛)하고 회유(懷柔)하심이 더함이 있어서 황제의 선물이 자주 있으니, 은혜를 입어서 감내할 힘이 없습니다. 몸소 어루만져 주시니 부끄러움만 더할 뿐이며, 온 나라가 기뻐서 들끓고 있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신은 외람되이 용렬한 자질로써 멀리 황복(荒服)193) 에 있으면서 공손히 제후(諸侯)의 도리를 부지런히 하고 있어도 조그마한 공효(功効)도 없었는데, 특별히 황제의 사사로운 정을 입어서 광비(筐篚)194) 에 은혜가 실로 깊었으니, 은총(恩寵)의 영광이 이에 이르른 것은 전일에 드물었던 바입니다. 삼가 황제 폐하(皇帝陛下)의 덕(德)은 생성(生成)에 합하고 자애로움은 믿고 의지하는 데 지나서 마침내 노둔(駑鈍)한 몸으로 하여금 황제의 은혜를 받도록 했으니, 신은 삼가 마땅히 두 번도 아니고 세번도 아닌 번국(藩國)을 수호(守護)하고 선양(宣揚)하는 직분에 정성을 더하고 만 년을 기약하도록 항상 송축(頌祝)하는 정성을 펴겠습니다."

하였다. 방물표(方物表)에 이르기를,

"황제께서 주시는 물품이 이에 도착하였으니, 공손히 특별한 은택(恩澤)을 받았습니다. 토산물(土産物)을 바침이 비록 보잘것 없지마는 약간의 작은 정성을 표시합니다. 삼가 황세저포(黃細苧布) 20필, 백세저포(白細苧布) 20필, 흑세마포(黑細麻布) 20필, 황화석(黃花席) 20장(張), 만화석(滿花席) 20장, 잡채화석(雜彩花席) 20장을 갖추었습니다. 위의 물건들은 먼 벽지에서 생산되고 또 훌륭한 공장(工匠)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도 아니지마는, 중정(中情)에서 우러나오는 신의(信義)로 여기시고 윗사람에게 드리는 예절을 굽어 용납하시기 바랍니다."

하였고, 성열 자수 황태후(聖烈慈壽皇太后)의 예물(禮物)은, 홍세저포 10필, 백세저포 10필, 흑세마포 10필, 만화석 10장이었으며, 중궁(中宮)의 예물도 위와 같았다. 황태자(皇太子)에게 바치는 전문(箋文)에 이르기를,

"이극(貳極)195) 의 높은 자리에 앉아 황제의 계책을 가만히 도와 은혜가 궁궐(宮闕) 안에 가득하고 넓은 변방까지 골고루 미치니, 마음에 깊이 새기어 잊지 않는데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어렵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신은 외람되이 얕은 자질로써 다행히 밝은 시대를 만나서 조그마한 도움도 없이 오직 수호(守護)에만 힘쓰고 있었는데, 어찌 광비(筐篚)의 반사(頒賜)가 달을 연해서 거듭 이를 줄을 알겠습니까? 분수를 헤아리매 소망(所望)에 넘치니, 온 나라가 영광으로 알고 있습니다. 삼가 황태자 전하(皇太子殿下)께서 성품이 온순하고 착하여 황제를 도와 천하를 다스리는 데 공(功)이 있음을 만나, 드디어 노둔(駑鈍)한 몸으로 하여금 큰 은혜를 받도록 했으니, 신은 삼가 마땅히 참되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갑절로 다하고 결백한 지조[素節]를 더굳게 해서 황태자의 시(詩)에 화답하여 시를 짓고 항상 천 년이나 오래 살기를 빌겠습니다."

