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 이영은이 충청도 관찰사의 유임과 성균관에 음악을 내린 것에 대해 아뢰다
지평(持平) 이영은(李永垠)이 본부(本府)378) 의 의논을 가지고 아뢰기를,
"충청도 관찰사(忠淸道觀察使)를 그 도(道)의 백인(百人)의 등장(等狀)379) 으로 인하여 그대로 두고 대체(代遞)시키지 않는데, 이러한 길이 한 번 열리게 되면 이를 본받을 사람이 많을 것이니, 신(臣) 등은 불가(不可)하게 생각합니다."
하니, 어서(御書)로 답하기를,
"만약 황효원(黃孝源)이 속히 체임(遞任)하기를 자청(自請)해서 이를 대체(代遞)시켰다면 폐단이 있을 것이나, 이것은 내가 공효(功效)가 있는 것은 특별히 가상(嘉賞)히 여기고 또 민정(民情)에 따른 것이니, 무슨 폐단이 있겠는가?"
하였다. 이영은(李永垠)이 또 아뢰기를,
"성균관(成均館)에 술과 고기를 내려 주는 것으로 족할 것인데, 또 문묘(文廟)의 곁에 음악을 내려 주니, 신(臣) 등은 불가(不可)하게 여깁니다."
하니, 어서(御書)로 답하기를,
"성균관(成均館)에 음악을 내려 주는 것이 어찌 불가(不可)하겠는가? 만약 공자전(孔子殿)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술을 마시는 것은 비록 나일지라도 할 수가 없지마는 명륜당(明倫堂)은 내가 음악을 연주했던 곳이고, 또 사신(使臣)이 음악을 연주했던 곳이니 무엇을 꺼릴 것이 있겠는가? 하물며 남악(男樂)380) 은 더욱 정대(正大)하니 설사 여악(女樂)381) 을 내려 주었더라도 또한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찌 국가에서 폐지하지 않은 일이 성균관(成均館)에서는 그른 것이 되고, 조정(朝廷)에서는 올바른 것이 되겠는가? 조정에서는 그르다고 일컬으면서도 쓰기를 떳떳이 하는데, 성균관(成均館)에서는 지극히 정대(正大)하여 조정의 곳보다 높아 그른 물건을 사용할 수가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사리(事理)가 매우 어긋나는 것이니, 점차 커지게 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말하는 바는 매우 말도 안되는 것이다."
하였다.
사신(史臣)이 논평하기를, "삼가 상고해 보건대, 제왕(帝王)의 정치하는 도리(道理)와 성현의 사람 가르치는 방법은 모두가 예악(禮樂)으로써 근본을 삼았으니, 순(舜)임금은 기(虁)382) 에게 명하여 주자(胄子)383) 를 가르치게 했었다. 《예기(禮記)》에는 이르기를, ‘악(樂)을 배우고 시(詩)를 외운다.’고 했으니, 이것은 일찍이 음악을 학교 안에서 버린 것이 아니었다. 오늘 밤에 특별히 성균관(成均館)에 술을 내려 주고 또 음악을 내려 주어 잔치를 베풀었으니, 이것은 유생(儒生)을 소중히 여겨 교육하는 뜻으로 깊이 위로하는 일이므로 곧 한때의 성대(盛大)한 행사(行事)인 것이다. 만약 혹시 창우(倡優)의 등류를 내려 주어 문묘(文廟)의 곁에서 희롱하였다면 마땅히 말을 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16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7책 33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역사(歷史) / 왕실-사급(賜給)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예술(藝術)
- [註 378]본부(本府) : 사헌부(司憲府).
- [註 379]
등장(等狀) : 조선조 때의 진정서(陳情書)의 일종으로,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여러 사람이 이름을 잇대어 써서 관가에 어떠한 요구를 하소연하던 일.- [註 380]
남악(男樂) : 외진연(外進宴)을 베풀 때 무동(舞童)에게 시키던 정재(呈才).- [註 381]
여악(女樂) : 여기(女妓)가 악기를 타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일.- [註 382]
기(虁) : 순제(舜帝)의 신하.- [註 383]
주자(胄子) : 제왕(帝王)이나 경대부(卿大夫)의 맏아들.○丙寅/持平李永垠將本府議啓: "忠淸道觀察使, 因其道百人等狀, 仍等不遞, 此門一開, 則効此者多, 臣等以爲不可。" 御書答之曰: "若黃孝源自請速遞, 而遞之則有弊。 此予特嘉賞有効, 又因民情, 有何弊乎?" 永垠又啓: "賜酒肉于成均足矣。 又賜樂于文廟之側, 臣等以爲不可。" 御書答之曰: "成均賜樂, 有何不可? 若於孔子殿作樂飮酒, 則雖予不得焉, 明倫堂則予所作樂處, 又使臣作樂處, 何嫌之有? 況男樂尤爲正大, 設若賜女樂, 亦不妨。 豈有國家不廢之物, 邪於成均而正於朝廷? 朝廷則謂之邪而用之爲常, 成均則謂之至正至大, 尊於朝廷之所, 而不可用邪物乎? 然則事理甚乖, 漸不可長。 所言甚無謂也。"
【史臣論曰: "謹按帝王爲治之道、聖賢敎人之法, 皆以禮樂爲本, 舜命夔敎冑子。 禮曰, ‘學樂誦詩’, 是未嘗去樂於學校之中也。 今夜特賜酒於成均, 又賜樂以侑之, 是重儒敎養之意而深慰之, 乃一時之盛擧也。 如或賜以倡優之類, 戲於文廟之側, 宜乎言矣!"】
- 【태백산사고본】 6책 16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7책 33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역사(歷史) / 왕실-사급(賜給)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예술(藝術)
- [註 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