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 사예 남질·공기, 직강 김수녕, 주부 김이용 등이 윤대하다
상참을 받고 정사를 보았다. 성균 사예(成均司藝) 남질(南軼)·공기(孔頎), 직강(直講) 김수녕(金壽寧), 주부(注簿) 김이용(金利用)이 윤대(輪對)를 행하였다. 남질이 아뢰기를,
"신이 일찍이 수령이 되어 천방(川防)의 이로움[利]을 갖추 아는데, 근년 이래로 한건(旱乾)235) 이 너무 심하니, 마땅히 방천(防川)하여서 관개(灌漑)를 갖추소서."
하고, 공기가 아뢰기를,
"과거(科擧) 때에 한(韓)·유(柳)·장(莊)·노(老)의 제서(諸書)를 통한 자도 또한 급분(給分)하거늘, 하물며 《계몽(啓蒙)》236) 은 《주역(周易)》의 오지(奧旨)237) 이니 정묘하기가 막심합니다. 능통(能通)한 자는 마땅히 별획(別畫)을 주어 성리(性理)의 학(學)을 넓히소서."
하고, 김수녕이 아뢰기를,
"《주례(周禮)》 한 책[一書]은 예제(禮制)의 관면(冠冕)이니, 선비 된 자는 배우지 않을 수 없는데, 책본(冊本)이 드물어서 사람들이 얻어 볼 수 없으니, 청컨대 인쇄하여 광포(廣布)하고 또 과거(科擧)에 아울러 강(講)하여 이용하소서. 말하기를, ‘성중관(成衆官)238) 은 장차 수령이 될 자라’고 하나, 학문(學文)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으니, 청컨대 무예 도시(武藝都試)의 예(例)에 따라 배운 경서(經書)와 율문(律文)을 강(講)하게 하고, 그 등제(等第)를 기록하여 제수(除授)하소서."
하였다. 김수녕이 또 아뢰기를,
"이제 가뭄[旱乾]을 당하여 기황(飢荒)이 자심(滋甚)한데, 무지한 백성들이 조석(朝夕)으로 생활의 계책을 돌보지 아니하고, 술을 사고 안주를 사다가 남녀가 무리지어 마시며, 대도(大都)의 한가운데서 노래하고 춤추니, 마땅히 통금(痛禁)을 가하여 하늘의 경계를 삼가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도 또한 생각한 지 오래이지만, 그러나 민간의 작은 일을 까다롭게 검찰(檢察)할 수 없었다."
하였다. 김수녕이 다시 아뢰기를,
"예전의 좋은 풍속[善俗]을 포상(褒賞)할 때엔, ‘남녀가 길을 달리 한다.[男女異路]’ 하였고, 음란한 풍습[淫風]을 풍자할 때엔, ‘사녀(士女)가 서로 기롱한다.[士女相謔]’ 하였는데, 지금은 태고(太古)와 같이 다 하기는 진실로 어렵더라도 하필 대도(大都)의 한가운데서 희희(嬉戲)하고 음란한 풍습에 방종하여 성치(聖治)에 누(累)가 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신은 그윽이 생각하건대, 풍속을 위하여 통금(通禁)해야 될 줄 압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단오(端午)의 놀이[戲]는 예로부터 그러하였으니, 뒤에 마땅히 금하게 하라."
하고, 또 말하기를,
"《주례(周禮)》를 인쇄하는 일은 너에게 위임함이 마땅하겠다."
하였으나, 《계몽》·《주례》를 올리도록 명하여 두루 보고는 마침내 정침(停寢)하고 행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2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66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농업-수리(水利) / 인사-선발(選拔) / 군사-중앙군(中央軍) / 구휼(救恤) / 윤리(倫理) / 풍속-풍속(風俗) / 사상-유학(儒學) / 역사-고사(故事) / 출판-서책(書冊)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과학-천기(天氣)
- [註 235]한건(旱乾) : 가뭄.
- [註 236]
《계몽(啓蒙)》 : 《역학계몽(易學啓蒙)》.- [註 237]
오지(奧旨) : 깊은 뜻.- [註 238]
성중관(成衆官) : 조선조 때 내금위(內禁衛)·충순위(忠順衛)·충의위(忠義衛)·별시위(別侍衛)·족친위(族親衛) 등에 속하여 궁궐의 근시(近侍)와 숙위의 일을 맡은 관리의 통칭.○乙亥/受常參, 視事。 成均司藝南軼ㆍ孔頎、直講金壽寧、注簿金利用輪對, 軼啓曰: "臣嘗爲守令, 備諳川防之利, 近年以來旱乾太甚, 宜防川以備灌漑。" 頎啓曰: "科擧時, 通韓、柳、莊、老諸書者, 亦且給分, 況《啓蒙》, 《周易》之奧旨, 精妙莫甚。 能通者, 宜給別畫, 以廣性理之學。" 壽寧啓曰: "《周禮》一書, 禮制之冠冕, 爲儒者不可不學也, 而冊本希尠, 人不得見, 請鋟梓廣布, 且於科擧竝講。" 利用曰: "成衆官, 將爲守(今)〔令〕 者也, 不學文, 無用也。 請依武藝都試例, 講所學經書及律文, 錄其等第除授。" 壽寧又啓曰: "今當旱乾, 飢荒滋甚, 無知之民, 不顧朝夕生生之計, 沽酒市殽, 男女群飮, 歌舞于大都之中, 宜加痛禁, 以謹天戒。" 上曰: "吾亦思之久矣, 然民間細事, 不可苛察也。" 壽寧啓曰: "古者褒善俗則曰, ‘男女異路。’ 刺淫風則曰, ‘士女相謔。’ 今盡如太古誠難, 何必使嬉戲大都之中, 縱淫風而累聖治乎? 臣竊爲風俗痛之。" 上曰: "端午之戲, 自古爲然, 後當禁之。" 又曰: "《周禮》鋟梓之事, 當委汝爲之。" 命進《啓蒙》、《周禮》覽之, 竟寢不行。
- 【태백산사고본】 5책 12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66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농업-수리(水利) / 인사-선발(選拔) / 군사-중앙군(中央軍) / 구휼(救恤) / 윤리(倫理) / 풍속-풍속(風俗) / 사상-유학(儒學) / 역사-고사(故事) / 출판-서책(書冊)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과학-천기(天氣)
- [註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