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가 평양부에 들어가니 기로·유생·여기가 가요를 올리다
평양 소윤(平壤少尹) 예승석(芮承錫)·판관(判官) 이숙기(李淑琦)가 대가를 맞이하였다. 대가가 평양부에 들어가니, 기로(耆老)·유생(儒生)·여기(女妓)가 가요를 올리었는데 기로의 가요에 이르기를,
"엎드려 보건대, 전하께서 빛나게 상제의 명령에 응하여 해동(海東)을 무유(撫有)하시어 문(文)은 덕교(德敎)를 선포(宣布)하고, 무(武)는 위풍(威風)을 창달(暢達)하고 또 현능(賢能)을 부르고, 예악(禮樂)을 제작하여 전장(典章)·문물(文物)이 찬연히 빛났으나, 오히려 당하(堂下)의 격절(隔絶)과 민정(民情)의 옹알(壅閼)을 염려하여 첫겨울에 법가(法駕)를 갖추어 양궁(兩宮)과 함께 서토(西土)에 순행하여 방면을 살피시니, 난여(鑾輿) 이르는 곳에 늙은이와 어린이가 첨망(瞻望)하며 환호하는 소리가 하늘을 흔들고 땅을 뒤엎었습니다. 신 등은 태평 시대에 생장(生長)하여 농사 밭이랑에 가만히 엎드려 있다가 뜻밖에 늙은 나이에 천안(天顔)을 뵙게 되니, 어찌 경행(慶幸)함을 이기겠습니까? 비속(鄙俗)함을 헤아리지 않고 삼가 가시(歌詩)를 만들어 길 왼편에 드립니다."
하고, 사(詞)에 이르기를,
"혁혁(赫赫)하신 우리 왕이 크게 조종(祖宗)의 뒤를 이으시어 강(綱)과 유(維)를 모두 베풀고 간(干)과 우(羽)로 춤추도다. 평화한 큰 화육(化育)이 멀리 전고에 뛰어나도다. 성(聖)하여도 성으로 여기지 않고 날로 넉넉지 못함을 생각하시어 왕이 말씀하시기를, ‘슬프다. 내가 이었으니 너는 도우라. 내가 깊은 궁중에 있어 어찌 휴척(休戚)을 알랴? 갈고 거두는 것을 살피는 것은 지금이 아니고 예전부터이다. 마땅히 유사(有司)에게 일러서 날을 물어서 정비하라.’ 하시어, 응종(應鍾)747) 의 달에 법가(法駕)가 행함을 열었다. 황황(煌煌)한 금여(金輿)요, 유유(悠悠)한 예정(霓旌)이로다. 관서(關西)의 사녀(士女)가 천 리에 환호하는 소리로다. 심히 즐거운 서도(西都)여, 어조(魚藻)로 잔치하도다. 어찌 기쁘지 않으랴? 주왕(周王)이 호(鎬)에 계시도다. 왕이 기뻐하지 않으면 우리가 어찌 쉬랴? 후도(侯度)를 보존하도다. 신의 무리가 순진하게 봉필(蓬蓽)에 엎드려 있어 평화롭게 격양가를 부르니 어찌 임금의 힘을 알리까? 오늘 저녁이 무슨 저녁인가? 천일(天日)을 보도다. 감히 근폭(芹暴)을 펴서 화봉인(華封人)의 축하를 본받는도다. 아름답다! 천년·만년에 많은 복을 누리소서."
하였고, 유생의 가요에 이르기를,
"엎드려 보건대, 전하께서 신무(神武) 성지(聖智)하사 하늘의 큰 명을 받아서 중흥(中興)의 업이 외외(巍巍)하고 혁혁(赫赫)하여 주(周)나라 선왕(宣王)·한(漢)나라 광무(光武)가 더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소의 간식(宵衣旰食)하시며 백성의 휴척(休戚)을 진념하여 묻는 것을 넓히기를 생각하여 이에 맹동(孟冬)에 법가가 서쪽으로 순행하여 양궁(兩宮)이 함께 행하시니 신민(臣民) 노유(老幼)가 환호 용략하여 목을 뻗치고 눈을 부비어 경광(耿光)을 바라봅니다. 이는 우순(虞舜)이 사악(四岳)에 순행한 이후 역대에 없던 성한 행사입니다. 신 등은 함께 용렬한 재주로 기쁘게 밝은 시대를 만나 일찍 정아(箐莪)의 화육(化育)에 미역감아 넉넉히 향서(鄕序)에 놀았는데 다행히 지금 친히 일각(日角)을 지척에 뵈오니 무도(舞蹈)함이 지극하여 광비(狂斐)를 헤아리지 않고 감히 가송(歌頌)을 드립니다."
하고, 사(詞)에 이르기를,
"크신 우리 후(后)여, 높고 크신 성덕(聖德)이로다. 문득 대동(大東)을 정하여 막힌 것을 통하고 빠진 것을 건졌도다. 융성한 공과 위대한 업과 깊은 어짐과 후한 혜택을 왕은 자처하지 않고 날로 공손하고 조심하여 휴척(休戚)을 물어서 백성의 병되는 것을 찾아서 난여(鑾輿)가 서쪽으로 순행하여 빛나게 기성(箕城)에 임하도다. 무릇 관첨(觀瞻)하는 자 누가 뛰고 춤추지 않으리오. 해볕에 나가듯 하고 부모같이 우러러 보도다. 거리를 메우고 골목 한 번 즐기는 것이 백성을 위함이 아님이 없도다. 우리를 품안에 두니 물건이 모두 봄을 만났도다. 큰 은혜는 깊고 넓고 화한 기운이 아울러 이르도다. 신 등은 초모(草茅)748) 에 있어 유신(惟新)의 덕화에 젖었으니 어찌 거북처럼 뛰는 것을 이기리까? 공경히 길 옆에 맞아서 천보(天保)를 잇대어 노래하기를 원합니다. 만수 무강(萬壽無疆)하시고 만수 무강하시어 길이 동방(東方)을 보전하소서."