하였고, 예물은 백세저포 20필, 흑세마포 20필, 만화석 10장, 잡채화석 10장이었다. 흰 꿩을 바치는 표문(表文)에 이르기를,

"황제께서 재위(在位)하시면서 온 세상의 태평(太平)을 열으시니, 산악(山嶽)의 효험 있는 신령이 양의(兩儀)의 교태(交泰)를 밝게 하여 큰 경사가 많이 이르매, 큰 자라[鼇]가 손뼉을 치는 것과 같은 기쁨이 깊이 더합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황제 폐하께서는 강건(剛健)하고 순수하시며 총명하고 지혜가 있는데, 아름다운 덕(德)도 흡족하여 그림자처럼 항상 붙어 따라다녀서 온 땅을 가리니, 축망(祝網)196) 이 어질고 깊어서 새와 길짐승도 다 무엇인가를 꾀하게 하여 문명(文明)의 상서(祥瑞)가 다시 벽누(僻陋)한 구역에서 났습니다. 월상(越裳)197) 의 〈흰 꿩을 바친〉 아름다운 상서는 겨우 천 년 만에 난다고 전하여 들었는데 번영하는 시대의 기이한 선물을 해를 거듭하여 볼 수가 있으니, 이것은 중역(重譯)198) 의 정의를 배로 하는 것이고 더욱 크게 입은 감화(感化)를 표하는 것입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신은 외람되이 용렬한 자품을 가지고 창성한 때를 만나서 청구(靑丘)199) 에 머물러 있어 비록 부추(鳧趨)200) 의 반열(班列)에는 막혔지만, 마음은 황제의 궁으로 달려가서 호배(虎拜)의 정성을 펴기를 원합니다."

하였다. 황태자에게 바치는 전문(箋文)에 이르기를,

"이극(貳極)의 높은 지위에 앉아서 가만히 큰 조화(造化)를 도우니 양의(兩儀)가 상서(祥瑞)를 낳아 아름다운 부서(符瑞)를 밝히므로, 마땅히 하늘의 아름다운 도리를 선양하여 감히 삼가 〈이글을〉 뜰에 드립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황태자 전하는 영특한 자태(姿態)가 옥(玉)과 같이 맑고 큰 도량은 바다같이 깊어서, 일찍이 감무(監撫)하는 권한을 받아 공(功)이 황제를 도와 천하를 다스리는 데 도탑고, 위육(位育)201) 의 덕화(德化)를 능히 도와서 은혜가 나는 새와 잠기는 물고기에까지 흡족하였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화기(和氣)가 모이고 영물(靈物)이 응하여, 천생(天生)의 경개(耿介)202) 한 덕(德)은 세미(細微)한 먼 곳까지도 용납하고, 눈과 같이 희고 선명해서 문명의 상징을 능히 도웁니다. 〈흰 꿩의〉 생산(生産)은 비록 동쪽에서 난 것이지마는 경사는 실로 구위(九圍)203) 와 같습니다. 혹 영유(靈囿)204) 에 머무르게 하여 주신다면, 거의 월상(越裳)의 선물이 되겠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신은 외람되이 거칠은 변방을 지키고 있어 아름다운 상서를 보고도 중국 조정(朝廷)의 반열에 참여하지 못하지마는, 다만 연하(燕賀)205) 하는 정성을 배로 다하겠습니다."

하였다. 또 자문(咨文)206) 을 예부(禮部)에 보내어 서책(書冊)을 청하였는데, 그 자문에 이르기를,

"조득(照得)207) 해 보건대, 본국은 편벽되게 먼 모퉁이에 있어서 글자 모양과 편방(偏旁)208) 과 점획(點劃)을 능히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간혹 서사(書肆)209) 의 인본(印本)인 《홍무정운(洪武正韻)》을 얻는 바가 있으나 착오를 면치 못하여 아뢸 문서가 있을 때에는 틀릴까 두렵습니다. 마땅히 관본(官本) 1건(件)을 번거롭지마는 황제에게 아뢰어 반사(頒賜)를 시행(施行)하기 바랍니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7책 457면
  • 【분류】
    외교-명(明) / 과학-생물(生物) / 어문학-어학(語學) / 어문학-문학(文學) / 출판-서책(書冊)

  • [註 193]
    황복(荒服) : 우리 나라.
  • [註 194]
    광비(筐篚) : 광주리에 담은 채단(綵段).
  • [註 195]
    이극(貳極) : 황태자의 자리.
  • [註 196]
    축망(祝網) : 은(殷)나라의 탕왕(湯王)이 그물의 3면을 풀어서 새와 짐승을 도망시키어 준 고사(故事).
  • [註 197]
    월상(越裳) : 주(周)나라 때 안남(安南) 지방에 있던 나라.
  • [註 198]
    중역(重譯) : 말이 통하지 않아 여러 번 옮겨 번역하는 것.
  • [註 199]
    청구(靑丘) : 우리 나라.
  • [註 200]
    부추(鳧趨) : 신하가 임금을 뵙는 일.
  • [註 201]
    위육(位育) : 만민이 그 생활에 만족하고 만물이 충분히 육성함.
  • [註 202]
    경개(耿介) : 절조가 곧고 깨끗함.
  • [註 203]
    구위(九圍) : 중국.
  • [註 204]
    영유(靈囿) : 주나라 문왕(文王)이 설치한 동물원.
  • [註 205]
    연하(燕賀) : 잔치하여 하례함.
  • [註 206]
    자문(咨文) : 우리 나라와 중국의 외교 담당 관부(官府) 사이에 왕래하던 문서.
  • [註 207]
    조득(照得) : 참고해 보건대의 뜻. 송(宋)·원(元)·명(明)대에 공문서 앞에 붙이는 공식 문투임.
  • [註 208]
    편방(偏旁) : 한문 글자의 오른쪽과 왼쪽.
  • [註 209]
    서사(書肆) : 서림(書林).

