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 참판 이순지(李純之)·경창부 윤(慶昌府尹) 김신민(金新民)을 보내어 표문(表文)을 받들고 명나라에 가서 채단 표리(彩段表裏)를 준 것을 사례하게 하였는데, 그 표문에 말하기를,

"신심(宸心)¹⁸¹⁾ 이 자소(字小)하여 회유(懷綏)하기를 더하시니 해전(海甸)이 은혜를 입어 감명(感銘)이 망극(罔極)하고, 분수를 헤아리니 부끄러움을 더하여 뼈가 가루가 된들 어찌 잊겠습니까? 삼가 생각하건대, 신은 외람되게 천박한 재질을 가지고 멀리 황복(荒服)에 살면서 기쁘게 소대(昭代)를 만나, 오직 집양(執壤)의 부지런함[勤]만을 알았는데, 곡진히 넓은 사은[洪私]을 더하여 여러 번 하늘로부터의 은총을 입어 긍린(矜憐)함이 이에 이르렀으니 전전긍긍[戰兢]함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이는 대개 엎드려 도량을 넓히고 겸하여 용납하며, 어짊[仁]을 미루어 한결같이 보심[一視]을 만나, 드디어 잔약(孱弱)한 자질로 하여금 특수한 영광의 더함을 얻게 하였으니, 신은 삼가 마땅히 길이 번선(藩宣)을 지켜 더욱 소절(素節)을 다하고, 아름답게 부로(父老)와 더불어 항상 황령(皇齡)을 축하하겠습니다."

하고, 방물표(方物表)에 이르기를,

"하늘이 멀리 반사(頒賜)하심을 주어 특별한 총악(寵渥)을 입으니, 토의(土宜)가 비록 박(薄)하더라도 애오라지 사례하는 정성을 표하여, 삼가 황세저포 20필, 백세저포 20필, 흑세마포 50필, 황화석 15장, 만화석 15장, 잡채화석 15장을 갖추었습니다. 위의 물건들은 품채(品彩)가 정하지 아니하고 가짓수도 많지 못하니, 어찌 여정(旅庭)의 채움에 합하겠습니까마는, 다만 헌근지성(獻芹之誠)¹⁸²⁾ 을 본받으며 아울러 문어(文魚) 4백 미(尾)를 올립니다."

하고, 황태후의 예물(禮物)은 홍세저포 20필, 백세저포 20필, 흑세마포 20필이었고, 중궁(中宮)의 예물도 같았다. 그 황태자의 전(箋)에는,

"높이 저이(儲貳)¹⁸³⁾ 를 바라보건대, 남모르게 황유(皇猶)를 돕고 인독(仁篤)으로 회유(懷柔)하여 밝은 은혜가 도패(導霈)하니, 마음으로 도보(圖報)할 것을 맹세하여 뼈에 새겨 잊기 어렵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은 다행히 창성한 때를 만나 외람되게 하요(遐徼)에 살면서 사호(絲毫)의 공효도 없이 다만 양전(壤奠)의 이바지함만 부지런하였는데, 광비(筐篚)의 은혜가 깊고, 또 하늘이 준 우악(優渥)함을 입었으니, 총영(寵榮)이 이와 같음은 예전에도 드물었습니다. 이는 대개 엎드려 덕은 온공한 문채[溫文]를 입고 뜻은 승순(承順)의 오로지함을 만나, 드디어 용렬한 자품으로 하여금 홍사(洪私)를 획피(獲被)하게 하였으니, 신은 삼가 마땅히 제잠(鯷岑)을 각수(恪守)하고, 더욱 번보(藩輔)에 공경하여 정성은 학금(鶴禁)에 달아 배(倍)나 강녕(康寧)하심을 축원합니다."

하고, 예물은 백세저포 30필, 흑세마포 30필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2권 3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62면
• 【분류】
  외교-명(明) / 어문학(語文學) / 무역(貿易)

• [註 181]
  신심(宸心) : 황제의 마음.
• [註 182]
  헌근지성(獻芹之誠) : 옛날 충성된 신하가 미나리를 임금에게 바쳤다는 데서 생긴 말. 곧 정성된 마음을 가리키는 말.
• [註 183]
  저이(儲貳) : 황태자.