하였고 여기(女妓)의 가요(歌謠)에는 이르기를,
"엎드려 양궁(兩宮)이 서도(西都)에 순행하심을 뵈오니, 경사스럽고 기쁨의 지극함을 이기지 못합니다. 삼가 가사(歌詞)를 드리고 두 번 짧은 인(引)을 진달합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한 번 놀고 한 번 기뻐하는 것은 후도(侯度)를 따라 와서 순수하시고, 비가 되고 구름이 되는 것은 선반(仙班)을 그만두고 받들어 맞습니다. 그런 대로 도곡(度曲)을 진달하여 감히 신총(宸聰)을 더럽힙니다."
하고, 사(詞)에 이르기를,
"먼 전복(甸服)에 청필(淸蹕)을 전하니 상서로운 구름이 취화(翠華)를 옹호하도다. 패강(浿江)749) 의 연수(煙水)가 저절로 파도가 없어 안온하게 육룡(六龍)을 보내어 지나도다. 낭원(閬苑)에 단장을 처음 끝내니 요지(瑤池)에 잔치가 늦지 않도다. 반도(蟠桃)가 천년에 또 꽃이 피었으니, 원컨대 한 없는 수(壽)를 드립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22권 8장 A면【국편영인본】 7책 426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註 747]
○平壤少尹芮承錫、判官李淑琦迎駕。 大駕入平壤府, 耆老、儒生、女妓進謌謠。 耆老歌謠曰:
伏覩殿下光膺帝命, 誕撫海東, 文宣德敎, 武暢威風, 而且徵賢能制禮樂, 典章文物, 粲然煥然, 猶慮堂下之隔, 民情之壅, 乃於首冬, 備法駕偕兩宮, 西巡省方, 鑾輿所至, 耄倪瞻望, 懽呼之聲, 掀天匝地。 臣等生長太平, 竊伏農畝, 不意晩景獲瞻天表, 曷勝慶幸? 不揆鄙俚, 謹掇謌詩, 仰獻道左。
詞曰:
於赫我王, 否承祖武。 綱維畢張, 干羽斯舞。 熙然大化, 夐超前古。 聖不自聖, 日惟不給。 王曰 "於戲! 予承汝弼。 予居深宮, 焉識休戚? 省耕省斂, 匪今伊昔。 宜戒有司, 諏日以飭。" 應鍾之月, 法駕啓行。 煌煌金輿, 悠悠霓旌。 關西士女, 千里懽聲。 孔樂西都, 式宴魚藻。 曷不闓懌? 周王在鎬。 不豫何休? (候度)〔侯度〕 是保。 臣輩種種, 跧伏蓬蓽。 熙熙擊壤, 奚知帝力? 今夕何夕? 獲覩天日。 敢申芹暴, 庶効華祝。 於千萬年, 願享多福。
儒生謌謠曰:
伏覩殿下神武聖智, 受天景命, 中興之業, 巍巍赫赫, 周宣、漢 光無以加諸。 猶且宵衣旰食, 軫民休戚, 思廣咨詢, 迺於孟冬法駕西巡, 兩宮偕行, 臣民老幼懽忻踴躍, 延頸拭目, 顒望耿光。 虞舜四巡以後曠代所未有之盛擧也。 臣等俱以庸材, 欣逢熙代, 早沐菁莪之化, 優遊鄕序, 幸今親覩目角於咫尺, 舞蹈抃躍之至, 不揆狂斐, 敢獻歌頌。
詞曰:
於皇我后, 巍巍聖德。 奄奠大東, 亨屯拯溺。 隆功偉烈, 深仁厚澤。 維王不居, 惟日翼翼。 咨詢休戚, 求民之瘼。 鑾輿西巡, 光臨箕域。 凡在觀瞻, 孰不蹈舞? 就之如日, 仰之如父。 街塡巷溢, 聚首相言, 吾王之仁, 一遊一豫, 無非爲民。 置我懷抱, 物盡逢春。 洪恩汪濊, 和氣駢臻。 臣等草茅, 化洽惟新, 曷勝鼇抃? 敬迓道傍, 願賡天保, 萬壽無疆, 萬壽無疆, 永保東方。
女妓歌謠曰:
伏覩兩宮巡幸西都, 無任慶忭歡愉之至。 謹獻歌詞, 再疏短引。 伏以一遊一豫, 遵侯度而來巡, 爲雨爲雲, 輟仙班而奉迓。 聊陳度曲, 敢瀆宸聰。
詞曰:
遐甸傳淸蹕, 祥雲擁翠華。 浿江烟水自無波, 穩送六龍過。 閬苑粧初罷, 瑤池宴未賒。 蟠桃千歲又開花, 願獻壽無涯。
- 【태백산사고본】 8책 22권 8장 A면【국편영인본】 7책 426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