○遣禮曹參判金處禮、中樞院副使李士平奉表如大明謝恩, 兼進白雉。 其謝表曰:

聖心仁愛, 懷柔有加, 帝賚便蕃, 荷戴無力。 撫躬增愧, 擧國騰歡。 伏念臣猥以庸資, 邈居荒服, 祗勤侯度, 功未效於毫毛, 特荷宸私, 恩實深於筐篚, 寵榮至此, 前昔所稀。 伏遇皇帝陛下德合生成, 慈踰怙恃, 遂令駑品, 獲被(龍)〔寵〕 光, 臣謹當不二不三, 益虔藩宣之職, 時萬時億, 恒伸頌禱之誠。

方物表曰:

天貺聿臻, 祗荷寵渥。 壤奠雖薄, 聊表微誠。 謹備黃細苧布二十匹、白細苧布二十匹、黑細麻布二十匹、黃花席二十張、滿花席二十張、雜彩花席二十張。 右件物等, 産自遐陬, 製匪良匠, 冀諒由中之信, 俯容享上之儀。 聖烈慈壽皇太后禮物, 紅細苧布一十匹、白細苧布一十匹、黑細麻布一十匹、滿花席一十張, 中宮禮物同。

上進皇太子箋曰:

位尊貳極, 密贊皇猷, 恩導中宸, 覃霑海徼, 銘佩曷已? 靡粉難酬。 伏念臣猥以譾材, 幸逢熙代, 顧乏絲毫之補, 執壤惟勤, 豈期筐篚頒連月沓至? 揆分踰望, 擧國知榮。 伏遇皇太子殿下性稟溫文, 功存翼亮, 遂令駑鈍, 獲被鴻私, 臣謹當倍殫赤心, 益堅素節, 載賡歌於重潤, 恒祝壽於千齡。 禮物, 白細苧布二十匹、黑細麻布二十匹、滿花席一十張、雜彩花席一十張。

進白雉表曰:

聖神御極, 開萬世之太平, 山嶽効靈, 昭兩儀之交泰, 鴻休滋至, 鼇抃冞增。 欽惟皇帝陛下剛健粹精, 聰明睿知, 舞羽德洽, 奄幅員以景從, 祝網仁深, 底鳥獸之咸若, 何圖文明之瑞, 復産僻陋之區? 越裳嘉禎, 僅傳聞於千載, 盛代異貺, 乃得覩於連年, 寔倍重譯之情, 尤表丕冒之化。 伏念臣猥將庸品, 獲際昌辰, 迹滯靑丘, 雖阻鳧趨之列, 心馳紫闥, 聊申虎拜之誠。

進皇太子箋曰:

貳極居尊, 密裨洪造, 兩儀生瑞, 式昭貞符。 宜揚天休, 敢謹庭獻。 恭惟皇太子殿下英姿玉裕, 偉量淵沖, 夙膺監撫之權, 功敦翼亮, 克贊位育之化, 恩洽飛潛。 故乃和氣之鍾而有靈物之應, 天生耿介, 寧容纖芥之塵, 雪羽鮮明, 克協文明之象。 産雖自於東表, 慶實同於九圍。 倘賜靈囿之留, 庶賁越裳之進。 伏念臣叨守荒徼, 屬覩嘉祥, 阻參鵷班之趨, 倍殫燕賀之悃。

又移咨禮部請書冊, 其咨曰:

照得本國僻在遐陬, 字樣偏旁, 點畫未能分曉。 間有所得《洪武正韻》書肆印本, 不免差訛, 遇有奏啓文書, 恐致舛誤。 (揩)〔楷〕 正官本一件煩爲聞奏, 頒降施行。


  • 【태백산사고본】 9책 2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7책 457면
  • 【분류】
    외교-명(明) / 과학-생물(生物) / 어문학-어학(語學) / 어문학-문학(文學)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