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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23권, 세조 7년 1월 21일 임술 3번째기사 1461년 명 천순(天順) 5년

취로정에 나아가 서적을 강하게 하고 어찰로 출제를 내리다

충순당(忠順堂)에 나아가 술자리를 베푸니, 종친(宗親)·재추(宰樞) 및 성균관 대사성(成均館大司成) 서강(徐岡)·판봉상시사(判奉常寺事) 임원준(任元濬) 등이 입시(入侍)하였다. 임금이 걸어서 후원(後苑)에 이르러 이순지(李純之) 등으로 하여금 모정(茅亭)을 세울 터를 보게 하고, 드디어 취로정(翠露亭) 못가에 나아가 서강·임원준 등에게 명하여 병서(兵書)·《장자(莊子)》·《노자(老子)》·한문(韓文)025) 등의 서적을 강(講)하게 하였다. 또 어찰(御札)로 출제(出題)하기를,

"취로정 못가에 나아와 종실(宗室)·재추(宰樞)와 더불어 치도(治道)를 담론하다[御翠露池邊 與宗宰 論治道]."

하고, 임원준에게 명하여 시(詩)를 짓게 하였는데, 이때 하늘에서 큰 바람이 일었고 다음날에는 또 습진(習陣)을 하려던 참이었다. 임원준이 시를 지어서 올리기를,

"옥련(玉輦)이 때로 봄 태액지(太液池)에 노시니,

하늘바람 불어내려 가벼운 티끌을 쓰는도다.

해가 기울도록 경서(經書)의 담론을 파할 줄 모르는데

밝는 아침에는 또 무신(武臣)의 습진(習陣)이 있다오."

하였다. 서강이 진강(進講)할 때 그 말이 석교(釋敎)026) 에 대한 시비(是非)에 미치자 망령되게 석교로써 마음을 다스린다는 말을 가지고 억지로 모르는 것을 꾸며 대답하였다. 임금이 그 의중을 떠보려고 연하여 두어 잔의 벌주(罰酒)를 내리고는 취하느냐고 물으니, 취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억지로 스스로 변명하여 논하였다. 임금이 노(怒)하여 반복해서 캐어 물으니, 서강의 말이 몹시 불손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이러한 인물이 바로 하위지(河緯地) 같은 무리이다."

하니, 서강이 소리를 높여 대답하기를,

"성상의 하교가 이와 같으시니, 신이 무슨 면목으로 진신(縉紳)027) 사이에 끼겠습니까? 죽음이 있을 따름입니다."

하고 임금의 옷자락을 잡고는 스스로 하소연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도로 충순당(忠順堂)에 나아가 전교하기를,

"서강(徐岡)은 스스로를 높이려고 탐하고 군부(君父)를 경멸(輕蔑)하였으니, 죄가 막대(莫大)하다."

하였다. 이때 날이 이미 어둡고 재추(宰樞)들도 모두 나갔으므로, 환관(宦官) 임동(林童)·엄경지(嚴敬之) 등에게 명하여 서강에게 장(仗) 30여 도(度)를 때리게 하였다. 성임(成任)으로 하여금 불경(不敬)한 정상을 묻게 하니, 서강이 갑자기 성난 목소리로 대답하기를,

"신이 집에 있을 적에도 항상 내전(內典)028) 을 열람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서강의 대답하는 바가 다 묻는 데 대한 것이 아니니, 더욱 죄가 있다."

하고, 또 별감(別監)으로 하여금 장(仗) 10여 도(度)를 때리게 하고 그쳤는데, 성임 등이 나가자, 서강을 후원에 결박해 두었다.


  • 【태백산사고본】 8책 23권 4장 B면【국편영인본】 7책 443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사(宗社) / 어문학-문학(文學) / 군사-병법(兵法) / 사상-불교(佛敎) / 사법-탄핵(彈劾)

  • [註 025]
    한문(韓文) : 당(唐)나라 한유(韓愈)의 글.
  • [註 026]
    석교(釋敎) : 불교.
  • [註 027]
    진신(縉紳) : 벼슬아치의 총칭.
  • [註 028]
    내전(內典) : 불경(佛經).

○御忠順堂, 設酌, 宗親、宰樞及成均大司成徐岡, 判奉常寺事《任元濬》等入侍。 上步至後苑, 使李純之等, 相構芧亭之基, 遂御翠露亭池邊, 命元濬等, 講《兵書》《莊》《老子》《韓文》等書。 又御扎出題曰: "御翠露池邊, 與宗宰論治道。" 命元濬賦詩, 時天大風, 明日又欲習陣。 元濬製進曰:

玉輦時遊太液春, 天風吹下掃輕塵。 日斜未罷論經理, 又擬明朝閱武臣。

於進講時, 語及釋敎是非, 妄以釋敎治心之事, 强其所不知文飾以對。 上欲觀其意, 連罰數爵, 問醉否, 對以不醉, 强自辨論。 上怒反覆究問, 語甚不遜。 上曰: "此物正是河緯地之流。" ()〔岡〕 高聲對曰: "上敎至是, 臣何面目齒縉紳間? 有死而已。" 執御裾自訴不已。 還御忠順堂, 傳曰: "狃於貢高, 輕蔑君父, 罪莫大焉。" 時日已昏, 宰樞等皆出, 命宦官林童嚴敬之等, 杖三十餘度。 令成任問不敬之情, 率爾厲聲對曰: "臣在家常閱內典。" 上曰: "所答皆非所問, 尤有罪焉。" 又令別監杖十餘度而止, 等出, 縛置于後苑。


  • 【태백산사고본】 8책 23권 4장 B면【국편영인본】 7책 443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사(宗社) / 어문학-문학(文學) / 군사-병법(兵法) / 사상-불교(佛敎)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